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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3일 송광용 전 교육문화수석의 갑작스런 사퇴 파동에 대해 '뒷북' 해명을 내놨다. 지난 20일 송 전 수석의 사표가 수리된 지 사흘 만이다. 사실을 숨기다 비판 여론에 등 떠밀려 송 전 수석의 사퇴 전말에 대해 털어놓는 모양새다.

하지만 해명 내용을 통해 오히려 고질병이 된 청와대의 고위 공직자 검증 실패와 이를 덮기 위해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첫 조사 뒤 무려 102일 동안 몰랐다는 청와대 해명

20일 사표를 제출한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20일 사표를 제출한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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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이날 오후 5시쯤 갑자기 해명자료를 내고 청와대 관계자의 브리핑을 예고했다. 청와대 해명의 골자는 송 전 수석이 인사검증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고, 경찰은 수사 내용을 전산입력을 하지 않아 송 전 수석에 대한 수사 사실을 모르고 임명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송 전 수석은 6월 9일 서초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으나 수사 경찰관이 조사 당일 전산 입력을 하지 않아 6월 10일자로 범죄 및 수사경력을 조회한 결과 '해당사항 없음'으로 회신을 받았다"라며 "송 전 수석 역시 6월 10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송부한 자기검증 질문서에 답변하면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거나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진술했다"라고 밝혔다.

서초경찰서는 2010~2011년 서울교육대가 교육부 장관 인가 없이 외국대학과 연계해 학위를 주는 유학 프로그램(3+1 유학제도)을 운영해 고등교육법을 위반한 혐의로 당시 총장이었던 송 전 수석을 6월 9일 소환조사했다.

송 전 수석을 사실상 경질한 경위에 대해서는 "송 전 수석이 서초서에서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 예정이라는 사실을 지난 19일 민정수석실에서 알게 됐고, 이를 본인에게 확인한 후 사표를 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전 수석에 대한 경찰의 첫 조사가 이뤄진 뒤 무려 102일 동안 청와대 고위 공직자의 위법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자기 검증서 받고 이틀 만에 내정... '부실 검증' 또 도마

그러나 청와대의 해명을 그대로 믿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적지 않다. 서울교대를 포함한 일부 대학들의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는 지난해 11월에 시작돼 6개월 넘게 진행돼 왔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지난 7월 31일 송 전 수석이 입건될 당시에도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당시 사회안전비서관이었던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의 보고도 없었고, 경찰 쪽에서 보고가 올라온 게 없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청와대의 해명을 그대로 믿는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청와대가 밝힌 대로라면, 송 전 수석이 자기검증 질문서에 답변한 게 6월 10일이고 교육문화수석에 내정된 게 6월 12일이다. 질문서 답변을 받은 지 이틀 만에 검증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내정을 강행한 셈이다. 필요한 최소한의 검증이라도 과연 이뤄졌는지 의심스런 대목이다.

결국 청와대의 부실 검증은 송 전 수석의 거짓말을 걸러내는데 실패했다. 인사 참사가 반복될 때마다 청와대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검증 시스템을 고치겠다고 했지만 변한 것을 없었다.

특히 청와대는 이날 해명자료에서 송 전 수석의 사퇴 이유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점도 시인했다. 청와대는 당초 송 수석의 사퇴 이유에 대해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했다"는 황당한 설명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는 "유무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유를 밝혀 사표를 수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을 바꿨다.

거짓말 한 송 수석과 또 거짓말 한 청와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은 지난 7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 출석했을 때의 모습.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은 지난 7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 출석했을 때의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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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과정에서 거짓말을 한 점, 또 교육 분야를 담당하는 교육문화수석이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송 전 수석이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할 이유가 충분했다는 점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배려라는 청와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반복되는 인사실패와 부실검증에 대한 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의도된 거짓말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이날 청와대는 송 전 수석의 사퇴 경위를 숨겨 사회적 논란을 키우고 거짓 해명을 내놓은 사실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대신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급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청와대가 현행법 상 할 수 있는 검증을 누락하거나 잘못한 것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린다"라며 "(송 전 수석) 본인이 인사 검증서에서 거짓 진술을 한 상황에서 사전에 인지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해명 자료 배포와 브리핑은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인사 실패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김기춘 실장 보호용이 아니냐는 의심도 커지고 있다.

야당은 '김기춘 책임론'을 다시 거론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청와대가 검찰 송치 전까지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하니 있으나 마나한 검증시스템"이라며 "일차적인 책임은 청와대 인사위원장에게 있는 만큼 김 실장이 책임을 면할 길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태그:#송광용, #김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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