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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지지층에서도 단식에 반대한다며 문 의원 단식을 비판하는 <조선일보> 8월 28일자 3면
▲ 문재인 단식에만 관심 쏟는 언론 野 지지층에서도 단식에 반대한다며 문 의원 단식을 비판하는 <조선일보> 8월 28일자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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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대치정국이 정점을 향해 가면서 여론조사기관은 속속 국민의 뜻을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기관은 다양했지만 '설문 항목'은 유사했다. 다만 설문 항목의 뉘앙스가 다르기 때문인지 비슷한 질문에 사뭇 다른 결과도 눈에 띈다.

"문재인 단식 농성을 좋게 보십니까?", 압도적 결과는…

여론조사 항목 중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문재인 의원의 단식'에 대한 내용이다. 조사기관은 공통되게 '여야의 재협상안을 유족이 수용해야 하는지'를 물었고, '국회 파행의 책임'을 물었고,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줘야 하는지', 또 '(사태해결에)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야 하는지'등을 물었다. 그리고 문재인 의원 단식을 물었다.

[질문] 현재 문재인 의원이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 중인데요. 귀하는 이를 좋게 보십니까? 좋지 않게 보십니까?
[답변] 좋게 본다 24%, 좋지 않게 본다 64%, 모름/응답거절 12%
- 한국갤럽 8월 26일~28일 조사

국민들은 문재인 의원의 단식 농성에 압도적으로 부정적이었다. 비단 한국갤럽만이 아니라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가 지난 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의원 등 일부 야당 정치인의 단식 농성'에 대해서는 '바람직하다(27.5%)', '바람직하지 않다(69.6%)', '모름/무응답(2.9%)'로 조사됐다.

<한국갤럽>과 <미디어리서치>는 같은 시점에 같은 주제를 국민에게 물었다. 질문은 동일했고, 묻는 방식만 '(단식에 대해) 좋게 보는가'와 '바람직한가'로 달랐을 뿐이다. 전자가 개인의 선호를 물은 것이라면, 후자는 개인의 판단을 물었다. 새정치연합 지지자들의 답변이 달랐다(단식을 좋게 본다 52%, 좋지 않게 본다 33%)는 점이 문 의원에게 위안이 됐을까.

일각에서는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조사결과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달리 물었을 수는 없었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단식 투쟁을 '바람직하다'고, '좋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어디에 있겠는가. 차라리 '문 의원이 단식 농성이라는 방식을 사용하게 된 상황에  동의하는가'라고 물었더라면 그 결과는 다르게 나왔을 가능성이 크고 본질에 접근하는 질문이 아니겠는가.  

또 하나. 문 의원의 단식 농성에 대한 여론조사 시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 23일(토) <조선일보>는 '납득하기 어려운 문재인 의원의 행동'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이 신문은 "문 의원급(級)의 정치 지도자라면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득실을 따지기에 앞서 자신만의 합리적이고 뚜렷한 소신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그러나 국민은 지금껏 문 의원이 세월호 문제에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지를 듣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가 문 의원 단식을 강력히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한 날에 우연의 일치인지 <중앙일보> 역시 '전직 대통령 후보의 잘못된 처신'이라는 제목의 비판 사설을 게재했다. <동아일보>는 27일 '단식으로 새정연 장외투쟁으로 몰고 간 문재인, 자랑스러운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세월호 극한 대립의 중심에 선 박근혜 대통령

보수언론에서 문 의원의 단식을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여론조시가관에서 이를 국민에게 물을 수는 있다. 국회 파행의 본질을 쫓아가다 보면 새정치연합에 현실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문 의원의 태도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데 이 상황에서 문 의원이 단식이라는 극한 방식으로 퇴로를 차단한 상황에 문제제기는 할 수 있고 이는 자연스러운 태도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 의원 단식이 본질인가? 좀 더 본질을 찾아가다 보면 문 의원은 김영오씨 단식을 만류하기 위해 찾아갔다가 '동조단식'에 나섰다. 당시 유민 아빠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는 지팡이를 집고 광화문 농성장에서 나와 박 대통령에게 만나달라며 청와대를 향했다. 그러고는 거절당하고 되돌아와야 했다.

대통령이 민원인(?) 요청이 있으면 모두 만나야 하느냐는 반론도 있다. 새누리당 내 '박근혜의 복심'이라는 이정현 의원은 "대통령이 바빠서 유가족 못 만나"라고 청와대 홍보수석을 대신해 홍보수석 역할을 자처했다. "유가족이 요청하면 언제든 만나겠다"고 박 대통령이 약속한 점을 지적하며 당연히 만나야 한다는 주장도 강력하다.

실제 <중앙일보>에서 27일 실시해 28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유가족 대통령 만남 요구>에 '유가족 만나야 49.5%' '나설 필요 없다 49.5%'로 조사됐다. 왜 '만나야'와 '만나지 말아야'가 아니라 '나설 필요 없다'로 답변항목을 구성했을까. 만일 '유가족 만나지 말아야'로 답변항목을 바꿨다면 그 결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세월호 극한대립의 중심에는 박 대통령이 자리잡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을 강력히 촉구하며 생명을 담보로 내걸었던 김영오씨가 힘겹게 찾아간 곳이 박 대통령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월호 유가족들이 있는 곳이 박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 청와대 앞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유가족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시민단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유족들이 정치적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보도를 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단호하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그들의 목표인 것이다.

