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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발자국 중 우리나라 최초로 천연기념물 지정을 받았다. 장갑(사진 가운데의 하얀 물건)을 보면 이곳 공룡발자국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다.
▲ 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 공룡발자국 중 우리나라 최초로 천연기념물 지정을 받았다. 장갑(사진 가운데의 하얀 물건)을 보면 이곳 공룡발자국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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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uador의 우리말은 '적도'이다. 한자로는 '赤道'이다. 적도를 직역하면 붉은 길로 읽힌다. 이름만으로도 사람 잡는 무더위가 연상된다. 그런데 그 적도를 자기네 국명으로 사용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에콰도르(Ecuador)이다.

고지자기
지구는 자석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암석이 형성될 때 그 입자가 지구자기장(地球磁氣場)과 동일한 방향으로 자화(磁化)된 채 고정된다. 이를 고지자기(古地磁氣)라 한다. 강원도 태백 지역의 석회암 지대는 고지가기 분석 결과 약 3억6천만 년 전에 적도 부근에서 생성된 암석으로 밝혀졌다. '고생대 자연사 박물관'이 태백시에 건립된 것도 그 때문이다.
적도와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듯 짐작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밀가루 등 먹을거리들을 싣고 우리나라로 오는 외국 배들은 대체로 적도를 지난다. 엄청난 더위에 변질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농약과 중금속을 써서 변질을 예방한다. 적도는 우리에게 왜 우리 땅에서 난 먹을거리를 우리가 섭취해야 하는지를 엄중하게 말해준다.

하지만 우리 한반도도 본래는 적도 부근에 있었던 땅이다. 3억6천만 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아주 천천히 조금씩 북상하여 2억∼1억5천만 년 전 지금 위치에 닿았다. (이는 강원도 태백의 석회암 지대를 고지자기 분석한 결과 확인된 사실이다.)

비바람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 유적.
 비바람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 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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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원래 적도 부근에 있었다

한반도 자체가 적도 부근에서 현재 지점으로 이동하였을 만큼 변화가 극심했으니, 대구경북도 아득한 과거와 지금의 모습이 같을 리 없다. 대구경북은 공룡이 많이 살았던 1억4500만∼6500만 년 전에는 땅이 아니라 거대한 호수였다. 동쪽으로는 영덕과 경주 건천, 서쪽으로는 성주, 북쪽으로는 안동, 남쪽으로는 전남 광양에 이르는 직경 150km의 어마어마한 호수가 경북 전역을 뒤덮고 있었다.

그래서 경북은 지금도 전국 16개 광역 중 가장 많은 호수를 거느리고 있다. 전체 1만7505개 호수 중 32%인 5547개 호수가 경북 도내에 있다. 대구도 1970∼1990년대의 광풍 같은 개발 이전까지는 영선못, 감삼못, 범어못, 배자못 등 큰 호수들이 도시 전체에 골고루 자리잡고 있었다. 앞날을 내다볼 줄 아는 지도자가 있어 그 호수들은 곱게 남겨 두었더라면 대구는 지금 세계 최고의 호반 도시가 되었을 것이다.

전국 공룡발자국의 50% 이상 경북에 있다

공룡들은 대구경북의 호숫가를 거닐며 풀을 뜯고 물을 마셨다. 그러므로 공룡발자국 화석이 경북에 가장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국 100여 곳의 반 이상인 50여 곳이 경북에 있다. 대표적인 것은 의성군 금성면 제오리 산111번지의 것이다.

1973년 국내 최초로 공룡뼈 화석이 발견된 제오리의 공룡발자국은 약 1억1500만 년 전의 것이다. 당연히 공룡발자국 중에서 가장 먼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373호). 현지를 찾아가면, 공룡 스물다섯 마리가 무리를 지어 놀다가 남긴 316개의 발자국을 볼 수 있다.

