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최고의 우승콤비 양동근-윌리엄스

원년 챔피언에 빛나는 모비스는 이후 주축선수들의 노쇠화로 인해 우승전선에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던중 모비스의 운명을 바꾸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등장하니 다름 아닌 양동근(33·181㎝)이었다. 양동근은 본래 전주 KCC에 들어올 선수였으나 이전 RF바셋과의 트레이드 조건으로 인해 모비스에 입단하게 된다. 바셋은 당시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빅맨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모비스는 당시 우승전력도 아니었거니와 양동근으로 인해 새로운 모비스 왕조를 구축하게 됐으니 굉장히 남는 장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양동근이 뛰어난 선수임은 분명했지만, 이정도로 대단한 선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는 못했다. 그는 장점못지 않게 단점도 뚜렷한데도 수차례 우승에 기여한 것을 비롯 강동희-이상민-김승현에 버금가는 역대급 1번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동근은 뛰어난 패싱센스나 코트 전체를 아우르는 광각 렌즈같은 시야는 부족하다. 어찌보면 걸출한 1번으로서 불합격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신 워낙 성실하고 개인의 육체능력이 뛰어난지라 그같은 단점을 완전히 상쇄시켜버린 케이스다.

양동근은 신장은 크지 않지만 탄탄한 근육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파워와 스피드로 매치업 상대를 압살한다. 그와 몸싸움을 벌이는 대부분의 상대 가드들은 월등한 힘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소속팀에서는 이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포스트업을 주문하기도 한다. 여기에 빼어난 슈팅력과 강한 체력까지 갖춰 돌파와 슛을 반복하며 상대를 농락하기 일쑤다.

이는 수비에도 영향을 끼쳐 양동근이 마음먹고 대인마크를 들어가면 어지간한 상대는 평소보다 좋은 움직임을 나타내기 어렵다. 경기 시야가 더 넓고 패싱센스가 좋은 가드라 해도 일단 맞상대에서 밀려 정상적인 플레이가 힘들다.

'여우' 유재학 감독은 그러한 양동근의 장점을 최적화시키는 플레이를 통해 모비스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특히 양동근의 최고 파트너로 꼽히는 크리스 윌리엄스(34·194cm)는 그러한 유재학호의 시작이자 마무리로 꼽혔던 최강 외국인선수다.

윌리엄스는 양동근이 부족한 부분을 장점으로 가지고 있었다. 폭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패스를 동료들에게 건네주었고 복잡한 유재학 감독의 공수전술을 모두 이해하고 실행에 옮기는 능력의 소유자였다. 기량이 걸출한 대부분 용병들이 나홀로 플레이를 펼칠 때 윌리엄스는 자신의 공격을 포기하면서까지 동료들을 살려주는데 주력했다. 외국인 포워드지만 윌리엄스가 코트에 나서게되면 이상민-김승현 등의 특급 1번들이 있는 듯한 효과가 발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양동근과의 2-2플레이는 알고도 막기 힘든 특급 전술이었다.

비록 슛거리가 짧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윌리엄스는 개인 공격력도 탁월했다. 개인기가 워낙 좋은지라 '플로터 슛(floater shoot)', '훅슛(hook shoot), 언더 슛(Under shoot) 등 다양한 슛을 자유로이 구사하며 상대 수비진의 맥을 빼놓았다. 포스트업 능력 또한 매우 뛰어나 자유롭게 골밑을 폭격하기도 했다. 공격력과 패스능력을 겸비한지라 완벽하게 윌리엄스를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거기에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특유의 센스를 바탕으로 수비시 상대 빅맨 외국인선수들도 곧잘 막아냈다. 당시 루키였던 양동근 역시 윌리엄스와 함께하며 자신의 플레이를 마음껏 펼친것은 물론 많은 부분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피트 마이클-크리스 랭-리벤슨-단테 존스 등 프로농구 역사에 남는 뛰어난 외국인선수들은 많지만 팀을 이기게 만드는 능력만큼은 윌리엄스가 역대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국내판 드와이트 하워드' 던스턴... 그리고 벤슨-라틀리프

역대 최고의 외국인 올라운드 플레이어 크리스 윌리엄스만큼은 아니었지만 모비스 우승을 이끈 두 외국인 빅맨 브라이언 던스턴(28·198.6cm)과 로드 벤슨(30·208cm) 역시 다양한 부분에서 고른 활약이 가능한 타입이었다. 윌리엄스가 공격에서 야전사령관 역할을 담당하며 팀 오펜스를 이끌었다면 던스턴과 벤슨은 수비에서의 공헌도가 컸다.

