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타이어 사측이 회사에 비판적인 성향의 노동자가 노조 대의원으로 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회사측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문건에는 사측에 우호적인 노동자들이 대의원에 대거 당선되도록 하기 위해 노조 대의원 선거 공약 작성에까지 관여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측은 "문건의 진위여부 등을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가 한국타이어 관계자들로부터 단독 입수한 문건에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사측이 올 상반기에 있었던 노동조합 대의원 선거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사측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에는 지난 4월 대전공장에서 있었던 노조 대의원 선거와 관련, 사내 약 100명에 이르는 팀장급과 주임급 등의 중간관리자들에게 시달한 역할 분담 내용이 들어있다.

자료 제목은 '2014년 한마음 행사준비'. 하지만 문건 내용을 보면 중간관리자들에게 (노조 대의원) 선거구별 3개년 득표율 분석과 선거구별 예비후보, '직추위(한국타이어 노동조합 직선제 추진위원회)' 및 돌발 출마자 등 특이사항, 선거구별 득표전략 등을 보고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는 회사 친화적 노조 관리를 위해 사측에 우호적인 후보자들의 당선을 돕고 비판적인 후보자들을 낙선시키려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키워드는 부적응 사원 출마 대응"... 직원들 성향 O, X, △로 파악 지시도

한국타이어 사측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2014 한마음 행사준비' 문건 표지. 제보자들은 문건의 '2014 한마음 행사 준비'는 올해 4월부터 개최한 '노동조합 대의원 선거 준비'를 의미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사측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2014 한마음 행사준비' 문건 표지. 제보자들은 문건의 '2014 한마음 행사 준비'는 올해 4월부터 개최한 '노동조합 대의원 선거 준비'를 의미한다고 말하고 있다.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제보자들은 문건의 '2014 한마음 행사 준비'는 올해 4월부터 개최한 '노동조합 대의원 선거 준비'를 의미하고 '직추위'는 '한국타이어 노동조합 직선제 추진위원회'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한국타이어 노조위원장은 노조 대의원들에 의해 간선으로 선출한다. 임금협상 등도 조합원 총회(조합원 약 4600명)를 거치지 않고 위원장 직권으로 조인하고 있다.  노조위원장 직선제를 요구해온 '직추위'는 올해 3월 경부터 '한국타이어 민주노조 희망연대'로 전환돼 현재 민주노조 성향의 노조지회 설립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문건의 작성 시기는 여러 정황상 '직추위'가 조직전환을 하기 이전인 지난해 말경으로 보인다.

해당 문건의 공지사항에는 키워드를 '부적응사원 전원 출마'에 따른 대응으로 규정하고 에상득표율과 당선을 위한 전략 등을 마련해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팀별 부적응 사원 관련 자료 작성을 위한 동향자료를 제공해달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해당 문건의 공지사항에는 키워드를 '부적응사원 전원 출마'에 따른 대응으로 규정하고 에상득표율과 당선을 위한 전략 등을 마련해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팀별 부적응 사원 관련 자료 작성을 위한 동향자료를 제공해달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문건은 "이번 행사의 키워드는 부적응 사원 전원 출마 및 통상임금 소송자"라며 팀장들에게 "그들의 영향력 행사를 집중 분석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부적응 사원'은 현재 민주노조 설립을 추진 중인 당시 '직선제 추진위원회'(직추위) 소속 노동자들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부적응 사원'(직추위)과 통상임금 소송 참여자들이 대거 노조 대의원 선거에 출마한 데 대한 사측의 대응 방안인 셈이다.

문건은 또 "노경협력팀에서 팀별 부적응 사원 자료를 작성할 예정"이라며 "해당 팀에 (이들의) 최근 동향을 제공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사측이 사내 중간관리조직을 통해 전 사원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해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건에는 보고 양식을 제시하고 작업라인별 직원들의 성향을 O,△,X로 파악해 보고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또 각 주체별로 목표와 주 단위로 만난 날짜 및 횟수, 이를 통한 최종적인 직원 성향까지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문건에는 보고 양식을 제시하고 작업라인별 직원들의 성향을 O,△,X로 파악해 보고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또 각 주체별로 목표와 주 단위로 만난 날짜 및 횟수, 이를 통한 최종적인 직원 성향까지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실제 문건에는 작업라인별 직원들의 성향을 O, X, △로 파악해 보고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또 각 주체별로 목표와 주 단위로 만난 날짜 및 횟수, 이를 통한 최종적인 직원 성향까지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팀장은 '후보자 미팅', 주임·반장은 '부동표 관리'

문건에는 선거구별 득표전략은 물론 후보자는 물론 중간관리자들의 월별 득표를 위한 역할분담 내용까지 예시하고 있다.  대의원 선거 직전인 3월에는  팀장은 '후보자 미팅', 주임과 반장은 '부동표 관리', 후보자는 '분임조원(관리)'로 돼 있다.
 문건에는 선거구별 득표전략은 물론 후보자는 물론 중간관리자들의 월별 득표를 위한 역할분담 내용까지 예시하고 있다. 대의원 선거 직전인 3월에는 팀장은 '후보자 미팅', 주임과 반장은 '부동표 관리', 후보자는 '분임조원(관리)'로 돼 있다.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문건에는 노경협력팀과 협의해 선거구별 분위기에 따른 맞춤형 공약을 개발하도록 하고 득표 전략과 함께 매월 팀장, 주임, 반장, 후보자별로 역할을  분담하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지난 3월에 해당하는 역할분담표에는 팀장은 '후보자 미팅', 주임과 반장은 '부동표 관리', 후보자는 '분임조원(관리)'라고 돼 있다.

이 밖에도 "예비스타(아직 당선되지 않은 대의원 후보) 당선을 위한 눈높이 전략을 고민해 공장장 보고시 반영", "경쟁자 공약 사전 예측 대비 및 대응전략 수립" 등을 지시하기도 했다. 사측이 특정 노조 대의원 후보의 당선을 위한 공약개발은 물론 특정 후보자의 낙선을 위한 대책수립 과정까지 '진두지휘'했음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특히 "팀별 부적응 사원 관련 자료는 노경협력팀에서 작성할 예정이니 최근 동향을 제공해 달라"고 밝혀 특정 노동자에 대한 감시 및 동향 보고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관련 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81조)에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다.

사측 "문서 진위 여부 확인 중"... 제보자 "추가 문건 제시할 것"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문건의 진위여부 등을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 제보자들은 "분명히 사측이 작성해 배포한 문서"라며 "이를 뒷받침하는 추가 문건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타이어 노동조합은 지난 4월 선거를 통해 노조 대의원 63명을 선출했다. 이중 민주노조 설립을 추진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10여 명이 출마했지만 모두 4명이 당선되는데 그쳤다.


태그:#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노조대의원선거, #부당노동행위, #노동조합
댓글2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7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