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열린 부산코미디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한 부산 시민들

29일 열린 부산코미디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한 부산 시민들 ⓒ 부산코미디페스티벌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빨리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호주 멜버른코미디페스티벌 관계자의 조언처럼, 올해로 2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페스티벌)은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하지 않았다. 지난해 일주일가량 진행했던 행사는 8월 29일부터 9월 1일까지 단 4일 간으로 제한했고, 공연장 또한 부산시민공원에서 무료로 진행된 '오픈 콘서트'를 제외하면 총 4곳 중 3곳이 400석을 넘지 않는 소극장이었다.

대신 내실을 다지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페스티벌의 부집행위원장을 맡은 최대웅 작가는 취재진에게 "영국 에딘버러페스티벌, 스위스 몽트뢰페스티벌, 호주 멜버른페스티벌 등 세계적인 코미디페스티벌을 찾아 70여 편의 공연을 관람했고, 영상도 150편 정도 봤다"며 "(외국 코미디라도) 한국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코미디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30일 부산코미디페스티벌에서 관객과 함께 공연을 펼치고 있는 '테이프 페이스'(Tape face, 영국)

30일 부산코미디페스티벌에서 관객과 함께 공연을 펼치고 있는 '테이프 페이스'(Tape face, 영국) ⓒ 부산코미디페스티벌


 31일 열린 부산코미디페스티벌 시상식에서 김준호 집행위원장이 '돈트 익스플레인'(Don't explain, 호주)에게 상을 건네고 있다.

31일 열린 부산코미디페스티벌 시상식에서 김준호 집행위원장이 '돈트 익스플레인'(Don't explain, 호주)에게 상을 건네고 있다. ⓒ 부산코미디페스티벌


그 결과 이번에 소개된 해외 코미디언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마이크 하나로 깜짝 놀랄 재주를 선보이는 호주 듀오 돈트 익스플레인(Don't Explain)부터 입에 검은 테이프를 붙인 채 눈썹과 눈동자의 움직임만으로 모든 걸 말하는 영국의 테이프 페이스(Tape Face),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춘 극장용 개그를 선사하는 또 다른 호주 듀오 6D 등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그 이상의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객석에 앉은 관객을 무대 위로 불러내 역할을 맡기고, 그 관객이 공연의 일부가 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국의 경우, 공연 코미디가 아닌 방송 코미디가 중심이 되어 온 만큼 이번 페스티벌의 라인업에도 다양성이 부족해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국제'를 표방한 페스티벌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 관객의 선택이 제한되었다는 점도 안타까웠다. 공연을 지켜본 관계자들 사이에선 "기존에 보아왔던 것이 아닌, 색다른 코미디가 많지 않아 아쉽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페스티벌이 개막식에서 내세웠던 개념, 'K-코미디'가 세계에서 통하려면 그만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이 'K-코미디'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공연이 존재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비트박스와 저글링 등을 자유자재로 선보이는 국내 팀 옹알스의 공연은 뛰어난 완성도로 이미 세계 유수 페스티벌의 호평을 얻은 바 있다. 옹알스와 함께 즉석으로 공연에 참여한 윤효석(29)씨는 "외국 공연도 재밌었지만, 이게(옹알스)가 더 재밌었던 것 같다"며 "(옹알스가) 재미있게 해주고 마지막에 (참여한 사람을) 잘 챙겨준 것도 고마웠다"고 말했다.

 부산코미디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옹알스(한국)

부산코미디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옹알스(한국) ⓒ 부산코미디페스티벌


브리짓 밴트릭(Bridget Bantick) 멜버른코미디페스티벌 부집행위원장 또한 공연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옹알스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옹알스는 매우 독특한, 그리고 뛰어난 팀"이라며 "멜버른페스티벌 관객에게도 정말 사랑받고 있다. 한 번은 폐막식 무대에 옹알스가 선 적이 있는데, 옹알스를 향한 관객의 반응이 정말 좋아 이들 뒤에 선 팀이 짜증을 냈을 정도"라고 전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부산을 찾았다는 브리짓 밴트릭은 이어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 지금까진 잘 해오고 있는 것 같다"며 "다만 한국 코미디는 '말로 하지 않는'(Non-verbal) 공연이 별로 없어 관람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K-코미디'의 해외 진출을 위해선 "영어를 많이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조언한 그는 "오히려 공연 중간 아주 조금, 한 두 마디 정도만 영어를 하는 것이 (공연에선)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김준호 부산코미디페스티벌 집행위원장
"페스티벌은 방송용 코미디 벗어나 다양성 키우려는 시도"

 김준호 부산코미디페스티벌 집행위원장

김준호 부산코미디페스티벌 집행위원장 ⓒ 부산코미디페스티벌


김준호는 바빴다. 행사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찾아와 준 국내외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공연에 참여한 개그맨들을 독려한 뒤에야 겨우 한숨을 돌렸다.

