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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네번째)이 12일 서울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 합동브리핑에서 서비스 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의견이 다르다면 열띤 논쟁을 주저하지 않아야 하고 장애물이 있다면 돌파해야 한다"며 유망 서비스업 투자 활성화 대책과 관련해 이해관계자 등의 논란이 있더라도 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네번째)이 12일 서울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 합동브리핑에서 서비스 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의견이 다르다면 열띤 논쟁을 주저하지 않아야 하고 장애물이 있다면 돌파해야 한다"며 유망 서비스업 투자 활성화 대책과 관련해 이해관계자 등의 논란이 있더라도 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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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지난 12일 제 6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보건의료, 교육, 관광 등 서비스산업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는 특히 보건의료부문에서 강력한 규제완화를 선언했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보건의료부문 규제완화 정책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도 영리병원 추진, 메디텔을 비롯한 영리자회사 규제완화, 해외환자유치 및 해외의료투자를 위한 특별법 제정, 의과 대학의 기술지주회사 허용을 통한 영리자회사 설립허용, 임상시험 규제완화를 통한 신의료기술평가 무력화 등이 있다.

우선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형식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기존의 규제완화 정책에 대한 국민적 토론이나 합의없이 또다시 (한층 더한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규제완화 정책이 막무가내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6차 투자활성화 대책, 불통정치의 표본

이미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2월 13일 발표한 제 4차 투자활성화 계획을 통해, 영리자회사 허용, 부대사업확대, 의료법인 인수합병허용, 약국영리법인 허용, 신의료기술평가 간소화, 원격의료추진 등을 밝혀 전면 의료민영화 추진 논란에 빠져 있다.

의료민영화 반대 온라인 서명운동 누리집
 의료민영화 반대 온라인 서명운동 누리집
ⓒ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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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중에서도 '부대사업확대'와 '영리자회사 가이드라인'은 정부가 지난 6월 지방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강행 의지를 밝혀, 의료민영화저지투쟁 2라운드를 불러왔다. 그 결과 의견 수렴 마지막날인 7월 22일, 온라인에서만 8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반대한다'는 청원을 올리고, 보건복지부에는 10만여 건의 의견서가 제출되어, 그 답변에만 몇 개월이 소요된다고 밝힌 상황이다.

또한 정부의 부대사업 확대 시도는 사실상 의료법상 규정하고 있는 '환자 및 병원종사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범위를 심하게 넘어 선 것으로 행정독재란 비난마저 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보다 더한 규제완화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국민적 여론을 무시하는 행위이며, 불통정치의 표본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이번 투자활성화 대책은 각각의 문제점이 너무 많아 일일히 거론하기조차 힘들다. 그런데 무엇보다 황당한 것은 정부 스스로 기존의 주장을 뒤엎는 '자기부정'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도입 문제부터 보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해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도입을 주장하며, '중소병원의 경영난'을 핑계로 내밀었다. 그래서 영리자회사를 허용할 수 있는 병원은 결코 대형병원이 아니라고 각종 토론프로그램에 나와 항변했다.

자기부정도 서슴지 않는 정부, 대폭 규제완화

그런데 8개월 만에 생각이 달라졌다. 대형병원에게 기술지주회사를 허용해 주겠으니 영리자회사를 차리란다. 대형병원 의료진이 충분한 동기가 없어 의료특허 및 의료기기, 신약개발에 한계가 있다는 게 주된 이유이다. '중소병원 경영난'을 이유로 영리자회사를 도입하겠다더니, 이제와 (대상이 아니라던) 대형병원에도 허용해주겠다는 걸 어찌 봐야 할까.

또 하나는 불과 2개월 남짓 발표된 부대사업 확대안에 관한 것이다. 정부는 '환자와 의료인의 진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은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간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이 건강기능식품 판매의 문제점을 수차례 제기하면서 반영된 문구였다.

그런데 불과 2개월도 안 되어 의료법인 자법인이 수행할 수 있는 부대사업 범위를 '건강기능식품·음료 연구 개발'까지 확대하겠단다. 판매업이 개발업으로 바뀐다고 '진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 만한 사실이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말장난을 하는 건가.

* 6월 11일 부대사업확대 시행규칙 정부발표 중 부대사업을 제외한 근거
⑤ 한편, 환자와 의료인의 진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판매업, 의료기기 구매지원은 이번 부대사업 확대에서 제외함
- 따라서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은 건물임대를 통해 제3자가 사업을 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음

* 8월 12일 6차 투자활성화 계획 중 자법인 수행사업확대, 부대사업 확대안
해외환자 유치, 연관사업 등 종합서비스 제공을 위한 자법인 추진
→ 의료법인 자법인이 수행할 수 있는 부대사업 범위를 건강기능식품·음료 연구 개발까지 확대(의료법 개정, 14년도 하반기)

국민 건강 안중에도 없는 정부, 이래도 되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을 비롯한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250여 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3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의료민영화, 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재벌만 배 불리는 의료민영화 중단하라"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을 비롯한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250여 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3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의료민영화, 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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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영리병원 건은 더욱 황당하다. 정부 스스로도 지난해 8월, 어떤 의료 업적과 진료 실체도 없는 중국계 CSC의 '싼얼병원' 설립을 불허했다. 게다가 이 병원의 투자 실체는 중국에서 이미 지난해 부도가 나고, 최고경영자는 구속까지 된 상태라고 한다. 이런 병원을 국내 1호 영리법원으로 지정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거기다 지난해 메디텔(의료관광호텔)을 문화관광부 시행령으로 도입할 당시, 정부는 여러가지 부작용이 우려되어 메디텔과 병원은 별도에 건물에만 허용한다 했다. 그런데 불과 1년도 안 되어 (그런 부작용이 사라질 리도 없는데) 한 건물 안은 물론이고, 병원과 한층이라도 격벽만 설치되면 허용한다고 한다.

이쯤되면 정부가 도입하려는 정책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정부 스스로 자신들이 과거에 어떤 주장을 했고, 어떤 논리를 폈는지 알고는 있는 건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심지어 이 정부는 돈만 벌 수 있다면 모든 규제를 풀어버리겠다고 작정이라도 한 건가. 자기부정을 하면서까지 국민건강은 안중에도 없는 이런 정부를 어떻게 봐야 할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이자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입니다.



태그:#6차 투자활성화, #의료민영화, #영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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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집행위원, 재활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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