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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무렵의 빅토리아 폭포모습. 높이 100미터가 넘는 곳에서 올라오는 물보라에 카메라가 고장나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다
 석양무렵의 빅토리아 폭포모습. 높이 100미터가 넘는 곳에서 올라오는 물보라에 카메라가 고장나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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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 중 한 명이 제안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세계 3대 폭포에 드는 빅토리아 폭포를 못보고 가는 건 억울하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빅토리아 폭포를 보자!"

릴롱궤를 떠나기 전 코리아가든 로지 조오행 사장으로부터 빠르면 2박 3일, 늦어도 3박 4일이면 다녀올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빅토리아 폭포로 출발했다. 현지 음식이 맞지 않고 중간에서 사먹을 곳도 없는 장거리라 일행은 쇼핑몰에서 2박 3일간 먹을 빵과 과일, 물을 샀다.

물가가 비싸다고 들었지만 아프리카는 아프리카다. 4명이 먹을 음식을 샀지만 10여 만 원이면 족했다. 빅토리아 폭포가 있는 잠비아 지도도 사고, 먹을 걸 샀으니 걱정은 없다. 걱정되는 건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안전 사고와 예정된 시간에 폭포를 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염려다.

릴롱궤에서 빅토리아 폭포까지, 2400km

말타기는 세계공통 놀이일까? 길가에서 놀던 잠비아 아이들 모습이다
 말타기는 세계공통 놀이일까? 길가에서 놀던 잠비아 아이들 모습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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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세워둔 차량 앞에 나뭇가지가 놓여진건 뭘까? 운전사 설명에 의하면 고장차가 있으니 뒷차는 조심하라는 의미란다
 길가에 세워둔 차량 앞에 나뭇가지가 놓여진건 뭘까? 운전사 설명에 의하면 고장차가 있으니 뒷차는 조심하라는 의미란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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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구글지도 검색을 통해 여행할 거리를 계산해보니 2400㎞다. 2400㎞가 감이 잡히지 않아 한국지도 검색을 해보았다. 제주도에서 두만강 끝머리인 온성군을 넘어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직선거리로 연결해 보니 1200㎞이다. 이 거리를 갔다 와야 일행이 빅토리아 폭포를 보기위해 다녀온 거리와 맞먹는 거리다.

해외 여행, 더군다나 아프리카 여행이 어디 내 맘대로 되는가? 릴롱궤를 떠난 차가 말라위와 잠비아 국경 도시 음진치에 도착하자마자 문제가 생겼다. 차량 운행증이 없으면 차를 가지고 잠비아로 들어갈 수 없단다.

하는 수 없다. 차를 국경경비초소 옆에 세워두고 간단한 먹을거리와 꼭 필요한 생필품을 제외하고는 최소한도의 배낭을 꾸려 출입국관리소에 갔더니 말 그대로 '세월아 네월아'다. 시간은 자꾸 가고 얼른 이곳을 빠져나가야 다음 목적지에서 버스를 탈 텐데 바쁠 것 없는 관리들의 느긋한 태도에 일행은 애가 탔다.

잠비아수도 루사카모습. 말라위보다 잘사는 느낌이 들었다
 잠비아수도 루사카모습. 말라위보다 잘사는 느낌이 들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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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 절차를 마치고 택시를 타기 위해 현지인에게 물었더니 따라오란다. 요금 흥정을 마친 후 택시문을 열자 택시를 안내한 그 친구가 앞자리에 앉아서 같이 가잔다. 우리나라 택시보다 조그만 택시라 배낭까지 멘 일행이 앉기도 부족한 공간에 말 한마디 해줬다고 공짜택시를, 그것도 조수석에 앉은 녀석의 넉살이란! 자리가 없으니 내려달라고 살살 달래서 다음 목적지인 치파타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 관리인들은 버스가 금방 떠났으니 이곳에서 자고 내일 아침 버스를 타고 갈 것을 권한다. 난감하다. 잠비아 수도 루사카까지 가서 1박을 해야 예정된 날짜에 돌아올 수 있는데 이곳에서 자야 하다니. 때마침 택시 운전사가 다가와 루사카까지 택시로 갈 수도 있다고 한다.