윌리엄스가 양동근 루키시절 맞춤형 외국인선수였다면 던스턴-벤슨도 딱 필요한 역할을 해줬다. 이미 팀 내에는 함지훈(30·200cm)이라는 강력한 공격형 토종 센터가 있던지라 외국인 빅맨들은 수비에서 좀 더 존재감을 발휘해줘야 모비스가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0순위로 프로무대에 들어온 함지훈은 매우 특이한 스타일의 빅맨이다. 그는 하승진같은 압도적인 사이즈나 서장훈급의 사기적인 슛팅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 몸은 큼직하지만, 김주성처럼 신장대비 엄청 빠르거나 탄력이 넘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함지훈은 골밑에서 누구보다도 막기 힘든 빅맨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유연한 드리블과 피벗(pivot: 공을 가진 선수가 한 발을 축으로 하여 몸의 방향을 바꾸는 동작) 능력을 갖춘 그는 이같은 자신의 장기를 살려 적극적으로 상대 포스트를 공략한다. 특히 자신의 위치를 잡고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는 능력이 굉장히 탁월한지라 느릿느릿 움직이는 듯 하면서도 공격성공률이 매우 높다.

거기에 코트 전체를 내다보는 시야도 좋아 자신에게 수비가 몰린다싶으면 여지없이 빈 공간의 동료에게 찬스를 열어준다. '가드의 센스를 갖춘 빅맨'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알면서도 막기 힘든 게 함지훈의 플레이다.

던스턴은 국내 리그의 '드와이트 하워드'로 불렸다. 빅맨으로서 신장은 크지 않지만 긴팔과 좋은 탄력을 바탕으로 블록슛과 리바운드에 능하고 웨이트가 탄탄한지라 자신보다 큰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보드 장악력에 있어서 역대 빅맨들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평가될 정도다.

동부출신 벤슨은 던스턴만큼 압도적인 골밑 지배력은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수준급 포스트 수비능력에 전천후 디펜스가 돋보인다. 기동성이 좋은지라 골밑은 물론 미들라인 근처까지 커버할 수 있고 동료들을 향해 들어가는 도움수비에도 일가견이 있다. 던스턴과 벤슨의 출중한 수비력이 함께했기에 함지훈은 마음 놓고 공격에 몰두할 수 있고 모비스는 어떤 팀과도 골밑에서 쉽게 밀리지 않았다.

벤슨과 함께 모비스 골밑을 책임지고 있는 리카르도 라틀리프(25·200cm)는 '제2의 던스턴'으로 불린다. 비슷한 외모에 뛰어난 골밑 수비능력 거기에 속공에 능한 빅맨이라는 점에서 향후 성장가능성까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아직은 라틀리프가 던스턴급 활약을 펼치지는 못하고 있지만 경험이 쌓인다면 그에 못지않은 위용도 기대된다.

모비스는 지난 8월에 열린 제36회 윌리엄존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는데 라틀리프는 득점과 리바운드, 블록슛 모두 대회 1위를 차지하며 해외 언론의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대회 MVP의 영광 역시 라틀리프의 차지였다. 외국인선수복에 있어서만큼은 모비스는 어떤 팀과 비교해도 아쉬울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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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역대 모비스 외국인선수들>

클리프 리드, 로버트 윌커슨, 저스틴 피닉스, 제이슨 윌리포드, 토시로 저머니, 마리오 루카스, 존 와센버그, 듀안 스펜서, 루이스 로프튼, 딜론 터너, 래리 애브니, 채드 헨드릭, 데니스 에드워즈, 아이지아 빅터, R.F 바셋, 무스타파 호프, 조니 맥도웰, 맥글로더 어빈, 바비 레이저, 아담 첩, 제이슨 웰스, 다이안 셀비, 크리스 윌리엄스, 토레이 브렉스, 벤자민 핸드로그텐 , 로데릭 라일리, 제이슨 클락, 크리스 버지스, 키나 영, 케빈 오웬스, 에릭 산드린(이승준), 얼 아이크, 브라이언 던스톤, 오다티 블랭슨, 저스틴 보웬, 빅터 토마스, 압둘라히 쿠소, 애런 헤인즈, 마이카 브랜드, 켄트렐 그랜스베리, 로렌스 엑페리건, 말콤 토마스, 테렌스 레더, 리카르도 라틀리프, 아말 맥카스킬, 커티스 위더스, 로드 벤슨
구리구리 양동근 바람의 파이터 양동근 크리스 윌리엄스 로드 벤슨 리카르도 라틀리프 최우수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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