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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에 후보 하나 더해지는 것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마음을 모아 많은 사람들을 야당에 보냈지만 달라진 게 없어요. 왜 우리가 부자의 저금통에 돈을 넣어주어야 합니까. 현장에 밀착해 살아온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득중 후보를 꼭 국회로 보내주세요."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지난 15일 평택시민들에게 읍소했습니다. 이번 7.30 재보선 평택을 지역구에 출마한 무소속 김득중 후보에게 한 표를 호소한 것이지요. 정 박사뿐 아니라 조국 교수도, 영화감독 정지영씨도, 박재동 화백도 모두 김 후보를 응원합니다.

시민사회 응원 덕일까요? 지난 10일 <경인일보>가 여론조사전문기관 KM조사연구소에 의뢰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김 후보의 지지율은 6.4%(조사기간 : 8~9일, 대상 : 만 19세 이상 남녀 유권자 503명, RDD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였습니다.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역임한 정장선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37.3%, 유의동 새누리당 후보는 31.9%를 각각 얻었으니, 적어도 이 지역에서 김 후보가 캐스팅보트를 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게 캐스팅보트를 쥔 김 후보는 국회의원이 될 수 있을까요? 정장선 후보와 김득중 후보 간 야권연대가 성사된다면 가뿐히 새누리당 후보를 누를 수 있겠지만 이대로 3자대결이 굳어진다면 아마도 김 후보는 당선권에서 멀어지겠지요.

그 점을 우려해서인지 정 박사를 비롯한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김득중 후보를 '진보단일후보'를 넘어 '야권단일후보'로 만들어달라고 호소합니다. 꿈같은 이 호소는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밤 회의중인 노회찬 찾아간 기동민... "확실하게 도와달라더라"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역 입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선거운동 지원에 나선 김한길 공동대표.
▲ 출근인사 하는 기동민 후보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역 입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선거운동 지원에 나선 김한길 공동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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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7일. 7.30 재보궐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곳곳에서 야권연대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2010년 지방선거 때는 "국민적 요구"로 "합치면 찍어준다"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정치권이 먼저 '설레발'을 치는 분위기입니다. '권력을 나눠먹기 위한 정치공학적 차원'인 것이지요.

노회찬 정의당 서울 동작을 후보는 22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4일까지 야권단일화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후보 사퇴하고 기동민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노 후보의 결단으로 동작을 판세가 요동치는 분위기입니다.

이에 질세라 노 후보의 카운터파트너인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도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노 후보의 단일화 제의를 받아들이겠다"며 "노회찬 후보와의 담판"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앞서 22일 오후 11시 기동민 후보는 서울 여의도 정의당사에서 회의 중인 노회찬 후보를 찾아가 면담을 했다고 합니다. 23일 기자회견에 앞선 사전조치였을까요? 이 자리에서 기 후보는 노 후보에게 무슨 말을 건넸을까요?

노 후보는 23일 안산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제안을 거부한 것 아니냐"면서 "어젯밤 나를 찾아왔었다"고 전했습니다.

정의당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기 후보는 전날 밤 노 후보에게 "선배님 기왕 도와주시는 것 확실히 도와달라"며 "여론조사 등의 방법론은 복잡하다"는 말도 전했다고 합니다. 이 관계자는 "기 후보의 이같은 제안에 노 후보가 기가 찼던 것 같다"며 "기왕 밝힌 대로 24일 후보사퇴하고 기동민 후보 지지로 입장을 정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기동민 후보 측의 반응은 어떨까요? 기동민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그 난리를 치고 어떻게 여기서 사퇴를 하느냐"며 "현재로서 물러나는 것은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노회찬 후보는 2010년 서울시장 선거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며 "끝까지 갔을 때 야권분열로 졌다는 데 책임지게 되는 상황을 두려워하신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야권연대는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아름답게' 진행됐습니다. 2009년 말부터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한겨레> <프레시안>이 나서서 야당 대표들을 연쇄인터뷰하면서 야권연대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뒤이어 이어진 선거연대는 당시 무상급식과 혁신교육과 더불어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국가'의 꿈을 갖게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요?

일각에선 "야권연대 지겹다"는 말이 나옵니다. 보수 기득권 정치 대 진보 정치가 여전히 8 : 2인 상황에서 힘이 약한 세력끼리 연대해 '연합정치'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명분도 실리도 잃어버린 야권연대에 국민적 신망은 멀리 떠났습니다.

오죽하면 시민사회에서 "그 많은 사람들을 야권에 보냈지만 달라진 게 무엇이냐" 성토하겠습니까.

세월호 참사로 생때같은 아이들을 잃었습니다. 온 국민이 울었고 지금도 울고 있습니다. 국가가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채 죽음으로 몰았는데, 이제는 그 부모마저 길바닥에 주저앉아 곡기를 끊고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답답한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이해 100리 길을 걸어서 오고 있습니다. 중부지방 장맛비에 눈물인지 빗물인지 알 수 없는 그 길을 통곡 속에 걷고 있습니다. 야권의 정치인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선거 초반 '여소야대'를 기대하라던 기개는 어디로 가고, 5석 건지면 엄청나게 선방하는 것이라는 소리를 할까요?

새누리당은 부정과 부패로 얼룩져 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기득권 정치에 젖어 있으며 진보정치는 분열할 대로 분열한 데다 노선싸움으로 정리 조정도 제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민생은 하루 하루 목줄을 조여오는데 고단한 국민적 삶을 행복하게 해줘야 할 정치는 어디로 갔나요?

도대체 이 나라의 정치는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태그:#기동민, #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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