택시를 보니 형편없었다. "도중에 고장이라도 나면 야생동물이 돌아다닐 들판에서 난감할텐데 어쩌지?"하고 고민하다가 상태가 제일 나은 차를 선택해 흥정에 들어갔다. 20여 분간의 흥정을 거쳐 빅토리아 폭포까지 다녀오는 데 600달러에 합의를 봤다.

하지만 차주가 못 미더운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일행 신분을 밝히고 내 명함을 주었다. "못 믿겠으면 메일주소와 전화번호가 있으니 무슨 일 생기면 한국대사관에 연락해 내 신분을 확인하라"고 하자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명함을 받아서 좋다"고 허락했다.

지금 생각하면 택시 타기를 정말 잘했다. 길도 모르지, 말도 잘 통하지 않지. 게다가 운전사 '아이사'는 담배를 피우는 게 흠이지만 영어도 제법 잘한다. 치파타에서 잠비아 수도 루사카까지는 600㎞ 떨어져 있다.

모든 출발 준비를 마친 일행이 치파타를 떠난 시간은 해가 넘어가고 어둠이 시작될 무렵인 오후 5시 30분. "열악한 도로 환경인 이곳에서 연료가 떨어지면 큰일난다"며 기름을 가득 채우고 루사카를 향해 떠났다.

빅토리아폭포까지  2박 3일동안 일행을 태워준 택시. 왼쪽에서 두번째가 차주이고 네번째가 일행을 태워준 운전사 '아이사'이다. 흥정을 마친 후 혹시 딴소리를 할까봐 번호판을 보여달라고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여행할 때는 만약을 위해 이런 사진을 찍어놔야 한다. 이런 것들이 중요한 단서가 된다
 빅토리아폭포까지 2박 3일동안 일행을 태워준 택시. 왼쪽에서 두번째가 차주이고 네번째가 일행을 태워준 운전사 '아이사'이다. 흥정을 마친 후 혹시 딴소리를 할까봐 번호판을 보여달라고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여행할 때는 만약을 위해 이런 사진을 찍어놔야 한다. 이런 것들이 중요한 단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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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태워달라고 손을 흔든다. 하지만 함부로 태웠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고 태울 공간도 없다. 택시 운전사에게 물으니 대부분의 아프리카 사람들이 공짜로 차를 태워주기를 원하며 차를 향해 손을 흔든다고 한다. 주위가 어두워지고 도로주변은 나무와 풀뿐이다. 뒷좌석에 앉은 3명은 이내 잠이 들었지만 조수석에 앉은 나는 잠잘 수 없었다. 장거리를 운전하는 아이사가 졸지 않도록 계속 말을 걸었다.

잠비아에서 제일 월급이 많은 직업은 군인과 경찰이고 다음이 교사이며 운전사는 세 번째로 많단다. 자신의 나이는 24살인데 아이가 둘 있다고 한다. 월급 7만 원을 가져다주면 아내가 자신에게 충성한다나.

보통 남자들 월급이 2만5천 원이라고 하니 아이사의 월급은 괜찮은 편이다. 그러고 보니 일행이 3일간 차를 전세 낸 돈이 운전사 월급 10달치다. 600달러 속에는 기름 값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괜찮은 장사다. 한국이었으면 어림없는 얘기다.

식민제국주의 시대 이후 한번도 주인이 되어보지 못한 아프리카는 지금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곳곳에 도로를 신설하는 공사로 차가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
 식민제국주의 시대 이후 한번도 주인이 되어보지 못한 아프리카는 지금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곳곳에 도로를 신설하는 공사로 차가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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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폭포로 가던 도중 만났던 전통가옥 모습
 빅토리아폭포로 가던 도중 만났던 전통가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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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는 공사 구간이 많고 비좁은 길을 천천히 달리다 공사 구간이 끝나면 다시 달리기를 수십 번 반복했다. 10시간을 달려 잠비아 수도 루사카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 50분이다. 운전사도 일행도 모르는 길을 이정표만 보고 10시간을 달리는 동안 도로주변에서 본 생물은 하이에나 한 마리 그리고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길을 가는 주민들이었다. 걱정이 돼 아이사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 저러다 맹수가 나타나면 어떡하지?"
"걱정마세요. 가끔씩 나오는 하이에나를 제외하고는 맹수는 없어요. 맹수는 사파리에서나 만날 수 있어요." 

