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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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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한국 만화계는 '웹툰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현재 약 150편의 웹툰을 연재하는 네이버의 경우 하루 620만 건에 달하는 조회수를 올리고 있고, 누적 조회수만 290억 회에 이른다. 여기에 약 90편의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 다음과 약 35편을 연재하고 있는 네이트 등 다른 웹툰 서비스 독자 수까지 합하면 국내 웹툰 독자는 약 2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독자의 저변만으로 볼 때 과거 출판 만화 시대에 비해 크게 확장된 셈이다.

하지만 웹툰이 대형 포털을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독자들은 '웹툰은 공짜'라는 고정관념을 갖게 됐다. 이 고정관념으로 인해 웹툰의 유료화는 다른 콘텐츠 시장에 비해 진통이 컸다. 또한 웹툰 생태계가 포털에 종속된 형태로 발전함으로써 포털 시장의 환경 변화에 비해 서비스의 존폐가 결정되는 등 고질적인 불안을 내포하고 있다.

오랫동안 만화계는 무료 시장이 가진 구조적 취약함을 지적하면서 유료 서비스 개발의 필요성을 호소했지만, 대형 포털에서 유료화 전환을 도모했을 뿐 자생적 서비스 개발의 길은 멀어 보였다. 그러나 1년 전 등장한 '레진코믹스'의 유료 웹툰 서비스를 시작으로 웹툰계는 전환기에 접어든 듯하다.

저작권과 '웹툰 유료화'

한국에서는 '웹툰은 공짜'라는 인식이 강하다.
 한국에서는 '웹툰은 공짜'라는 인식이 강하다.
ⓒ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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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인터넷망이 보급되고부터 우리 생활의 많은 것이 변했다. 그중 문화콘텐츠 영역은 창작자의 권리의 문제를 놓고 다소 격동적인 변화를 겪었다. 논란의 핵심은 불법 복제였다. 음악·영화·방송·도서 등 디지털 유통이 가능한 많은 콘텐츠들이 불법 복제와 인터넷 공유로 홍역을 겪었으나 저작권법이 강화되면서부터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그런데 웹툰의 경우 다른 콘텐츠들이 겪은 문제와 시작이 조금 다르다. 대다수 콘텐츠들의 경우 유료로 유통되던 콘텐츠가 인터넷에 무료로 공유됨으로써 저작권이 훼손당하는 문제를 겪었다. 하지만 웹툰은 처음부터 무료로 만들어진 콘텐츠다. 이 차이는 크다. 같은 만화일지라도 인쇄물인 출판 만화는 다른 콘텐츠들과 마찬가지로 불법 스캔의 문제를 겪었지만, 웹툰은 대형 포털이 트래픽 증가를 목적으로 제공한 서비스였기 때문에 독자들은 애당초 무료로 웹툰을 보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에 작가를 비롯한 만화계의 오랜 요청으로 다음과 네이버는 순차적으로 웹툰 유료화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독자들의 반발은 거셌다. 독자들의 문화적 관성이 웹툰 유료화에 거부감을 보인 것이다. 포털에서 웹툰을 유료화하는 것은 일부 유명작가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만화 관계자들은 반드시 유료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웹툰 작가들의 창작 환경 개선이 필요해

웹툰 유료화가 진행돼야 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작가들의 창작 환경 개선이다. 웹툰의 경우 일반적으로 조회수를 기준으로 원고료를 산출하는데, 중간층을 형성하는 작가들이 2010년 기준으로 500만 원 정도의 원고를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 적지 않은 듯 보이지만 제작비를 고려할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무실 임대료, 어시스턴트 고용비 등 작품을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전반을 계산했을 때, 500만 원은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다. 여기에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는 기간에는 원고료를 받을 수 없어 이를 대비한 저축도 해야 한다.

