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널 사랑해' 공식 포스터.

▲ '운명처럼 널 사랑해' 공식 포스터. ⓒ MBC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이하 '운널사')의 주인공 김미영(장나라 분)은 요즘으로서는 '인간문화재' 격의 착한 심성을 지녔다. 그는 매우 단순한 내용을 가진 이 드라마 속에서 그 선량함을 한껏 빛내고 있는데, 이건(장혁 분)은 그 미덕을 알아본 아주 운 좋은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자연스러운 연기, 고리타분한 소재 매끄럽게 이끄는 일등공신

김미영은 다른 사람의 부탁이라면 그 무슨 일이라도 거절하지 못하는 특징을 가졌고, 그 어떤 의도의 말이라도 곡해해 듣는 법이 없는 순수하고 착한 사람이다. 그것은 때로 판타지로 여겨질 정도의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여자'는 김미영에 아주 적합한 수식어가 되겠다.

'착함'이 결코 미덕이 아닌, 아니 때로는 어리석은 일로 여겨지기도 하는 요즘의 분위기에서 김미영의 심성은 결코 현대적 캐릭터의 요건이 아니다. 다행인 것은 그 전근대적인 느낌과 드라마의 분위기가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다는 것.

사실 <운널사>가 고리타분한 소재를 가졌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주인공 김미영과 이건(장혁 분)의 만남은 우연한 실수로 인한 임신이 매개가 되었고, 재벌가의 후계자인 이건의 깐깐한 집안과 평범하기 짝이 없는 김미영의 조건은 대립과 갈등이라는 익숙한 수순을 밟고 있다.

그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견딜만한 쪽으로 이끌고 있는 것은 바로 장혁과 장나라의 연기다. 장혁은 그에게서 여태 보지 못했던 당혹스러울 정도(하지만 꽤나 유쾌한)의 오버 연기를 펼치고 있는데, 다행스러운 것은 김미영에 대한 사랑의 표현만은 부족함이 없다는 점이다. 장나라 또한 특유의 사랑스러움에 가련함까지 더해 궁극에 달한 '선함'을 제대로 표현해내고 있다.

선량함이 만드는 따스한 느낌, 드라마 계속 보게 만드는 힘

'운명처럼 널 사랑해' 이건과 김미영, 오해로 시작된 두 사람의 사랑은 과연 괜찮은 결말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 '운명처럼 널 사랑해' 이건과 김미영, 오해로 시작된 두 사람의 사랑은 과연 괜찮은 결말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 MBC


재벌가의 후계자와 평범한 집안의 딸, 혼사로 인한 집안 간의 갈등 등, 우려먹기 소재들로 인한 식상함에도 불구하고, <운널사>의 토대를 단단히 만들고 있는 것은 바로 몇몇 특징적 캐릭터들이다. 그 중 가장 눈여겨 볼만한 사람은 바로 김미영인데, 그것은 그가 단순히 착해서가 아니라 선함, 이타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김미영은 과연 이타적인 사람일까? 생각해 보면, 많은 사람들은 그를 이용만 하려 했지 진정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아니었다. 그럼 거절 못하는 성격으로 인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그는 희대의 바보일까? 그 답은 '결코 그렇지 않다'이다. 문제는 김미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그러한 성격적 특성을 마구 이용하는 이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의 선함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운널사>에는 김미영 외에 또 하나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다. 그의 선함과 순수함을 한눈에 알아보고 그 무한한 마음 씀씀이에 반해 속절없이 사랑에 빠져버린 사람, 바로 이건이다. 그는 김미영의 진가를 알아챈 순간, 그 원초적 선량함에 무한으로 이끌리고 만다. 

어쩌면 진부하기 짝이 없는 이 드라마에서 빛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점들이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들을 상대에게서 발견해내고, 그것에서 이득을 취하기보다는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 따스하고 인간적이며 안온한 느낌, 바로 그것이 <운널사>를 계속 지켜보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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