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 '골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LA 콜리세움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코스타리카의 경기. 첫골을 성공시킨 김신욱이 환호하고 있다.

김신욱 ⓒ 연합뉴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한 첫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 한국은 14일 오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A조 1차전에서 임창우, 김신욱, 김승대의 연속골로 말레이시아를 3-0으로 대파하고 첫 경기부터 승점 3점을 챙겼다.

A조에서 한국의 강력한 라이벌로 거론되는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라오스를 3-0으로 꺾으며 양팀은 나란히 공동 1위가 됐다. 한국은 오는 17일 안산에서 열리는 사우디와의 2차전이 사실상 조 1위 결정전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예상대로 이날 경기 초반부터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수 아래인 말레시아를 강력하게 몰아붙였다. 전반 26분 만에 세트피스 상황에서 임창우의 헤딩 선제골이 터지는 과정과 타이밍도 매우 적절했다. 덕분에 한국은 일찌감치 경기 주도권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가 측면을 활용한 역습과 중거리슛으로 간간이 반격을 노렸지만 이렇다 할 위기 상황은 거의 없었다. 중원에 더블 볼란치로 포진한 이재성과 박주호가 침착한 공수 조율과 볼 배급으로 경기를 잘 운영했고, 골키퍼 김승규와  김진수, 장현수, 김민혁, 임창우로 구성된 수비 라인은 경기 내내 별다른 실수 없이 안정적인 모습을 과시했다.

말레이시아의 '밀집수비' 대응, 절반의 성공

하지만 선제골을 넣은 이후 후반 중반까지의 경기 운영은 다소 아쉬웠다. 주도권은 계속 한국이 장악했지만 공격의 효율성이 떨어지며 한국은 승리를 확정하는 추가골을 넣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말레이시아는 예상대로 극단적인 밀집 수비를 들고나왔다. 선제골을 허용한 이후에도 말레시아는 좀처럼 라인을 끌어올리지 않고 오히려 추가 실점을 막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원톱에 세우고 2선에는 윤일록, 김승대, 안용우를 포진시키며 끊임없이 말레이시아의 골문을 노렸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신장과 체격에서 밀리는 말레이시아 수비수들은 김신욱을 마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임창우의 선제골도 세트피스에서 김신욱에게 수비수가 집중되는 반사 이익 효과에서 비롯됐다. 밀집 수비를 깨는 데 가장 좋은 대안은 세트피스라는 사실을 증명한 대목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인플레이 상황에서는 아직 완성도가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공격의 꼭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김신욱은 분명히 위협적이었다. 강점인 제공권은 물론이고 전방에서의 안정적인 볼 관리와 미드필드와의 연계 플레이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고군분투했다.

문제는 선수들이 초반 너무 김신욱에 의존하는 플레이를 하려 들었다는 점이다. 촘촘한 밀집 수비로 일관한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선수들은 패스를 줄 공간이 여의치 않을 때면 어쩔 수 없이 김신욱을 활용한 공중볼 패스를 시도하려고 했다. 아무리 높이가 좋은 김신욱이라고 해도 눈에 보이는 뻔한 공격 루트와  템포가 느린 크로스로는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김신욱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2선에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소속팀 울산은 김신욱의 위치에 따라 2선 공격수들이 수시로 자리를 변경하며 찬스를 만들어 내는 플레이를 시도한다.

2012년 김신욱-이근호-하파냐의 공격 트리오를 앞세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을 때가 대표적이다. 김신욱에게 수비가 몰린 틈을 타 뒷공간을 활용한 빠른 원-투패스는 역습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효과적인 공격 전술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경기 후반으로 가면서 어쨌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말레이시아의 체력이 떨어진 경기 막판 한국은 침투 패스가 서서히 살아나는 모습이었고 2골 모두 패스에 의하여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줬다. 김신욱 역시 첫 골에 대한 부담을 덜고 자신감을 얻은 것은 희망적이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을 상대하는 팀들로서는 대부분 밀집 수비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김신욱의 활용도에 대한 고민도 매 경기 계속될 수밖에 없다. 김신욱이라는 최종병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한국의 메달 색깔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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