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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공사장 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앉아 있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공사장 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앉아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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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공사 중단과 지중화를 요구하며 38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주민들과 송전탑 준공을 앞두고 있는 한국전력과의 대화가 의미없이 끝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송전탑 공사현장 인근에서 송전탑 반대주민 대표와 공동대책위, 한전 등 3자가 모여 공사 중단과 지중화에 대한 논의, 폭력적 공사 강행에 대한 사과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이날 대화는 지난 18일 경북도청에서 주선한 1차 대화에 이은 2차 대화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한전에서 김성암 남부건설처장과 이강현 대구경북건설지사장이 참석했고 주민대표로는 빈기수(51)씨와 김춘화(64), 조봉연(75) 할머니가 참석했다. 송전탑반대대책위의 변홍철, 서창호 인권운동연대상임활동가도 자리를 함께 했다.

주민들 "송전탑 중단-지중화 논의해야"... 한전 "공사 중단은 어려워"

주민들과 공동대책위는 23호 송전탑 공사의 중단과 지중화를 위한 논의를 갖자고 제안하고 지난 6년 동안 공사를 강행하면서 동네주민들이 분열하고 상처를 입은 데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전 측은 지중화가 불가능한 이유를 설명하는 자리는 마련할 수 있지만 공사 중단은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2시간여의 대화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끝이 났고 주민들은 더욱 반발하고 나섰다. 회의에 참석했던 빈기수씨는 "철탑이 저렇게 올라가고 있는데 한전은 한 치의 양보도 보이지 않는다"며 "추석 전까지 만이라도 공사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실망했다"고 말했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마지막 남은 송전탑이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설치되고 있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마지막 남은 송전탑이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설치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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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호씨는 "한전 측은 주민들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없는 것 같다"면서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논의를 하자고 했지만 국책사업이고 한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에 대해 김성암 남부건설처장은 지중화가 안 되는 사유와 송전탑이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 구조물에 대한 내용 등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설명하고 대화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공사중단은 안 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 처장은 "마을 주민들과 대책위의 요구내용이 달라 대화내용에 있어서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마음이 든다"면서 "밀양에서 행정대집행이 이뤄지고 난 후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이 있었지만 대화의 내용이 진전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과 대책위 쪽은 한전이 명분쌓기용 면담을 가졌을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책위 쪽은 진정성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공사를 중단하고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의 대화내용으로는 더 이상 대화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전과 대책위의 대화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경북본부는 27일 오후 삼평리를 찾아 결의대회를 갖고 송전탑 건설 반대와 지중화를 요구하는 주민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경북본부 조합원 250여 명은 27일 오후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를 찾아 결의대회를 가졌다.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경북본부 조합원 250여 명은 27일 오후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를 찾아 결의대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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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경북에서 모인 250여 명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결의대회를 갖고 송전탑 건설현장까지 들어가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주민 이억조(75) 할머니가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기도 했다.

28일 오전에도 주민들과 대책위 활동가들이 공사현장으로 밀고 들어가 한전 직원과 충돌을 빚고 끌려나오는 일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백창욱 대책위원장이 한전 직원들에 의해 내동댕이 쳐지기도 했다.

한편 한전은 이달 안으로 송전탑 설치를 완료하고 곧바로 송전선로 연결공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약 4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오는 11월 중순까지 공사를 마치고 신고리원전 3호기가 가동되기 전 시험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태그:#송전탑, #삼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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