세월호 관련, 4월 16일 '오후 4시 10분'이 주목되는 이유

4월 16일 21차례 유선/서면 보고한 내용을 담은 자료. 비서실장 주재 회의는 오후 늦게서야 개최됐다.
▲ 오후 4시 10분에 회의 개최... 왜? 4월 16일 21차례 유선/서면 보고한 내용을 담은 자료. 비서실장 주재 회의는 오후 늦게서야 개최됐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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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은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정확히는 국회에 상정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미 여야는 협상과 재협상에 합의하며 두 번씩이나 특별법이 통과되는 듯 보였다. 변수는 유족들이었다.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유가족들은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분노하며 거리로 뛰쳐나갔다. 이를 두고 보수언론에서는 '유족이 상원인가?'라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유족들이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 법으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6일 아침 세월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침몰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침몰의 원인을 조사해야 한다. 그동안의 검찰 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밝혀진 부분도 있다. 침몰하는 과정에서 단 한 명도 배에 갇혀 있는 승객들을 구하지 못했다. 정부구조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304명의 학생들 중심의 승객들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이 부분도 규명해야 할 핵심대목이다.

정부구조가 적절하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헌법에 의해 '행정부의 수반'으로 규정된 대통령에게 귀결되는데 그날 아이들이 탄 배가 침몰하던 바로 그 순간 '7시간 미스터리'가 자리잡고 있다. 대통령은 그 7시간 동안 21차례 유선/서면 보고를 받았고 몇 차례 지시를 내렸지만 과연 적절했는가? 라는 의문이 존재하며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이 개시된다면 이 대목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7시간 미스터리에 청와대 차원에서 나름 대응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13일 청와대는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을 통해 4월 16일 박 대통령이 21차례 유선/서면 보고를 받았다는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가 공개한 <시간대별 보고현황> 중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비서실장 주재 회의가 오후 4시 10분에 개최'된 사실이다. 이는 조직관점에서 보면 대단히 특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어느 조직이든 조직이 가동되는 방식은 단순하다. 의사결정권자에게 보고를 한다. 대면이든, 유선이든, 서면이든 보고를 받은 결정권자는 '지시'를 내리게 된다. 중요한 지시사항이면 실행조직들은 모여서 회의를 하고 후속대책을 논의하고, 후속 보고사항을 정리한다.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은 정확한 지시를 내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비서실장이 움직인 시간이 오후 4시 10분이었기 때문이다.

본질적 질문, 왜 초미의 관심사는 묻지 않는가

<한겨레> 김종구 논설위원은 '7시간 미스터리'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3주에 한번 기명칼럼을 쓰는 그는 '대통령에 대한 관음증을 부추기는 청와대(8/7)'를 게재한 데 이에 이어 '7시간 미스터리와 세월호 특별법(8/28)'을 게재했다. 두 번의 '7시간 미스터리 칼럼'을 통해 그는 몇 가지 자신이 확보한 정보를 노출했다.

김 위원은 "정부 초기 대응 문제의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7시간 미스터리'와 맞닥뜨리게 된다"며 "청와대로서는 그 대목이 난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여야 간 특별법 협상이 한창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이 사석에서 '야당이 7시간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약속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을 터뜨린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라며 청와대가 7시간 때문에 대단히 곤란한 처지임을 묘사했다.

<조선><중앙><동아>가 아무리 사설로 '문재인 의원 단식'을 비판한다고 해도 그것이 이 모든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그가 단식을 한 이유는 유족들이 동의하는 내용을 담은 세월호 특별법 때문이다. 특별법 관련해 여당이 양보하지 못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사법체계 때문만은 아니고 청와대의 강경한 입장 때문이라는 주장에 주목해야 한다.

본질적 질문 하나. 왜 여론조사기관은 '문재인 의원 단식'을 묻는 것과 함께 '박 대통령 7시간 미스터리'도 함께 묻지 않는 것인가. 왜 '박 대통령이 7시간 행적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여론조사항목은 나오지 않는가. '대통령에게도 사생활이 존재하므로 공개하지 않아야 한다'와 '공인의 공적인 업무시간이기에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볼 권리가 우리 국민들에게도 있지 않은가. 

<한겨레> 김종구 논설위원은 흥미로운 칼럼을 썼다. 그는 "일각의 관측처럼 대통령의 건강이나 미용과 관련된 무엇이었을까? 어쨌든 뭔가 말 못할 곡절이 있기는 있는 모양인데, 문제는 7시간 미스터리가 당장 세월호 특별법 제정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현실이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김 위원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며 대나무 숲에다 대고 외친 내용은 박 대통령이 그 7시간 동안에 '건강이나 미용'과 관련된 뭔가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슬쩍 흘려 듣는 것은 세월호 대참사가 지닌 사안의 중요성에 비춰 적절치 않다.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은 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초기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가 밝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왜 비서실장 주재 회의가 오후 4시 10분에서야 비로소 개최됐는가. 사태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나서야 비서실장이 움직였다는 사실은 박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에 접근하는 또 다른 중요한 대목이다.


태그:#세월호, #김종구, #문재인,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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