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의 연출을 맡은 이석훈 감독

<해적>의 연출을 맡은 이석훈 감독 ⓒ 오마이스타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 영화 <군도>와 <명량>이 치열한 관객몰이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은 한주 뒤인 8월 6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해적>은 <댄싱퀸>을 연출했던 이석훈 감독의 장기가 고스란히 녹아들어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유쾌한 코미디가 적절히 버무려져 있다.

또한 바다를 배경으로 한 어드벤처 영화로서의 스케일도 자랑해 볼거리도 곳곳에 포진해 있다.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해적>을 촬영하고 후반작업에 매진,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이석훈 감독을 만났다.

"<댄싱퀸> 이후...기왕 모험을 해야 한다면 크게 해보자"

- <해적>을 보면서 많이 웃었어요. 손예진(여월 역)씨도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폭소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 코미디를 스크린으로 살려내기는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시나리오가 워낙 재미있었어요. 배우들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연기를 잘 해주셨고요. 하지만 철봉 역의 유해진씨는 주도적으로 계속 재미난 것을 보여줘야 하는 역할이라서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유해진 선배님이 잘 해주시면 나머지 분들도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탈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유해진 선배님이 너무 잘 해주셨어요. 그래서 조달환, 김원해, 김남길씨까지, 코믹한 캐릭터들이 잘 산 것 같아요."

- 영화 <댄싱퀸>이 흥행에도 성공하고 작품적으로도 호평을 받았어요. 이후 다수의 연출 제의가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해적>을 선택한 이유는요?
"<댄싱퀸>이 잘 됐고 다음에 어떤 작품을 해야 할까 고민도 많이 했고, 여러 시나리오도 접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 <해적>이었어요. 제가 읽은 시나리오 중에서도 가장 제작비가 많이 들고, 만드는 데 어려움도 큰 작품이라 거의 작업이 불가능할 것 같았죠.

고민하던 끝에 저는 하기로 마음을 먹고 연출부 스태프들과 재작년 여름에 술을 먹었어요. 그들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확실히 마음을 정하려고 했죠. 근데 연출부 모두 다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때 갑자기 지금 <해적>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는 강민규 PD가 나타나 '결심을 해라. 연출을 하라'고 확고하게 선뜻 말을 해줬어요. 불가능한 프로젝트 같았는데 감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영화가 잘 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기왕 모험을 해야 한다면 큰 모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해적> 속 유해진

"유해진 선배님이 잘 해주시면 나머지 분들도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탈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유해진 선배님이 너무 잘 해주셨어요" ⓒ 롯데시네마


- '나라의 주인이 왕이라면 바다의 주인은 해적'이라고 하는 해적단과 다른 한편의 산적들의 모험을 그리는 것 외에 고래의 등장이 눈에 확 띄더라고요. 시원해보이면서도, 엄마 고래와 새끼 고래가 모성애를 드러내는 역할을 잘 해낸 것 같아요. 실감나는 고래 CG(컴퓨터 그래픽)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이번 영화에는 여러 가지 CG가 들어갔어요. 실제 찍은 것에 다른 것을 합성하는 식이었죠. 바다에 나가서 실제 찍은 바다와 세트에서 찍은 배를 합성했고, 고래는 순수하게 100% 모두 CG입니다.

고래 CG는 오로지 <미스터 고>를 만든 덱스터 스튜디오의 기술력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 회사에 강종익 본부장님이 계신데 저희 작품의 슈퍼바이저로 참여하셨습니다. <해적>에 CG가 많이 들어가고 고래 CG에도 고민이 많아서 여러 회사와 미팅을 했는데, 20억을 달라는 회사도 있었어요. 덱스터는 여러 회사들 중에서도 가장 비싼 (비용이 든) 회사였지만, 그동안의 결과물을 봤을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분은 강종익 본부장님 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삼고초려 끝에 여러 번의 미팅을 하고 참여하기로 결정하셨어요. 역시나 정말 잘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 CG 작업의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많은 인내심이 필요해요. 보통은 촬영을 하면 그 현장에서 하나의 장면,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는데, CG가 많이 들어가는 장면은 한 장면을 위해서 5, 6번 다른 장소에서 촬영을 해서 합치는 경우가 있거든요. 벽란도 장면은 길 따로, 상점 따로, 수레 따로, 사람 따로 그렇게 찍어서 합성해서 한 장면이 나오는 거예요. 한 장면을 찍기 위해서 5, 6배의 노력이 필요한 거죠. 기술적으로도 어렵겠지만 인내심도 엄청나게 필요합니다. 또 이 장면이 어떻게 나올까, 결과에 대한 불안감도 크고요."

"대역도 마다한 손예진은 진짜 프로"

 해적

"한 겨울인데 손예진씨가 정말 너무 씩씩하게 촬영을 해주셨어요. 정말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 여배우라고 생각해요." ⓒ 롯데시네마


- <해적>의 여주인공으로 그동안 멜로 여신이었던 손예진씨가 캐스팅됐어요. 처음부터 여주인공은 손예진씨로 생각하고 있었나요.
"제가 합류하기 전부터 손예진씨가 이 시나리오에 관심을 두고 계셨어요. 제가 합류하고 최종 캐스팅을 확정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작품에 관심은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고민 중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예진씨를 설득하는 방향으로 갔어요. 예진씨가 사극이나 액션 경험이 없다는 게 관객들에게 신선한 모습이 될 거라고 생각을 전했죠."

