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단법인 에코피스 아시아와 현대자동차는 대표적인 황사발원지인 중국 내몽고(네이멍구)에서 7년째 초원 복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특히 말라버린 호수를 초원으로 복원하는 데 상당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내몽고자치구 시린커러멍 아파카치현 차칸노르(현대 그린 존Ⅰ)에서 활동을 벌였다. 올해부터는 시린커러멍 정란치 인민정부와 공동으로 정란치 내에 있는 마른 호수를 초원(현대 그린 존Ⅱ)으로 복원하는 활동을 진행중이다. 한국에서 선발된 대학생 80명(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이 7월 23일부터 8월 1일까지 초원 복원 활동에 함께 했다. 기자는 이 활동에 동행해 현장을 취재했다. - 기자 말

게르는 유목민족의 이동식 가옥으로, 초원의 또 다른 상징이기도 하다.
▲ 내몽고 초원의 게르 게르는 유목민족의 이동식 가옥으로, 초원의 또 다른 상징이기도 하다.
ⓒ 이철재

관련사진보기


지난 7월 24일, 전날 입국한 일행들은 버스를 타고 중국 베이징 북쪽 만리장성을 지나 내몽고로 향했다. 이동하는 인원만 대학생들과 스태프 등을 포함해 100여 명. 목표지점은 베이징에서 500km 떨어진 내몽고자치구 시린커러멍 정란치 보샤오떼솜이다. 내몽고자치구는 중국 내 몽골인들의 자치구이며, 한반도의 약 5.5배의 면적을 지니고 있다.

우리로 치면 광역지방자치단체에 해당하는 시린커러멍만 해도 면적이 20㎢로 한반도 크기 만하다. 정란치는 시·군, 보샤오떼솜은 읍·면에 해당한다. 정란치는 몽골제국의 역사가 묻어 있는 곳이다. 원의 수도는 대도(大都)인 베이징이었지만, 정란치는 상도(上都)라 하여 여름 수도로 사용됐다.

몽골제국에 '원'이란 국호를 사용하게 하면서, 실질적으로 중국을 통일한 쿠빌라이칸(칭기즈칸의 손자)은 이곳에서 몽골제국의 다섯 번째 대칸으로 선출됐다. 내몽고 초원은 우리에게 다른 이유로 더 알려져 있다. 바로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봄철 황사의 발원지가 바로 이곳이라는 점이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황사는 가을과 겨울에도 불어온다고 한다.

내몽고는 전체적으로 해발 1000m가 넘는 고원지대다. 염분이 높은 호수가 2만여 개에 달한다. 이곳에 염호수가 많은 이유는 뭘까? 이태일 에코피스 아시아 처장에 따르면 예전 이 지역은 바다였다고 한다. 인도 대륙이 아시아 대륙과 충돌하면서 히말라야 산맥이 형성됐고, 그 여파로 바다가 융기되면서 몽골고원이 됐다는 것이다.

말라버린 여의도 15배 크기의 정란치 호수

염분이 많은 내몽고의 호수가 말라버리면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 말라 버린 호수 염분이 많은 내몽고의 호수가 말라버리면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 이철재

관련사진보기


지난 10여 년 동안 내몽고 지역은 강수량이 감소해 호수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지난달 25일 정란치에 위치한 보샤오떼노루('노루'는 '호수'라는 뜻) 현장을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지역 주민 어르그르(39)씨는 "10년 전부터 호수의 물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완전히 말라버렸다"라며 "호수 주변이 사막화되면서 크기가 전보다 넓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평균 강수량 360mm의 보샤오떼 호수. 7월이면 원래 물이 남아 있어야 하고, 주변에 자라난 풀들로 푸르러야 한다. 6월 초 우기에 비가 내리고 나면 8~9월에는 풀이 잘 자랐다는 것이 현지 주민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확인한 호수에선 물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고, 바닥은 쩍쩍 갈라진 채 먼지바람만 일고 있었다. 마른 호수 표면에 하얗게 피어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염호수가 마르면서 발생하는 알칼리 성분이다.

마른 호수의 알칼리성분은 대략 PH 농도 10 정도. 이들이 바람에 날리면서 주변 초지에도 영향을 주는데, 양이 먹을 수 있는 풀들이 고사해 당장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내몽고 현지에서 초원 복원 활동을 총괄하고 있는 박상호 에코피스 아시아 베이징사무소 소장에 따르면 내몽고에는 1999년부터 2011년까지 가뭄이 왔다고 한다. 그 기간 동안 상당수의 호수가 말라버렸다.

지난해 큰 비가 와서 그나마 호수에 일정정도 물이 찼지만, 정란치 내에 있는 호수는 어찌된 일인지 비가와도 금방 말라 버렸다. 박 소장은 "1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비가 내려 호수에 물이 고였지만, 3일 만에 다 말라 버렸다"라며 "그 만큼 지하수위가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

보샤오떼 호수에서 약 1km 거리에서 가축을 방목하고 있는 사랑꺼와(35)씨는 "호수가 마르기 전에는 그냥 땅만 파면 물이 나와서 가축들에게 물을 먹였는데, 지금은 10m 이상 파야 한다"고 말했다. 지하수위 감소는 이 지역뿐만 아니라 내몽고에서 전반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에코피스 아시아 관계자의 설명이다.