도로사정이 형편없고 비좁은 차에서 기진맥진한 일행은 루사카 로지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다음 날 오전 9시가 되자 빅토리아 폭포 가까이에 있는 리빙스턴 마을을 향해 출발했다. 잠비아 수도 루사카의 모습은 말라위 수도 릴롱궤의 모습과는 달랐다. 높은 건물과 쭉쭉 뻗은 도로며 주택의 모습이 말라위보다는 잘 산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어젯밤에 홍역을 치러서인지 아니면 대낮이어서인지 한결 편안해졌다. 도로 주변에서는 연기와 불 피우는 장면이 계속 보인다. 화전민이 풀숲을 태우는 것이다. 정호진 목사가 연신 혀를 찬다.

"아이구! 이 사람들 불태우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법은 없나? 이게 땅을 얼마나 황폐시키는 건지도 모르고. 이러니 아프리카 토질이 척박해지고 먹을 것이 없으니 더욱더 가난해지지!"    

빅토리아 폭포의 웅장한 모습

8시간을 더 달린 차가 드디어 빅토리아 폭포에 도착했다. 잘 정돈된 입구에 가니 원숭이들이 먹을 걸 얻기 위해  다가온다. 각자 20달러를 지불하고 폭포를 바라본 순간 폭포 모습이 장관이었다.

빅토리아 폭포는 너비 1.7킬로미터와 높이 108미터의 규모이다. 빅토리아 폭포는 잠비아와 짐바브웨 사이에 위치한 폭포다. 스코틀랜드 탐험가 데이비드 리빙스턴이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100미터가 넘는 폭포에서 올라오는 물보라가 석양과 어울려 무지개를 만들었다
 100미터가 넘는 폭포에서 올라오는 물보라가 석양과 어울려 무지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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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로 물이 떨어지기 직전 위치에서 촬영한 사진
 폭포로 물이 떨어지기 직전 위치에서 촬영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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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미터가 넘는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이 다시 물보라를 일으키며 올라오자 무지개가 뜬다. 환상적인 모습에 관광객들은 탄성을 질렀다. 옷 젖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사이 내 카메라에 문제가 생겼다.

물보라가 쳐서 카메라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되어 사진을 찍지 않을 때는 품안에 넣었지만 어느새 셔터가 눌러지지 않는다. "아! 이런 낭패가 없네!" 군인이 총이 고장 난 셈이다. 몇 번이나 전원을 껐다 켜도 소용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카메라가 고장 난 나는 몇 번이나 아쉬운 장면을 놓쳤다. 핸드폰으로는 차장밖에 비치는 중요한 장면을 연속으로 찍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빅토리아폭포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루앙가 강가의 한 마을에서 잠깐 쉬면서 장구경을 하고 있는 일행들. 현지인들이 맜있는 타이거피쉬를 구워서 팔고 있다. 타이거피쉬는 이빨이 엄청 날카로웠다
 빅토리아폭포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루앙가 강가의 한 마을에서 잠깐 쉬면서 장구경을 하고 있는 일행들. 현지인들이 맜있는 타이거피쉬를 구워서 팔고 있다. 타이거피쉬는 이빨이 엄청 날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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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폭포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2400㎞의 장거리 여행은 여유가 있었고 아프리카의 경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됐다. 제국주의 탐욕으로 신음했던 아프리카는 느리지만 서서히 변화하고 있었다. 북아프리카의 재스민 혁명은 사하라이남의 아프리카에도 불어오고 외세의 지배에 있던 아프리카인들에게도 주인 의식이 일어나고 있었다.

영상매체는 이제 더 이상 선정적인 모습의 아프리카 모습만 비추지 말고 실상을 보여줘야 한다. 아프리카는 더 이상 벌거벗은 미개인이 창을 들고 사자와 동물을 사냥하는 곳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빅토리아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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