- 여배우로서 현장에서 고난도의 액션을 소화하고, 추운 날씨에 촬영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정말 씩씩하게 촬영을 해주셨어요. 한겨울이었거든요. 배가 5미터 높이였는데 한번 올라가면 다시 내려오기가 쉽지가 않아요. 스태프와 배우들까지 30여 명이 배에 올라가는데 누가 화장실에 간다고 하면 그만큼 시간이 지연되기에 몇 시간이 지나 단체로 내려와서 가곤 했어요. 예진씨에게 특별 대우를 해줄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한번 배에 올라가면 잘 내려오지 않고 촬영을 하시더라고요.

예진씨는 지금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영화를 위해서라면 해야할 것들은 빨리 집중해 끝냈어요. 한 겨울에 물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남자 배우들도 쉽지 않잖아요. 예진씨는 시간을 질질 끄느니, 한번 할 때 확실히 하자는 주의예요. 거친 와이어 액션도 대역을 쓰면 되는데, 본인이 거의 다 직접 했어요."

 영화 해적

"사실 제가 배우랑 가까워지지는 못 하는 성격인데, 김남길씨는 굉장히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굉장히 살갑게 대해줘요. 저한테만이 아니라 모든 스태프와 동료들에게 굉장히 명랑하고 밝아요" ⓒ 롯데시네마


▲ [스타영상] 이석훈 감독, "온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해적' 파이팅!" 영화 '해적'의 이석훈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촬영=조경이 기자 ⓒ 조경이


-  허당 산적 장사정 역을 맡은 김남길은 어땠나요. 
"사실 제가 함께 하는 배우와 친해지지 못 하는 성격인데 남길씨는 굉장히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와 동료들에게 살갑게 대해요. 스타 배우라고 신비스럽게 행동하는 게 없어요. 너무 없어서 걱정이죠(웃음). 촬영이 있건 없건 트레이닝복 차림을 할 때가 많은데 멀리서 보면 전혀 연예인으로 안 보여요. 그러지 말라고 제가 조언할 정도였죠."

- 벽란도에서 손예진씨가 수로를 타는 장면은 실제 수로를 만들어 촬영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3, 40미터 길이의 수로를 직접 제작했어요. 12월 무렵이었는데 물차를 불러 물을 뿌려서 미끄럼틀을 만들었어요. 물차가 물을 틀 때까지 예진씨가 몸으로 입구를 막고 있다가 물과 함께 타고 내려오는 거예요. 영하의 날씨에 수로에서 연기하느라 예진씨가 엄청 힘들었을 거예요. 컴퓨터 그래픽 합성도 해야 해서 본인이 연기를 잘해도 배경이 미흡하면 재촬영을 해야 했어요. 춥고 고통스러웠을텐데 짜증 한번 안 내고 잘 해주셨어요. 정말 프로인 거 같아요."

- 언론시사회 때 '<캐리비안의 해적>보다 재미있다'는 발언 때문인지 감독님 이름이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걸리기도 했어요.
"제가 한 말이 하루 종일 포털에 걸려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신기해서 댓글을 봤는데, 더 이상 읽고 싶지 않더라고요(웃음). 전 진심을 말한 거였어요. <캐리비안의 해적>이 이상하다는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그 작품을 재미없게 봤고, <해적>이 훨씬 재밌어서 그렇게 말한 거죠. 그게 검색어에 걸릴 줄 몰랐어요."

- <군도> <명량> 그리고 <해무>와도 경쟁을 해야하는 데요. 경쟁작들은 봤나요.
"아직 못 봤어요. 일부러 보지 않은 거죠. <해적>을 알리고 홍보하려면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데 위에 영화들을 보고 혹시나 마음 속에서 열등감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해적>도 그렇고 다른 한국 영화들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

<해적>이 가진 차이점은 다른 영화에 비해 유쾌하다는 점? 12세 관람가라서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볼 수도 있죠. 온 가족이 와서 함께 즐겼으면 좋겠어요. 여름을 맞아 블록버스터 영화를 본다는 기분으로 감상하면 재밌을 거예요(웃음)."

- 차기작은요?
"<히말라야>를 연출하게 됐어요. 황정민 선배님이랑 <댄싱퀸> 이후에 다시 만났어요. 가을과 겨울에는 <히말라야> 준비를 또 열심히 해야죠."

이 배우는 나중에 꼭 다시 만나고 싶다?!
<해적> 산적 춘섭 역의 김원해

"장사정(김남길 분) 옆에서 함께 다니는 '산적 2인자 춘섭' 역할을 해주신 김원해 선배님이랑 나중에 또 뵙고 싶어요. <해적>에서 배역 상 묻혀가는 부분이 많았는데 정말 잘 해주셨어요. 아이디어도 많이 제공해주시고요. (귀띔)유해진 선배님이랑 친구이기도 해요.

<명량>에도 나오시고 앞으로 <타짜2>에도 나오는 등 굵직한 작품에 많이 나오세요. < SNL 코리아 >에도 나오셔서 일반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더라고요. 김원해 선배님이 내년에는 더 바쁠 것 같은데 기회가 닿는다면 함께 또 작품을 하고 싶어요."



해적 손예진 김남길 이석훈 히말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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