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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30일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에서 60.6%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이날 오후 10시 10분께 당선이 확정되면서 권 후보는 꽃다발을 받았지만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 권은희, 꽃다발 들었지만...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30일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에서 60.6%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이날 오후 10시 10분께 당선이 확정되면서 권 후보는 꽃다발을 받았지만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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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수사팀 책임자로서 진실을 알려왔던 저는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사직합니다."

지난 6월 30일, 경찰을 사직하며 남긴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소감문이다.  7·30 재보궐 선거 출마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과 경찰 윗선의 수사 외압 폭로의 진상 규명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그가 새정치민주연합(아래 새정치연합) 소속 국회의원(광주 광산을)이 됐다.

앞서 출마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본질이 흐려진다, 국기 문란 사건이 정치적 논쟁으로 격하된다는 등의 논란이 일었다. 불익을 감수하고 진실을 밝히려 애쓴 노력과 진정성도 훼손된다고 했다. 이를 불식시키고 진상 규명을 위해서 앞으로 국회 의정활동이 중요하다.

금배지를 단 그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경찰 윗선의 수사 외압폭로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까. 지난해 국회 국정원 사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와 국정감사를 실시했지만,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빠졌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수사 당사자로서 권 의원의 역할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초기 수사 담당자였던 권 의원은 지난해 4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수사를 은폐·왜곡을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1, 2심 법원은 권 수사과장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며 김 전 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 뒤, 그는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결과"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검찰의 상고로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안행위 희망하지만... 당 비상 상황에서 배려 가능할까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광주 광산을 국회의원 예비후보가 15일 오후 1시 광주 광산구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섰다. 개소식에는 김한길 공동대표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와 지역 국회의원, 광주·전남 지역의 광역·기초의원 및 당원, 광산구 주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김한길 대표가 권 후보에게 '필승'이라고 적힌 액자를 선물하고 있다.
▲ '필승' 액자 든 권은희-김한길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광주 광산을 국회의원 예비후보가 15일 오후 1시 광주 광산구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섰다. 개소식에는 김한길 공동대표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와 지역 국회의원, 광주·전남 지역의 광역·기초의원 및 당원, 광산구 주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김한길 대표가 권 후보에게 '필승'이라고 적힌 액자를 선물하고 있다.
ⓒ 권은희 후보 선거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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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는 상임위 배정에 달려 있다. 권 의원은 경찰청을 소관 부처로 하는 안전행정위원회(아래 안행위) 배정을 희망하고 있다. 안행위는 안전행정부를 비롯해 경찰청과 산하 지방경찰청을 상대로 자료 제출과 조사권, 감사권을 갖는다. 국민의 대표로서 경찰을 감시하고 관련 법안을 심의, 발의한다. 경찰 경력 9년의 전문가로서 그는 안행위 위원으로서 적임자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안행위 정원은 만석이다. 안행위 위원 정수는 22명으로 여야가 각각 11명씩 동수로 구성돼 있다. 위원장은 진영 새누리당 의원이며 새정치연합이 10명, 비교섭단체 몫으로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배정돼 있다. 안행위 배정을 위해서 같은 당 위원이 사임하고 대신 권 의원을 배정하는 방법이 있다.

이같은 방법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상임위별로 오는 8월 하순부터 예정된 국정감사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변화는 당내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또 김현, 진선미, 임수경, 김재연 의원 등 여성 위원 수도 많은 편이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현재로서는 안행위에서 활동하고 싶은 뜻을 가지고 있다"면서 "현재 국회 안행위에 공석이 없어서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새정치연합 측에서는 경찰, 국정원 등 공권력 '저격수'로 권 의원을 활용할 가치가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한길 전 대표가 직접 전화로 설득해 출마에 나선 만큼 상임위 배정에 배려해 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더구나 최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 발견을 두고 경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경찰 전문가로서 그의 활용도는 높은 편이다.

올해 안행위는 10월 2일과 7일,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안행위 소속이 된다면 권 의원의 활약은 두 국감에서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권 의원의 상임위 배정은 8월 초에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방안에 말 아꼈지만... 국감에서 폭발력 존재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왼쪽)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앞)이 국정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권은희-김용판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왼쪽)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앞)이 국정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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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의원은 구체적인 진실 규명 활동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당 지도부가 사퇴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데에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해 당선 직후 한 차례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31일, 광주CBS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국회의원의 폭넓은 조사와 감사 권한으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1, 2심 판결의 사실 인정이나 증거 가치, 법률 적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겠다"며 "구체적인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말하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여기서 문제제기란 경찰 윗선의 외압 의혹과 관련된다. 1, 2심 재판부는 그의 진술에 대해 "객관적 사실이나 다른 증언들과 엇갈린다"며 "신빙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앞서 열렸던 국정조사 청문회와 국정감사에서 거듭 김용판 전 청장의 수사 축소, 은폐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해왔다. 하지만 나머지 경찰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권 의원은 자신의 증언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자료와 추가 진술 등을 확보하는 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는 9월 1심 선고를 앞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도 수사 책임자로서의 역할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한 안행위 위원측 관계자는 "국회에 들어가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어 보이지만 초선 의원으로서 의원 활동에 쉽지 않은 점들이 있다"며 "권 의원은 대정부 질문, 브리핑, 면책특권, 보좌진 운영 등 의원으로서의 권한을 활용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변호사와 수사과장의 경력이 있기에 의지만 있다면, (진상규명이) 가능하지 않겠나"며 "권 의원이 하기 나름이며 당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 있게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 의원의 임기는 1년 8개월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도 있는 시간.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는 용기를 국회의원과 바꿨다는 비판에 맞서 자신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1일 현재 권 의원은 지역구인 광주에서 의정 활동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권은희, #국정원 대선 개입,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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