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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인문학 잡지 <상상> 창간호. 오는 27일 창간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다.
 대전지역 인문학 잡지 <상상> 창간호. 오는 27일 창간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다.
ⓒ 대전시민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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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부활을 노래하고 있지만 손에 잡히는 실천가들을 찾기는 어렵다.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매년 높아지고 있지만 지역민의 삶에서 시대정신을 찾아내 기록하는 인문학 잡지를 만나기는 더더욱 어렵다. 

이런 가운데 대전지역 인문학 잡지 창간호 <상상>(더 좋은(上上) 삶을 위하여 서로(相相))이 발간됐다. <상상>은 대전시민아카데미가 만들었다. 대전시민아카데미는 지역에서 일찍부터 인문학의 부활을 위해 묵묵히 움직여온 몇 안 되는 실천가들의 모임이다.

<상상>은 인문주의의 공간과 대상까지도 지역과 지역민에 두고 있다. 수백 쪽에 이르는 <상상>은 창간호이지만 처음은 아니다. 2년 전 동일한 문제의식과 비슷한 분량으로 창간 준비호를 낸 바 있기 때문이다.

준비호에 이은 창간호가 늦어진 건 순전히 이 단체의 지나친 진지함 때문이다. 좀 더 다양한 사안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자 하는 욕심과 본연의 인문학 강좌 등에 꽂혀 늦둥이 창간호를 내게 됐다. 이 단체의 문국모 대표가 잡지 창간을 준비하는 와중에 세상을 뜬 것도 더딘 작업의 요인이 됐다.

공들여 담아낸 <상상>속에는 잘 익은 알곡이 그득하다. 우선 기획특집으로 다룬 우금치 류기형 예술 감독과의 대담 <마당극패 우금치>가 눈에 띈다. 우금치의 눈으로 본 지역문화 분석이 흥미롭다. 대전의 칼국수 역사를 다룬 <대전의 칼국수 전쟁>과 <대청호를 통해 본 한국 근현대사>(오수용)는 지역민의 삶과 공간을 한편의 이야기로 엮고 있다.

'전국 최초의 시민대학'을 표방하고 운영 중인 대전시민대학을 보는 시선(노현승) 글에는 "인문학이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또 다른 소비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비판과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의 현황을 알기 쉽게 짚은 <국가는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가>(임재현)와 <니사 Nisa로 본 인류학적 상상력>(김도균)은 인문학의 주제가 인간의 삶임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진보적 지방정치 100년 사를 다룬 <지역에서 세상을 바꾼다>(장석준)와 <외로운 늑대, 핀란드 사람들은 어떻게 연대하게 되었을까>(장수명), <유고 내전의 역사와 발칸의 도시들>(김정수)들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아야 하는가를 설명해주고 있다.

<극장에서 예술영화를 본다는 것>(오세섭)에서는 예술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를 비롯 향유법, 대전에서 예술영화를 보는 장소까지를 망라한 안내서라 할 만하다. 이 밖에도  <과학에 대한 좌파적 시선 엿보기>(김민수),<송라인>(손주영),<혈액형이 어떻게 되세요?>(김기돈),<우리 아이들의 글 읽기가 위험하다>(김동석),<불타는 협동조합 분투기>(이세연) 등은 잡지를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특히 말미에 실린 <아아! 문국모 선생님!>(정지강) 제목의 회고 글은 잠깐 잊었던 아니면 몰랐던 사람의 삶의 통해 살아 있는 사람들의 삶을 돌이키게 한다.

신명식 대전시민아카데미 대표는 창간사를 통해 "인간 그 자체와 삶에 대한 관심 외에 인문주의가 기울여야 할 더 중요한 대상이 어디 있냐"며 "인간과 그 삶에서 근원과 현상 가능성을 묻고 소외된 지역에서 삶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삶을 연명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면서도 "지역은 삶의 가능성을 복원하는 힘을 발견하는 출발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연 2회 발간되는 <상상>은 지역을 기반한 인문잡지를 표방하며 향후 계간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전시민아카데미는 오는 27일 수요일 저녁 7시 평송청소년문화센터 야외무대에서 창간 기념식 겸 후원회를 열 예정이다. 이 단체의 강명숙 사무국장은 "창간 기념식에 참가하거나 사무실로 연락을 주면 누구나 두툼한 잡지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귀띔한다. (잡지신청 및 참여문의/042-489-2130, tjca@hanmail.net)


태그:#대전시민아카데미, #인문학 잡지, #상상, #창간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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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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