현재 포털에 연재하는 대다수의 만화가들은 부업으로 일러스트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적지 않은 부수입을 얻고 있다. 하지만 만약 작가들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부업에 집중하게 된다면, 당연히 작품의 질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만화계가 자생적인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작품 자체로 생계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가 나와야 한다. 지금까지의 웹툰 무료 시장은 작가들에게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웹툰의 자립적인 시장 환경 조성이다. 현재 웹툰 시장이 크게 성장했지만, 그 기반은 어디까지나 대형 포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일부였다. 이 말은 웹툰 시장 전체가 대형 포털의 결정에 의해 존폐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은 그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게 마련인데 웹툰은 거기에 포털의 문제까지 껴안고 있다. 포털에게 웹툰은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일 뿐이다. 만약 웹툰이 포털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서비스를 계속해서 운영할 이유가 없어진다.

실제 네이버와 다음 등 유명 포털은 직접적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웹툰' 서비스 운영의 어려움을 여러 차례 호소해왔다. 만약 웹툰 유료화가 자리 잡는다면 웹툰은 포털에 부속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갖게 되고, 이는 장기적인 위협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출판까지 고려한 웹툰... 매력을 저하시킨다

출판 만화 형식(왼쪽)은 ‘책넘김에 따라’ 독자들의 시선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웹툰 형식(오른쪽)은 ‘스크롤의 움직임에’ 따라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움직인다.
 출판 만화 형식(왼쪽)은 ‘책넘김에 따라’ 독자들의 시선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웹툰 형식(오른쪽)은 ‘스크롤의 움직임에’ 따라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움직인다.
ⓒ 신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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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유는 미학적인 면이다. 웹툰은 마우스의 스크롤 효과를 가장 큰 특징으로 하며, 스마트툰은 터치패드의 누름 효과를 통해서 특유의 표현 양식을 획득한다. 웹툰의 전성시대를 연 강풀의 <순정만화>는 '아파트 장면'에서 스크롤이 내려가는 형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웹툰 고유 표현양식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냈다.

하지만 근래 들어 강풀을 포함한 많은 작가들이 '스크롤 방식'을 적극 활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유는 단행본 출판 때문이다. 인쇄 만화는 스크롤 효과와 다르게 한 페이지별로 이미지를 구성해야 한다. 이때 페이지의 이미지들은 펼쳐졌을 때 전체 이미지와 칸과 칸으로 구성된 세부 이미지가 이중적으로 독자에게 전달된다. 출판 만화와 웹툰은 이처럼 매체의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연출 방식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따라서 스크롤 효과는 책으로 인쇄돼 출판됐을 때 특유의 효과가 어색해질 수밖에 없다. 단행본 출판을 원하는 작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출판을 염두에 둔 원고를 먼저 제작한 뒤 이를 웹툰에 맞게 재배치한다. 이 같은 작업 방식은 스크롤을 통해 점진적인 화면 진행을 보여주는 웹툰 고유의 미학적 가치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만화가들이 '출판 만화'의 틀에 맞게 웹툰을 제작하는 이유는 출판이 됐을 때 최소한의 인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웹툰으로 원고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부수입이 필요해져서 발생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웹툰의 자생적 유료화 시스템이 마련됨으로써 작가들이 콘텐츠 자체로만 승부를 봐도 경제적인 위협을 받지 않는다면, 굳이 출판 만화를 염두에 둔 무리한 연출을 시도할 필요가 없어진다.

네 번째 이유는 문화산업적인 측면에 있다. 이는 미학적인 측면과도 연결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현재 웹툰은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만화 강국인 일본과 프랑스 등에서는 한국의 초기 웹툰처럼 작가들이 소소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려 소통하는 형태의 생활툰이나 에세이툰이 유통되고 있다.

온라인 문화가 비교적 성숙한 국가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출판 만화가 깊게 자리를 잡고 있어 웹툰 시장의 발전이 절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1997년 IMF 당시 만화대여점이 실업 대책 방안으로 떠오르면서 작가들의 창작 환경이 크게 훼손되는 위기를 맞았고, 그 탈출구를 웹툰에서 찾았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출판 만화계의 역량이 웹툰으로 흡수됐고 지금의 웹툰 문화가 만들어졌다.

