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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도심에서
 마산 도심에서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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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34도지만 마산 도심의 하늘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이상옥의 디카시 <패러독스>

며칠 전 마산 도심 운전 중 폭염 가운데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서 잠시 차를 세우고 스마트폰으로 찍고 바로 페이스북에 올렸다. 디카시는 순간의 감흥을 포착하여 그 온기가 가시지 않은 정서를 짧은 문자로 그대로 꾸임없이 표현하여 SNS로 실시간 소통하는 것이 꿈이다.

폭염이라면 하늘도 더위에 지쳐 진땀을 흘려야 마땅할 것 같은데, 하늘은 마치 가을처럼 푸르고 눈부시고 아름답기만 하다. 폭염이 없었다면 그냥 놓치고 지나갔을 법한 너무나 평범한 하늘이 그 순간 특별한 메시지를 던져준 것이다. 이런 소소한 풍경 속에서 삶의 의미를 포착하는 것이 디카시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고성문화원 부설 디카시연구소는 매주 금요일 저녁 '디카시가 있는 인문학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난 7월 18일(금) 오후 7시 첫 얘기를, 7월 25일 둘째 얘기를 나눴고, 오는 8월 1일(금) 셋째 얘기를 한다. 10명 내외가 탁자에 둘러 앉아 차를 마시고 감자도 먹으며 담론을 펼치는 것이다.

디카시가 있는 인문학 이야기 그 둘째 얘기 시간 감자를 먹으며 담소 중 활짝 웃은 부산에서 온 조영래 시인(오른 쪽)
 디카시가 있는 인문학 이야기 그 둘째 얘기 시간 감자를 먹으며 담소 중 활짝 웃은 부산에서 온 조영래 시인(오른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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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가 있는 인문학 이야기 그 둘째 얘기 주제 발표자인 황보 정순 소설가가 디카시연구소로 가는 전용 계단에서 한 컷
 디카시가 있는 인문학 이야기 그 둘째 얘기 주제 발표자인 황보 정순 소설가가 디카시연구소로 가는 전용 계단에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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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5일 둘째 얘기는 고성에서 농사를 지으며 소설을 쓰는 황보 정순 소설가가 <소설과 농사>라는 주제 발표를 하고, 시골에서 농사 지으면서 엄청 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었는데, 그것이 소설의 자양분이 되었다는 요지의 담론을 펼쳤다. 원래 이 모임은 발표자가 디카시를 한 편 소개하고 거기에서 인문학 테마를 끌어내어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식이다.

이날 모임에 부산에서 조영래 시인이 참석했고, 또 고성 귀농 2년차 고성군 동해면에 사는 김윤희씨가 참석했다. 김윤희씨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동해면에서 고성읍내까지 버스를 타고 왔는데, 부산에서 살다 시골로 귀농하다보니, 이런 담론공간이 너무 아쉬워서 찾아 왔다고 말했다. 역시 고성으로 귀촌한 이일선씨도 왔는데, 딸을 오지 선교사로 보내고 마음 졸이며 하루하루 불안한 마음으로 병이 날 것 같은 상태에서 인문학 얘기에 참여했다고 한다.

또 고성 성모병원에 근무하는 신정영씨도 참석했다. 그간 직장일, 아이들 키우는 일에 삶을 다 빼앗기고 나니, 자신의 존재 확인이 필요해서, 이 모임에 나왔다고 했다. 이렇듯 필부필부가 모여서 살아가는 얘기 보따리를 풀어내고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인하고, 보다 인간다운 삶을 지향하기 위해 우리 10여 명은 매주 금요일 디카시연구소에서 '디카시가 있는 인문학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모인다.

디카시가 있는 인문학 이야기 그 첫째 얘기를 나누는 중, 이날에는 고성 도원미술관 이윤열 관장(오른 쪽 첫째)도 참석했다.
 디카시가 있는 인문학 이야기 그 첫째 얘기를 나누는 중, 이날에는 고성 도원미술관 이윤열 관장(오른 쪽 첫째)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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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주제 발표하고, 20분 토론하기로 했으나, 첫 모임도 1시간을 훌쩍 넘겼고, 두 번째 모임은 거의 2시간 동안 담론을 펼쳤다. 우리는 얘기 보따리를 가슴에 담고 살아간다. 

근자에 대학 등에서 인문학 관련 학과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풍문 가운데서도 역설적으로 인문학 열풍이 일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빌게이츠가 "인문학이 없었다면, 컴퓨터도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한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문학 없는 삶이란 존재할 수가 없는 것 아닌가. 

인문학을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즉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등에 관한 질문에 다름 아닐 것이다.

이런 인간에 대한 질문이 있었기에 종교혁명도, 노예해방도, 민주주의 발전도 가져온 것이다. 그래서 인문학이, 동물과 별반 다름이 없었던 인류를 오늘의 21세기 정보화 시대까지 견인하여 온 것이 아니겠는가.

디카시연구소(고성문화원 3층)에서는 오는 8월 1일(금) '디카시가 있는 인문학 이야기' 그 세 번째 얘기를 펼친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이제는 채호석 교수가 쓴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두리미디어, 2009)에 새로운 시문학 장르로 소개될 만큼 대중화되었다. 디카시는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날시)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순간 소통을 지향한다



태그:#디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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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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