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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을만큼 작은 꽃이다.
▲ 중대가리풀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을만큼 작은 꽃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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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중에는 너무 작아서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꽃들이 있습니다. 너무 작아서 꽃의 모양으로 이름을 지어주기 보다는 열매나 혹은 줄기의 생김새로 이름을 붙여주다 보니 그다지 예쁜 이름도 아닙니다.

흔하디 흔한 잡초 중에 중대가리풀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데, 기사 본문의 '0'자 정도 크기의 열매가 줄기마다 둥글둥글 맺혀있습니다. 그냥 밋밋한 열매처럼 보여서 '중대가리'를 닮았다고 붙여준 이름입니다. 그런데, 열매가 익기 전의 모습을 보면 그 작은 '0'자에 활짝 피어난 꽃들만 세어보아도 족히 열송이는 피어있습니다. 그것도 전체에 핀 것이 아니라 일부에 핀 것이니 이 꽃이 얼마나 작은지 상상이 가시는지요?

그래서 제법 꽃을 안다고 하시는 분들도 이런 작은 꽃의 모양은 쉽게 볼 수 없습니다.

작은 것도 서러운데 이름도 서럽다.
▲ 땅빈대 작은 것도 서러운데 이름도 서럽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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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을 마친 후, 열매가 되는 단계로 접어든 땅빈대
▲ 땅빈대 수정을 마친 후, 열매가 되는 단계로 접어든 땅빈대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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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와 이파리가 땅으로 기면서 자라는 땅빈대 역시도 중대가리풀보다는 꽃이 크지만 열매에 비하면 꽃이 너무 작아서 꽃의 존재를 미처 알지 못하고 지나치게 되는 꽃입니다.

게다가 이름도 '땅빈대'에다가 길가 가장 낮은 곳에 온 몸을 붙이고 피어나 짓밟히기 일수입니다. 그래도 생명력이 얼마나 끈질긴지, 무더운 여름 날 보도블럭 사이 작은 흙에 뿌리를 내리고 이파리와 줄기가 보도블럭 위를 타고 천연덕스럽게 자기의 영역을 낣혀갑니다.

못생긴데다가 작고 낮은 곳에 자라지만, 생명의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꽃입니다.

작은 것도 모자라 이파리 아래서 땅을 향해 피므로 어지간해서는 보이지 않는다.
▲ 여우구슬 작은 것도 모자라 이파리 아래서 땅을 향해 피므로 어지간해서는 보이지 않는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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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우구슬이라는 꽃이 있습니다.

꽃과 열매가 이파리 줄기 아래에 자라기 때문에 위에서 바라보면 열매나 꽃을 볼 수 없습니다. 쪼그리고 앉아서 이파리를 들춰서 봐야 겨우 열매가 보입니다. 원줄기부터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기 때문에 원줄기 근처의 열매는 '0'자 만하고, 원줄기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열매가 작아지고, 이파리 끝부분에는 열매인지 아닌지 작은 점 같은 것이 있지요. 그런데 그게 꽃이랍니다.

그 작은 꽃이 수정을 마치고 작은 열매에 가려있는 모습이라니....
이렇게 작은 꽃들은 벌이나 나비가 찾아올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작은 곤충들을 유인하여 수정을 하기도 하고, 아예 짓밟히는 방법을 통해서 암술과 수술이 수정을 하기도 합니다.

작고 못생긴 풀꽃들의 생존전략은 어쩌면 우리네 사람들이 모습과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직은 마디마다 작은 꽃을 달고 피어납니다.
▲ 마디풀 직은 마디마다 작은 꽃을 달고 피어납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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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나름 예쁜 꽃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 아무리 예쁘고 완벽한 꽃이라도 제대로 보이질 않으니 그 존재는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나 보일 뿐입니다.

그냥 보이지 않는다고 꽃도 아니라고, 꽃을 보지 못했다고 꽃도 없다고, 여기저기 피어난다고 잡초취급하는, 그런 별 볼일 없는 꽃입니다. 지금은....

'지금은'이라고 한 이유는 아직 우리가 이 작은 풀꽃들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너무 많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난 뒤에나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된다면 허망하겠지요.

우리 곁에 있는 작은 사람, 사회적인 약자들....그 모든 사람들, 그들의 깊은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들을 냉대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들을 못살게 구는 불의한 자들과 한 편이 되어 그들을 아프게 하는 현실 속에서 이 작아도 못생겼어도 낮은 곳에 피어나는 꽃들은 희망입니다.

꽃 한 송이는 작은 이슬방울 하나도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작다.
▲ 큰물퉁이 꽃 한 송이는 작은 이슬방울 하나도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작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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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꽃들 옹기종기 모여 피어나, '나도 꽃'이라고 외친다.
▲ 큰물퉁이 작은 꽃들 옹기종기 모여 피어나, '나도 꽃'이라고 외친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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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법 큰 꽃을 보여드릴까요?
육안으로도 '하얀 색이 있네 정도'는 알 수 있을 크기입니다. 그것이 꽃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을 만큼의 꽃이지요. 그러나 가만 들여다 보기 전에도는 꽃술도 피어나기 전의 꽃모양도 보이지 않습니다.

물퉁이과의 꽃이지만, '큰'이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키와 이파리만 컸지 꽃은 작습니다. 꽃 한 송이에 이슬 한방울 제대로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꽃이지요.

아마도 오늘 소개해 드린 꽃들은 '꽃 좀 안다'고 하시는 분들에게도 생소할 것입니다. 이런 꽃들을 제가 어디에서 만났을까요? 도심의 작은 공원 한 구석에서 만난 것들입니다. 그것도 풀이 우거진 곳이 아니라, 보도블럭 틈이나 살라진 시멘트 사이에서 자란 것들이지요.

이 작은 꽃들을 보면서, 작지만 완벽한 꽃들을 보면서 저는 우리 사는 세상의 작은 사람들을 생각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그토록 척박한 상황 속에서도 자기의 삶을 피워내려고 애쓰는데 짓밟는 일은 없어야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세상은 흔쾌하게 '사람사는 세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쉽지 않습니다. 다들 미친 것 같습니다. 정신병동에 가야할 이들이 날뛰는 세상인듯하고, 상식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이 미친 사람취급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쁜 꽃보다 차라리 짓밟히면서도 끝내 꽃 피워내는 작고 못 생긴 꽃들을 보면서 위로를 받는가 봅니다.



태그:#중대가리풀, #여우구슬, #땅빈대, #큰물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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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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