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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은 '성매매 방지법'이 시행된 지 꼭 10년째 되는 날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성매매 여성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 이에 전국 12개 지역 반성매매운동을 위한 여성인권 단체들의 연대체인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성매매정책과 운동 10년을 다각도로 정리하고 평가해 5~6편에 걸쳐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말]
중학교에 재학 중인 A(14)는 표면상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나,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한다. 오히려 어플이나 채팅으로 만난 친구들과 대화를 더 많이 하고 가끔 만나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만난 친구들은 조건 만남을 권유하기도 하고 성적인 대화도 서슴없이 한다.

성매매에 노출된 청소년들에 대한 호기심은 '어떤' 청소년들이기에 성매매에 노출되는가?이다. 또는 '그런 애'들이다. 이 '어떤'과 '그런 애들'의 의미에는 분명 무언가 문제가 있는 '문제아'라는 낙인이 들어있다. 과연 그럴까.

성매매특별법 10주년 거리 캠페인.
 성매매특별법 10주년 거리 캠페인.
ⓒ 전국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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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 사이에서 성매매는 그들의 성문화 중 하나다. 남성 중심의 성문화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젊은 여성의 성(sexuality)은 왜곡된 가치를 가진다. 그래서 성을 사는 남성의 연령대는 제한이 없지만 성을 파는 여성의 연령대는 상한선이 존재한다.

과열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성을 파는 여성의 나이가 낮아지는 것도 그 때문. 최근 여성가족부가 낸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에 따르면, 실제로 성매매알선·강요 피해자의 평균 연령은 2007년 16세에서 2012년 15.5세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출을 하려면 일을 하고 있어야 돼요. 일단 가불이라도 해서 방을 구하고. 그런데 대부분 애들이 일을 꾸준히 안 해요. 엄격히 따지면 우리 나이에 일 할 곳이 없으니까 조건 돌려서 그걸로 돈을 벌고, 저보다 3살 어린 애들이 보도를 하고, 2차까지 나가고…." - 가출 청소년 B.

경제 위기로 인한 가족 해체 및 불안정성으로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은 가출과 비행 그리고 성범죄에 쉽게 노출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청소년들이 성매매를 하게 된 계기는 '잘 곳이 없어서', '배가 고파서', '다른 일자리가 없어서' 그리고 '강요에 의해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경찰에 신고된 가출 청소년은 총 2만8996명으로, 이중 1만6945명이 여성 청소년이었다. 남성 청소년보다 여성 청소년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신고되지 않은 가출 청소년의 수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어린 여성들의 성을 사는 남성들, 실수가 아니라 범죄

대구여성인권센터와 여성단체들은 2013년 9월 25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성매매방지법 시행 9주년 행사 캠페인을 벌였다. 사진은 휴대폰을 통한 무차별적인 성매매유혹 문자에 대한 청소년들의 생각을 적은 글이다.
 대구여성인권센터와 여성단체들은 2013년 9월 25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성매매방지법 시행 9주년 행사 캠페인을 벌였다. 사진은 휴대폰을 통한 무차별적인 성매매유혹 문자에 대한 청소년들의 생각을 적은 글이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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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린 여성들의 선정적인 춤과 성적 유혹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있다. 대중매체를 통해 경쟁적으로 보이는 '놀이로서의 성'은 어린 여성들의 성을 보고 즐기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도록 한다.

더구나 성매매는 오랫동안 남성들 사이에서 성욕 해소를 위해,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호기심이라는 명목으로 이뤄진다. 남성들 사이에선 술안주이자 자랑거리로, 어쩌다 적발이 되면 범죄라기보다는 실수로 여겨진다. 성매매가 사회 문제로 표면화 될 때 남성들의 '성매매 범죄 행위'보다는 문제를 가진 '어떤' 아이들의 일탈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다.

C(17)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약간의 용돈과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조건만남을 시작했다. 큰돈을 만지다 보니, 그만두지 못하고 1년간 조건만남을 하다 그만두었다. 이후 쉼터에 입소하여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는데, 성 매수자 2인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률 위반으로, 다른 매수자 3인은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았다.