원인은 무엇일까? 인간의 산업 활동에 의해 기후가 급격히 변하면서 기상이변으로 비가 적게 온 탓도 있지만, 다른 원인도 있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에게 보샤오떼 호수 주변의 식생 및 생태를 강의하는 이종무 수피아 에코라이프 전임강사는 "원래의 유목문화가 정주문화로 바뀐 것이 하나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유목문화 자체가 초원의 지속가능성을 유지시켜 왔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 지역 유목민들이 5종의 가축을 키운 이유

내몽고의 사막화는 양떼의 먹이인 풀들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 초원의 양떼 내몽고의 사막화는 양떼의 먹이인 풀들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 이철재

관련사진보기


내몽고 주민들은 1980년대부터 중국정부의 정책으로 1인당 1천무(약 20만 평)씩 목축지로 분할 받았다. 분할 받은 토지는 소유권이 아닌 사용권만이며, 내몽고의 다른 지역은 더 넓은 토지를 분할 받기도 했다. 개인별로 분할된 토지는 상호간의 구분을 위해 철조망을 쳐 놓았다.

지역에서는 양 한 마리당 1년에 필요한 초지 면적을 4천 평으로 계산하는데, 이 기준으로 볼 때 분할된 토지에서 예전처럼 목축을 하기엔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낙타, 말, 소, 염소, 양 등을 함께 기르던 유목 생활은 돈이 될 수 있는 소, 양 위주의 정주형 목축 생활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박상호 소장은 "수 천 년 동안 이 지역 유목민들이 5종의 가축을 키운 이유가 있다"며 "가축들이 서로 좋아 하는 풀들이 달라 초원을 건강하게 유지 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낙타는 가시가 있는 풀을 좋아해 다른 풀들이 자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가축 종류가 줄어들면서 특정 풀들이 번성했고 초원이 퇴화하는 경향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유목민들이 적절한 가축을 적절한 시기에 방목해서 풀을 관리해줬다는 것으로, 박 소장은 "(정주하게 되면서) 2000년 동안 쌓여온 지식이 사라지고 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유목 문화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초원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내몽고 초원이 쇠퇴하면 더 많은 황사가 우리나라에 불어올 것이며,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코피스 아시아와 현대자동차는 현재 알칼리 토양에서 자랄 수 있는 식물인 감봉(나문재)을 정란치에 식재해 마른 호수를 초원으로 되돌리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시린커러멍 아파카치현의 마른 호수 12만무(약 2400만 평)에 감봉, 감모초 등을 식재해 푸른 호수로 바꾼 바 있다.

"탁월하다", "기적과 같다"... 긍정적인 중국 현지 평가

초원이 분활되면서 광대한 지역에 철조망이 세워졌고, 초원을 지속가능하게 만들었던 유목민의 지혜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 초원을 가르는 철조망 초원이 분활되면서 광대한 지역에 철조망이 세워졌고, 초원을 지속가능하게 만들었던 유목민의 지혜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 이철재

관련사진보기


이들의 활동에 대한 중국 현지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2011년 중국 중앙부처 차관 및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한 마른 호수 초원 복원 활동에 대한 평가 자리에서 "탁월하다", "기적과 같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박상호 소장은 지난해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중국 환경단체(TNC : The Nature Conservancy 대자연보호협회) 등이 선정하는 '생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로 정란치 인민정부가 에코피스 아시아와 현대자동차를 초청해 관내 마른 호수 복원 사업 MOU를 맺기에 이르렀다. 에코피스 아시아와 현대자동차는 호수 복원 사업과 함께 유목 및 초원 문화를 알리는 활동도 벌이고 있다. 이태일 처장은 "이 지역이 왜 사막화 됐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지역의 현재 상태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해피무브 글로벌 봉사단 학생들은 오전에는 감봉 식재를 위한 사장(바람장벽) 작업을 펼치고, 오후에는 몽골 및 유목 문화 체험을 한다. 또한 8월 초부터는 중국 베이징 대학생들을 대상으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하수를 퍼올려 가축에게 물을 주고 있는 보샤오떼 호수 주변 주민에 따르면 보샤오떼 호수가 마른 이후부터 지하수를 더 깊게 파야 한다고 한다.
▲ 가축 물 공급 시설 지하수를 퍼올려 가축에게 물을 주고 있는 보샤오떼 호수 주변 주민에 따르면 보샤오떼 호수가 마른 이후부터 지하수를 더 깊게 파야 한다고 한다.
ⓒ 이철재

관련사진보기


(*관련기사 계속)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blog.naver.com/ecocinema)에도 올립니다.



태그:#내몽고, #초원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강/유/미' 세상을 꿈꿉니다. 강(江)은 흘러야(流) 아름답기(美) 때문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