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근육이 위축돼 수년 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희귀질환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해 미국루게릭협회(ALS)가 시작한 캠페인 '아이스 버킷 챌린지'. 얼음물이 가득 찬 양동이를 머리 위에 쏟아 붓는 동영상이나 사진을 SNS에 올리거나 ALS에 100달러를 기부하고, 이에 동참할 3명을 지목하는 모금운동이다.

빌 게이츠, 리오넬 메시, 레이디 가가 등 세계 유명인을 비롯해, 한국에서도 류현진과 같은 스포츠 스타들과 조인성·최민식·유재석·최지우 등 연예인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참여하는 당사자가 의도하든 그렇지 않았든, 다소 뻔한 홍보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예인이 아닌 한 참가자는 본인의 아이스 버킷 챌린지 영상을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언급하기도 했고, 가수 이켠은 "유행처럼 아이스 버킷 챌린지 동영상이 올라온다"며 "다들 재미 삼아 즐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후 이켠은 "생각이 짧았다"고 입장을 바꾸며 캠페인에 동참했다.

선행보다 속옷이 화제가 되는 캠페인이라면?

시크릿의 멤버 전효성의 '아이스 버킷 챌린지' 참여 사진  캠페인 참여 과정에서 검은색 속옷이 드러나 화제가 되고 있다.

▲ 시크릿의 멤버 전효성의 '아이스 버킷 챌린지' 참여 사진 캠페인 참여 과정에서 검은색 속옷이 드러나 화제가 되고 있다. ⓒ 전효성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하지만 이 캠페인이 이름처럼 '챌린지', 도전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참여 영상을 선정적으로 해석하거나 여름의 막바지에 그저 시원하게 얼음물을 끼얹으며 도심에서 휴가를 즐기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진정 루게릭병에 걸린 사람들의 상황을 이해한다면, 얼음물을 맞고 소리 지르고 방방 뛸 수 없을 것이다.

그룹 시크릿의 전효성의 아이스 버킷 챌린지 영상은 취지와는 다른 의미로 주목을 받았다. 그룹 포미닛의 권소현으로부터 지목을 받은 전효성은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캠페인 참여 영상을 공개했다. 흰 티셔츠를 입고 얼음물을 맞는 과정에서 검은색 속옷이 비쳤고, 이를 전하는 기사들은 '아찔' '속살 몸매' '검정색 속옷이 드러나는 섹시 버전' 등의 제목을 달았다. "속옷 다 보이네" "물 맞아도 예쁘다"고 했다는 알 수 없는 누리꾼들의 반응도 덧붙였다.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들을 돕자는 취지에서 진행되는 캠페인을 '속옷 노출'로 엮는 것은 참 천박해 보인다. 당사자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선행이 홍보에 이용되는 모습은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런 식의 보도는 캠페인에 참여한 당사자에게도 마냥 도움이 되는 기사는 아닐 것이다.

참고로 필자의 외조부는 루게릭병과 유사한 파킨슨씨병으로 10여 년간 투병하다, 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감기에 걸렸는데 그것이 폐렴이 되어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주위에 이러한 질환으로 하루하루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마냥 웃으며 동영상 촬영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루게릭병 환자들을 위한 모금 운동'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게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진행되기를 바란다면, 참가자들은 얼음물만 뒤집어쓰고 소리 지르며 좋아할 것이 아니라, 100달러가 아닌 단 얼마라도 기부를 했으면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뻔한 홍보가 아닌 기부 활동의 홍보는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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