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공식 포스터

▲ '마마' 공식 포스터 ⓒ MBC


드라마에서 앞으로 펼쳐질 내용을 미리 알게 된다면 그보다 싱거운 일이 있을까. 과장해 표현한다면, 영화나 드라마의 스포일러 발설이 마치 범죄(?)와도 같이 취급되는 요즘이니 말이다.

그러나 MBC 주말드라마 <마마>의 경우는 조금 예외인 것 같다. 우리는 이미 한승희(송윤아 분)의 아들 한그루(윤찬영 분)가 서지은(문정희 분)과 문태주(정준호 분)의 가족에 합류할 것임을 예견하는 그림을 봐버렸다. 그럼에도 어찌된 일인지 전혀 싱거워지지 않은 드라마 한편을 신나게 감상하고 있다.

인물들의 복잡다단한 감정선 따라잡기, 흥미롭게 해

대개의 경우 우리의 드라마들은 시작점에서부터 끝날 때까지 쉴 새 없이 사건, 사고를 만들어낸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짐작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며, 때로는 사건의 수습을 위해 연속하여 다른 사건들이 주야장천 벌어지는 것을 하염없이 보고 있어야만 할 때도 있다.  

그곳이 바로 <마마>가 여타의 드라마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전개되는 일들이 소소하기 그지없으며, 커다란 반전을 위한 장치도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 <마마>는 처음과 끝을 맞붙인 듯 동그라미 안에서 차분히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주인공들과 시청자들은 마치 시계바늘처럼 함께 원 안을 돌며 드라마가 얘기하고 싶은 것들을 함께 만나고, 또 느끼고 있다. 소소한 에피소드가 어떻게 전개될지, 큰 얼개가 어떻게 완성될 것인지 시청자들은 이미 짐작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 그것에는 아들의 존재를 알게 된 문태주의 놀라움, 그의 어머니의 뻔한 반응, 그리고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후의 서지은과 그루의 엄청난 충격, 주변의 반응 등의 모든 것이 포함된다.

그리고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학교 내의 치맛바람의 결과,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한승희, 그의 비서를 자처하는 구지섭(홍종현 분)의 앞날 또한 그려보기 그리 어렵지 않다. 경천동지할 엄청난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은 말이다. 큰 그림과 소소한 일들까지도 충분히 짐작 가능한 드라마. <마마>는 그렇게 조금은 시시해 보인다.

그러나 참 이상한 일이다. 앞일을 알아차리기 매우 쉬우며, 인물들의 행동 또한 충분히 짐작 가능한, 완충장치가 그토록 많은 드라마인데 왜 다음 이야기가 이리도 궁금해지는 것일까? 그 궁금증은 타드라마에서 만나기 힘든 <마마>만의 소중한 어떤 것을 찾는 순간 풀릴 지도 모른다.

여타의 드라마들과는 차별화된 <마마>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마마' 공식 포스터.

▲ '마마' 공식 포스터. ⓒ MBC


<마마>의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서먹하고 몹시 서툴며, 또 때로는 매우 냉정하고 돌이킬 수 없이 매섭기도 한-은 그 내면에 따스함과 연민, 사랑과 열정, 열망을 감추고 있기에 안타까움을 더한다.

인물들이 자신의 속내를 감추는 방법도 가지가지여서 때로는 답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도대체 한승희는 왜 아들 그루에게 자신의 병을 속 시원히 털어놓지 않을까? 왜 그루는 엄마에게 사랑한다며 아이답게 매달리지 않을까? 우리들의 속을 터지게 만드는 일들, 늘어놓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답답함의 절정인 그 지점들이 바로 <마마>의 매력이 한껏 빛을 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물들이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지, 우리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한껏 생각게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불의의 사건, 사고에 휘말리는 여타 작품들의 극적인 주인공들보다, 일상의 언저리를 말하고 있는 <마마>의 소박한 인물들에게 더욱 감정이입하게 되는 이유다.

<마마>는 삶의 극단에 선 이들을 통해 우리에게 '산다는 것'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선택의 기로에서 취하고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해 숙고하게 만들기도 하며, 때로는 가치관이 전도되는 경험-교육, 모성, 부성, 가족애 등의 많은 것들-을 하게도 만든다. 요즘의 드라마들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일이다.

그것을 풀어내기 위해 드라마는 많은 이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지극히 한정적이며, 새로운 이들이 느닷없이 등장하는 일도 드물다. 그러나 그 제한된 인원으로도 학교 문제를 비롯, 가정 내의 행복을 위한 갖가지 변수들, 원만한(?) 직장 생활을 위한 지침, 삶의 모순점 등에 대해 말하기에는 충분하다.

알아차리는 순간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는, 한없이 약하고 선하지만 독한 탈을 쓰고 드러나기도 하는 그 속절없는 위선과 위악의 방식들. <마마>를 논할 때 우리는 이야기의 구조, 전개 방식이 아니라, 바로 그 '속내'에 관해 말해야 한다. 그것은 아마도 꽤나 즐거운 경험이 되어줄 터이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마마 주말드라마 송윤아 정준호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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