대구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두드러진 공룡발자국 화석지는 대구 앞산 고산골의 공룡발자국(왼쪽)이다. 오른쪽 사진은 화석지 가는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 식당가가 끝나면서 조금만 올라가면 길 오른쪽에 안내판이 서 있다.
▲ 대구 앞산 고산골 공룡발자국 대구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두드러진 공룡발자국 화석지는 대구 앞산 고산골의 공룡발자국(왼쪽)이다. 오른쪽 사진은 화석지 가는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 식당가가 끝나면서 조금만 올라가면 길 오른쪽에 안내판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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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10여 곳 공룡발자국 중 가장 쉽게, 그리고 뚜렷하게 볼 수 있는 답사지는 앞산 고산골 입구이다. 산을 향해 오르다가, 줄지어 늘어선 식당가가 끝나고 먼지 묻은 등산화를 전기바람으로 터는 곳을 지나면서 주의깊게 오른쪽을 살피면 공룡발자국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는 안내판을 발견할 수 있다. 고산골 이외에는 시지 욱수천이 그 다음으로 공룡발자국을 찾기 쉽다.

대구 앞산 고산골의 연흔(위)과 건열
 대구 앞산 고산골의 연흔(위)과 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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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골에서 공룡발자국만 보고 돌아서서는 안 된다. 공룡발자국 바로옆에 있는 평평한 바위의 표면이 마치 물결무늬처럼 기이하다. 물결무늬? 사실이다. 아득한 옛날에는 이곳까지 호수의 물이 차 있었고, 물길이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바위 표면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이런 물결무늬를 연흔이라 한다. 즉, 고산골에 연흔이 있는 것은 이곳이 예전에 호수의 물가였다는 사실을 증언하는 증거물이다.

뿐만 아니라, 고산골에는 이곳이 호수 물가였다는 사실을 증언하는 또 하나의 증거가 있다. 연흔에서 산 쪽으로 물길을 따라 올라가면 바위가 마치 하얀 실선으로 갈라진 것 같이 보이는 다각형 흔적들이 곳곳에 나타난다. 이를 건열이라 한다. 물이 증발할 때 지표면이 수축되면서 남은 흔적으로, 역시 이곳이 호수 물가였다는 사실을 증언하는 증거물이다.
   
연흔과 건열도 고산골이 호숫가였다는 증거

그런가 하면, 대구경북에서 가장 최근에 발견된 공룡발자국은 군위군 의흥면 이지리 405의 개천가 것이다. 2013년 9월, 30여 개의 공룡발자국이 좁은 콘크리트 농로 석벽 사이를 가늘게 흘러가는 물줄기 아래에서 발견되었다. 하지만 아직 표지판도 없을뿐더러, 일반인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도로변에 위치해 있어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2013년 9월 6일, 군위군 의흥면 이지리 405번지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을 전문가들이 실측하고 있다.
▲ 군위군 의흥면 이지리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 2013년 9월 6일, 군위군 의흥면 이지리 405번지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을 전문가들이 실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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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1) 방학을 맞아 자녀와 함께 여행을 떠나려는 학부모들을 위해 대구경북 소재 역사유적 및 문화유산에 대한 해설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시대순으로 싣겠습니다. (2) 대구경북의 빙하기유적 답사는 군위군 효령면 장군리 190-2번지 경북대자연사박물관(054-383-7026)부터 찾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이 글에는 그곳에 대한 소개를 하지 않겠습니다. 직접 그 내부를 보시면 되니까요. 다만, 박물관만 보고 현장을 아니보면 답사자의 마음에 실감이 생겨나지 않으므로 의성군 제오리 산111번지와, 대구 앞산 고산골의 공룡발자국 및 건열과 연흔에 대해서는 사진과 내용을 보여드립니다. (3) 제오리를 찾으셨다면 그 바로옆에 있는 조문국박물관과 금성산고분군(금성면 초전리 223-5)도 답사하셔야겠습니다. 고분군관리사무소 옆의 문익점기념비도 보시고, 조금 동쪽으로 와서 국보77호 탑리5층석탑도 감상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탑은 분황사탑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들어진 모전석탑입니다.



태그:#공룡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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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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