피해자가 청소년이었음에도 각각 다른 법률이 적용된 것은 '피해자가 청소년인 줄 몰랐다'는 가해자 진술 때문이었다. 이처럼 청소년 성매매 사건은 많은 경우, 성구매자가 '문제 있는 아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것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에 맞춰지곤 한다.

청소년 지원 시설에 있는 필자가 신뢰관계인 신분으로 청소년 성매매 경찰 조사에 동석을 하다보면 성 매수자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화장을 진하게 하는데 누가 청소년으로 보냐?", "혹시나 해서 나이를 물어봤더니 20살이라고 했다", "저 아이가 먼저 접근했다", "가출했다고 해서 집에 가라고 차비까지 주었다", "순간 정신이 나갔다" 등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한다. 청소년의 함정에 자신이 빠졌다는 식으로 항변하는 것이다.

최근 서아무개(30)씨가 12세 아동과 돈을 주고 성관계를 맺었지만, 12세 아동이 자신의 나이를 18세로 속였고 서씨가 아동의 실제 나이를 몰랐다는 점을 들어 정상 참작된 판결을 보도한 기사(시사위크 9월 19일자)가 나올 수 있는 이유다.

위 사건에서 성 매수자가 아동이 12세인 줄 몰랐다고 강변한 이유는 현행 13세 미만 청소년 성매수는 의제강간으로 보고 성폭력으로 처벌하기 때문이다. 즉, 만 13세 미만 아동의 경우는 성적 거래에 대한 동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성인에 의한 강간으로 보고 성폭력으로 처벌한다. 반면 만 13세 이상의 청소년들은 가출과 비행, 성범죄에 노출된 문제 아동으로 인지되고 성매매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취급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 성매매에 대한 정책은 어린 여성들의 성을 사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들에게 맞춰지고, 나이를 속였는지 여부,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돈을 받았는지 그렇지 않은지, 돈을 받았다면 '동의했다'고 취급된다)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모든 성매매가 그러하듯 청소년 성매매 역시 어린 여성들의 성을 사고 팔수 있는(알선) 구조와 문화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청소년 때문에 유지되는 건 아니다. 

성매매에 노출된 아동·청소년, 거래가 아니라 성적 착취

성매매방지법시행 9주년을 맞아 대구여성인권센터가 마련한 행사에서 학생들이 성매매를 뜻하는 문자에 답변 형식의 글을 붙이고 있다.
 성매매방지법시행 9주년을 맞아 대구여성인권센터가 마련한 행사에서 학생들이 성매매를 뜻하는 문자에 답변 형식의 글을 붙이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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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보고서(European Parliament, 2014)에 따르면, 연간 186억 달러, 약 4천만명 이상이 연루되어 있는 전세계 성매매 시장에서 75% 이상이 13~25세 사이의 여성과 아동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한국의 법에서 청소년 성매매 피해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은 성구매의 상대가 된 청소년을 '대상청소년'으로 규정하여 처벌하고 있으며, 더구나 아동·청소년임을 인지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처벌이 약한 성매매처벌법을 적용한다. 이것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인터넷 채팅으로 조건만남 상대를 구해 성매매를 하기 때문에 피해 청소년이 아닌 교육을 통해 선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성 매수자에게 '나도 피해자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기에 성매매를 '성착취' 행위로, 행위의 대상자가 된 아동·청소년을 동의여부와 상관없이 피해자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즉, 아동·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을 돕기 위해서는, 아동·청소년을 범죄자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성매매를 성착취 행위로, 행위의 대상자가 된 아동·청소년을 피해자로 규정하여 보호하는 법 개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사)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부설 청소년지원시설 푸른꿈터 소장입니다.



태그:#청소년 성매매, #성매매, #성매매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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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전국 12개 지역 반성매매운동을 위한 여성인권단체들의 연대체입니다. 여성과 약자에 대한 착취에 반대하고 성매매여성의 비범죄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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