개인 일정(KBS <해피선데이-1박2일>)도 빼먹을 수는 없었다. 덕분에 개막식 무대에선 <1박2일> 멤버들이 총 출동해 즉석 잠자리 복불복을 벌였고, 이 결과 그는 개막식이 끝난 뒤 홀로 블루 카펫(부산코미디페스티벌은 레드 카펫 대신 블루 카펫을 깔고 코미디언들을 입장시켰다-기자 주)에서 야외 취침을 했다.

이렇게 바쁘고 피곤한 와중에도 페스티벌을 이어가는 이유는 있다. 김준호는 "방송용 코미디 말고 또 다른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 같이 즐기는 페스티벌이 되었으면 했는데 지난해엔 코미디언들끼리만 있었다"며 "올해엔 거리로 나갔더니 부산 시민들이 좀 더 공감해준 것 같다"고 평한 그는 "그래도 아직 멀었다"며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졌다.

- 아직 페스티벌로 부산 전역에 축제 분위기가 이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
"현재 예산으로 부산 전역에 축제 분위기가 나기는 힘들다. 원래 길거리 퍼레이드부터 아동용/성인용 코미디, 코미디언 지망생들을 위한 공연 등 다양한 기획이 있었는데 (예산 문제로) 다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 <개그콘서트> 출연진에 비하면 SBS <웃찾사>, MBC <코미디의 길>, tvN <코미디 빅리그> 출연진의 참여가 저조한 편이다.
"오해하는 게 있는데, 이 페스티벌은 '4사 페스티벌'이 아니다. 국제 규모의 페스티벌이라면 방송사에 상관 없이 국내외 공연자들이 뭉치는 게 맞다. 그래서 '왜 4사 코미디언이 다 오지 않았냐'는 질문이 사실 이해가 안 된다. 내가 마케팅을 잘못한 거라 생각하고 있다. (웃음) 그리고 솔직히 말해 (타 방송사) 설득을 다 하지 못한 것도 있다. '<개그콘서트>만의 잔치'라고 생각해서인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코미디언의 잔치라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29일 부산코미디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한 한국 코미디언들

29일 부산코미디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한 한국 코미디언들 ⓒ 부산코미디페스티벌


- 개막식에서 'K-코미디'라는 개념을 강조했다. 페스티벌이 생각하는 'K-코미디'라는 건 뭔가.
"사실 정의하기 어렵다. 다만 한국 코미디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게, 1주일에 한 번씩 새 개그를 짠다는 거다. 다른 곳에선 할 수가 없는 거다. 이 정도 전투력을 갖춘 코미디언들이 (방송 말고) 다른 분야로도 진출한다면…."

- 페스티벌에 참가한 국내 코미디를 보니, 그간 봤던 <개그콘서트> 등을 다시 한다는 점이 아쉽더라. 이것 말고 따로 공연용 코미디를 준비해서 선보일 순 없었나.
"다들 먹고 살아야 해서다. (웃음) 공연용 코미디를 따로 짜고 그걸 제대로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게 하다 보면 자기 방송이 무너지게 되고. 그래도 요즘은 공연 쪽으로 조금 눈을 돌리고는 있지만…. 일본의 요시모토 흥업(일본 최대의 코미디언 전문 연예기획사-기자 주) 소속 코미디언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자신의 베이스를 방송이 아니라 공연, 극장에 둔 다는 데 있는 것 아닌가."

- 어떻게 보면 이 페스티벌은 방송용 코미디 위주의 국내 코미디를 발전시키려는 시도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결론은 그거다. 또 다른 플랫폼을 구성하는 것. 현재 (한국에) 코미디언이 500명 정도 있다면, 방송국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150명 정도다. 그러면 나머지는 뭘 해야 하나. 결국 작품을 늘려야 하는 건데 방송에선 콩트 코미디가 잘 안 된다. 시청자의 눈이 완전히 리얼리티 쪽으로 넘어 왔다.

그래서 페스티벌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코미디를 발전시키려는 거다. 방송용도 방송용지지만, 그 안에서도 여러 가지 코미디가 있어야 한다. 또 방송 밖에서도 영화 코미디, 공연 코미디 등 다양한 것들이 있어야 한다. 솔직히 지난해는 (페스티벌이) '김준호만을 위한 이벤트'였고, 올해까지도 '코코엔터테인먼트(김준호가 수장으로 있는 국내 코미디언 전문 연예기획사-기자 주) 이벤트'였다. 하지만 내년부턴 달라질 거다."



부산코미디페스티벌 김준호 옹알스 개그콘서트 1박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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