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중한 승리를 챙겼지만 대가가 너무 컸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이 17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A조 2차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김승대의 활약에 힘입어 1-0으로 신승했다. 2연승을 달린 대표팀은 16강을 확정하며, 남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최약체 라오스를 상대로 무승부 이상만 거둬도 조 1위를 굳힐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공격의 핵인 김신욱과 윤일록의 잇단 부상은 앞으로 남은 일정에 적지않은 부담으로 남게됐다. 전반 12분 김승대의 선제골로 앞서가던 한국은 6분뒤 김신욱이 수비수와 충돌한후 오른쪽 종아리 통증으로 교체됐다. 다시 26분에는 윤일록이 볼 경합도중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그라운드를 떠나야했다.

사우디는 이날 한 수위의 한국을 맞이하여 의도적으로 거친 플레이를 남발했다. 파울이 한국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9개를 저질렀고, 옐로카드가 4개, 경고누적에 따른 레드카드도 1장이 나왔다. 공이 지나간 다음에 다리를 걷어차거나, 심판의 눈을 피해 유니폼을 붙잡고 헐리우드 액션을 시도하는 등 매너없는 플레이가 속출했다. 동업자 의식이 실종된 사우디의 행태에 몇차례 일촉즉발의 상황이 나오기도 했다.

졸지에 공격의 두 축을 모두 잃어버린 한국의 플레이는 이후 다소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슈팅과 볼점유율에서는 앞섰으나 문전에서 확실하게 마무리를 짓지못했다. 전반에만 교체카드 두 장을 소비하며 선택의 폭이 제한된 벤치는 신중한 경기운영을 펼칠 수 밖에 없었다. 만일 선제골이 일찍 터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지 알수 없는 흐름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끝내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전들의 부상으로 당초 의도했던 만큼의 전술변화와 조직력을 다지는데는 제약이 있었지만 문전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많이 내주지않고 리드를 끝까지 지켜낸 점은 아쉬운 경기내용속에서도 높이 평가받을만한 부분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미 조 1위가 거의 확정적인 만큼 조별리그 최약체인 라오스와의 최종전은 크게 부담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16강 이후를 대비할 때 베스트멤버들 없이 우승까지 순항할수 있을지는 우려되지 않을수 없다.

김신욱은 다행히 단순 타박상으로 밝혀져 라오스전을 건너뛰더라도 16강 이후에는 정상적인 출격이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윤일록은 무릎 내측 인대 쪽에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며 정밀진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소 2~4주 이상의 진단을 받는다면 아시안게임 잔여경기 춸전은 사실상 물건너간다. 아시안게임이 3~4일 간격으로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인데다 선수 엔트리도 20명에 불과하여 대회중 주전 1명의 공백이 미치는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어쩌면 김신욱보다는 윤일록의 공백이 더 치명적인 상황을 가져올수도 있다. 윤일록은 김승대와 함께 2선 공격의 핵심 역할을 하는 선수였다. 기동력과 공간침투 능력을 갖춰 2선에서 위치를 가리지않고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수 있고 골결정력도 갖췄다.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발된 손흥민의 주포지션이던 왼쪽 측면의 대체자로 가장 기대를 모았던 선수였다. 사우디전에서 윤일록이 빠지고 난 후, 한국의 2선 공격이 전체적으로 둔화된 것도 윤일록의 비중을 실감케했다. 윤일록이라는 파트너를 잃은후, 김승대의 위력까지 덩달아 반감되는 모습이었다..

일단 팀내에서 윤일록의 대체자로 활용할수 있는 선수는 이종호와 문상윤 등이 있다. 사우디전에서 윤일록의 부상 이후 이종호가 왼쪽 측면으로 투입되어 활약했지만 익숙한 포지션이 아니라 다소 헤매는 모습을 보였다. 문상윤은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하다.

이광종호의 전술적 특성상 2선 공격수는 좌우와 중앙의 구분없이 선수들끼리의 유기적인 스위칭 플레이에 의한 공간창출 능력이 중요한데,  김영욱과 안용우 등은 윤일록에 비하면 좌우로 활동폭이 넓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포스트플레이에 강한 김신욱마저 컨디션 회복속도가 더디다면 한국은 가장 주요한 공격루트 2개를 잃어버리게 되는 셈이다.

남은 라오스전의 가치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승패 자체보다는 16강 이후를 대비하여 윤일록과 김신욱의 부재를 대비한 플랜 B를 점검해야할 시점이다. 어쨌든 부상도 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극복해야할 변수 중 하나다. 더 이상의 부상자 속출없이 전력 면에서 한 수 아래인 라오스를 상대로 공격라인의 변화 가능성을 시험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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