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근 중국에서 '치맥(치킨과 맥주) 열풍'이 불고 있다고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종영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나타난 여파였다. <별에서 온 그대>의 여주인공인 천송이가 '치맥'을 뜯고 마시는 장면 때문에 치맥을 먹지 않았던 중국 사람들이 치맥을 먹게 되고, 이로 인해 해외창업이 활발해진다니 신기할 뿐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일어난 치맥 열풍 소식에 왠지 모를 뿌듯함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치킨과 맥주라는 음식이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즐기는 '국민음식'인 탓일 것이다. 셀 수도 없는 닭 관련 프랜차이즈가 영업을 한다. 사람들은 '1인 1닭'을 이야기한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치킨은 '소울푸드'라고 할 만하다. 이런 의미를 가진 치맥을 중국 사람들도 즐긴다니 오묘한 느낌이 든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 국민인가 보다. 때문에 누구보다 치킨을 사랑하고,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프랜차이즈 치킨을 맛보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나의 눈에 <대한민국 치킨전>이라는 제목의 책이 보인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치킨전>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치킨의 의미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다.

닭 본연의 맛보다 튀김옷과 소스의 맛

사실 이 책의 집필을 위해 조사하고 글을 쓰면서 들었던 의문은 '대체 치킨은 무슨 맛으로 먹는가'였다. 그런데 오래도록 관찰한 결과, 사람들은 치킨을 닭과 연결 짓지 않는다. 치킨 자체가 닭이긴 하지만 우리가 치킨이라고 부르는 것은 더 이상 닭이 아니다. 각자 갖고 있는 치킨의 취향은 후라이드냐 양념이냐로 갈리지만 그건 튀김옷이나 소스에 대한 취향에 가깝다. (본문 58쪽 중에서)

<대한민국 치킨展(전)>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07 / 1만 4000원)
 <대한민국 치킨展(전)>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07 / 1만 4000원)
ⓒ 따비

관련사진보기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치킨을 먹는다. 왜 이렇게 자주 먹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렸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렇게 치킨을 먹은 게 10년 정도 된 것 같다. 계산해보면 수백 마리의 닭이 나를 위해 희생한 셈이다. '100세 시대'라고 말이 나오는 요즘,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치킨을 먹는다면 천 마리 이상의 닭이 필자를 위해 죽을 팔자다.

나는 그렇게 수도 없이 치킨을 먹었다. 치킨을 뜯으면서 당연히 닭을 먹는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추호도 의심한 적이 없다. 하지만 저자는 책에서 치킨을 먹는 이들이 치킨과 닭을 연결 짓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가 치킨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닭 본연의 맛보다 튀김옷과 소스의 맛이라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치킨을 주문할 때도 양념이나 간장 아니면 후라이드 치킨을 선택했지 어떤 닭을 달라고 말한 적은 없었다. 지금까지 닭 본연의 맛이 아니라 닭을 감싸고 있는 튀김옷과 소스의 맛을 즐겼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치킨의 주재료인 닭은 단지 씹는 식감을 주는 역할 외에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필자에게 소소한 충격을 던져준 책은 이어서 대한민국 전역에 산재한 치킨 프랜차이즈에 관해 다루고 있다.

치킨의 주요한 공급원, 치킨 프랜차이즈

한국형 프랜차이즈 산업의 최전선에 서 있는 치킨시장도 마찬가지다.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로열티의 부담도 알고 '갑의 횡포'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독립 치킨점들이 인지도를 높이려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끊임없는 홍보는 물론 '맛의 승부'를 내야 하는데, 어이없게도 치킨시장에서 승부를 가리기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맛이다. 하는 수 없이 할인 행사나 사은품 제공, 전단지 작업 등을 쉬지 않고 해야 하는데, 이런 이벤트야 말로 프랜차이즈가 가장 잘한다. (본문 81~82쪽 중에서)

대한민국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있지만 대중에게 인지도를 가진 프랜차이즈 업체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리고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맹점을 차린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점포가 난립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임에도 치킨 프랜차이즈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가 성행하는 이유는 쉽게 차릴 수 있고, 자본도 다른 음식점에 비해 적게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치킨 매장에 비해 노력이 적게 든다. 더불어 치킨은 사람들이 돼지고기나 소고기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메리트가 있다.

그러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치킨 프랜차이즈에는 숨길 수 없는 애환이 있다. 저자는 책에서 치킨과 관련해 큰 이슈가 됐던 사건들 예컨대 치킨 프랜차이즈 사장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통큰 치킨' 사건, 최근 새롭게 이슈가 되고 있는 '배달 관련 어플리케이션 수수료' 논란 등을 다루면서 치킨 프랜차이즈의 이모저모를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스포츠하면 떠오르는 음식, 치킨과 맥주

스포츠 경기가 벌어질 때마다 승리에 가장 목마른 것은 치킨점 사장님들이다. 국가대표팀 경기 결과에 따라서 치킨 판매율은 널을 뛰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닭은 많이 받아놓았는데, 하필이면 대표팀이 힘도 쓰지 못하고 기운 빠지는 경기를 하면 치킨 주문량도 함께 떨어지고 재고는 쌓인다. 홀에 와서 직접 경기를 보는 손님들도 경기의 결과에 따라서 시켜 먹는 치킨과 맥주의 양이 다르다. 승리에 울고 웃는 것은 선수와 감독만이 아니다. (본문 174~175쪽 중에서)

스포츠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바로 치킨과 맥주다. 대한민국이 4강에 올라간 2002년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그때 치킨은 없어서 못 파는 음식이었다.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린 치킨 업계는 국가적인 스포츠가 있을 때면 그때마다 2002년 월드컵만 같기를 기도했을 것이다. 업계의 사활이 걸린 만큼 선수와 감독보다 더 승리에 민감하지 않았을까.

축구부터 시작해 야구 심지 e스포츠까지... 사람들은 흥미진진한 경기가 있을 때마다 치킨과 콜라, 혹은 치킨과 맥주를 시키고는 TV 앞에서 경기를 기다린다. 스포츠와 치맥은 대한민국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대한민국에서 이제 어떤 스포츠의 빅 매치가 있을 때 TV 앞에 치킨과 콜라, 그리고 맥주가 없는 장면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대한민국의 소울 푸드, 치킨

아버지 월급날 먹을 수 있었던 노란 종이 봉투에 쌓인 옛날통닭, 기분 좋은 밤 출출할 때 배달해 먹는 1인 1닭... 치킨은 현재 대한민국을 상징하고, 대한민국의 영혼을 담은 음식이 됐다.

물론 앞으로 치킨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언젠가 치킨이 대한민국 소울 푸드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치킨은 대한민국에 존재했던 어떤 음식 중에서도 사람들과 가까웠고, 사람들의 즐거움과 함께 했던 음식이라는 것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치킨이여 영원하라!

덧붙이는 글 | <대한민국 치킨展(전)> (정은정 지음 / 따비 펴냄 / 2014.07 / 1만 4000원)

이 기사는 김무엽 기자의 블로그(picturewriter.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치킨전 -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

정은정 지음, 따비(2014)


태그:#치맥, #치킨, #프랜차이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