웹툰은 한국에서 발생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외국 시장의 눈길을 끄는 독특한 시도일 수밖에 없다. 프랑스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이나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등에서 국내 웹툰 작가에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출판 만화의 표현 양식이 웹툰에 개입한다면 웹툰 고유의 표현 양식이 저해되고 만다. 콘텐츠의 경쟁력을 생각했을 때, 웹툰 고유의 표현 양식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웹툰 유료화는 이를 위한 전제에 해당한다.

레진코믹스 등장... 홀로서기를 도모하다

레진코믹스
 레진코믹스
ⓒ 레진코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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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코믹스는 웹툰계의 오랜 숙원인 유료화 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진코믹스의 독특한 수익모델은 일종의 '본방사수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연재된 웹툰은 무료로 공개하고 공개 예정인 웹툰은 유료로 둬 다음 화를 미리 보고 싶다면 소액의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이는 기존 콘텐츠 시장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접근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다. 레진코믹스가 작가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주며 조금 더 양질의 웹툰을 연재할 수 있는 창작 기반을 마련해준 셈이다.

이러한 활약에 그들은 최근 NC소프트로부터 50억 원을 투자받아 일본 시장 진출을 시도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기업의 경영은 워낙 다양한 변수에 노출되기 때문에, 사업으로써 레진코믹스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수익모델은 점진적인 발전을 거쳐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즉, 레진코믹스의 의의는 성공한 사업체라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공한 수익모델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웹툰의 유료화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디지털 미디어는 기존 아날로그 표현 방식을 넘어서 수많은 창작의 방식을 가능하게 했다. 웹툰 또한 현재는 스크롤 방식을 특징적 표현으로 내세우지만 웹툰 자체의 표현 방식이 충분히 개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 웹툰계는 대중성에 대한 실험이 한창이다. 보다 성숙한 문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웹툰이 가진 표현 양식에 대한 실험, 즉 예술성과 작품성에 대한 실험이 필요하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웹툰이 출판 만화 형식을 차용하는 경향은 우려되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웹툰이 가진 넓은 표현 방법을 일부로 차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웹툰계가 시도한 실험 중 성공한 사례로 스마트툰을 꼽을 수 있다. 스마트툰이란 한 화면에 한 컷씩 화면이 등장하는 방식으로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웹툰을 말한다. 스크롤을 내리면서 보던 기존의 웹툰과 달리, 스마트툰은 화면을 터치함으로써 화면을 전환시키는 새로운 형식의 웹툰이다.

스마트툰 작가들은 단순히 화면을 전환시키는 것이 아니라 줄거리에 따라 화면이 커지거나 작아지는 줌인·줌아웃 효과, 상하좌우 이동 효과 등을 부여해 독자들에게 스토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스마트툰과 더불어 2011년 많은 독자들에게 공포감을 선사해줬던 호랑 작가의 <옥수동 귀신>의 무빙툰도 성공적으로 이뤄진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는 작가들이 열악한 창작 환경 때문에 퇴행적 표현 양식을 고수했다는 명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웹툰의 유료화가 충분히 진행된다면, 출판을 염두에 둔 창작은 더 이상 명분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스마트툰과 무빙툰과 같이 웹툰 자체를 위한 연출의 실험. 레진코믹스를 비롯한 유료화 사이트가 지향해야 할 지점은 여기에 있다. 웹툰을 포함한 디지털 표현 양식의 발전이 한국 만화를 일본 만화의 아류를 넘어선 성숙된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게 할 것이다. 향후 웹툰과 한국 만화계의 성장이 기대된다.


태그:#웹툰, #레진코믹스, #만화, #콘텐츠, #유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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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문화를 통한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습니다. 글로써 많은 교류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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