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이후 무려 17년간 대한민국 남자 농구 대표팀과 함께 해온 김주성 선수가 이제 그 마지막을 장식하려 한다. 그 무대는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이다.

 지난 24일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본선 한국-몽골 경기에서 김주성 선수가 슛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4일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본선 한국-몽골 경기에서 김주성 선수가 슛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 이번 대회에서 김주성 선수는 실력을 모두 보여주지 못했다. 부상과 체력 저하로 팀에 큰 공헌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주성 선수가 대표팀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김종규, 이종현 등 이제 대표팀에 승선한 빅맨 후배들에겐 큰 힘이 됐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경기력만 놓고 김주성 선수의 존재감을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김주성 선수는 프로 농구에 입문한 이후 2012 시즌까지 부상으로 빠졌던 2007년을 제외하고 매년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며 동부 프로미를 명실상부 프로농구의 명문팀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최근 부상이 잦아지며 출전 경기 수가 줄어들었지만 그 전에는 매년 가장 많은 경기에 가장 많은 출전시간으로 팀에 헌신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 2012년 부상으로 빠진 단 한 차례 빼고 프로팀 입단 후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국가대표 경기를 펼쳤다. 지난 12년간 김주성 선수보다 국가대표 경기를 많이 펼친 선수는 없다. 그렇게 그는 시즌과 비시즌을 가리지 않고 혹사당했다. 그 사이 하승진이라는 대형 센터가 나타나 이제는 김주성 선수의 짐을 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거듭된 부상은 그의 부담을 덜어주지 못했다.

빅맨이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매년 시즌과 비시즌 동안 많은 경기를 뛰면서 지금까지 줄곧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건 김주성 선수가 얼마나 자기 관리에 철저한 선수인지 나타내는 지표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김주성 선수에게도 안티 팬이 많았다. 심판 판정에 대한 과도한 항의 등 김주성 선수에게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안티팬들이 김주성 선수를 비난했다. 하지만 이들마저도 국가대표선수 김주성에게는 박수를 쳤고, 찬사를 보냈다. 그만큼 김주성 선수가 지금까지 국가대표로 보여준 모습은 안티팬들도 인정할 만큼 대단했다. 

사실 이미 김주성 선수는 은퇴 의사를 한 차례 밝힌 적 있다. 2011년 아시아선수권이 끝나고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은퇴하는 게 좋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2012년 부상으로 국가 대표팀에서 빠지면서 이젠 정말 김주성 선수가 국가대표로 차출될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유재학감독은 다시 김주성 선수를 불러들였다. 김주성 선수는 "국가 대표로 뽑혀 영광이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국가 대표 입성의 포부를 밝혔다. 유재학 감독이 김주성 선수를 다시 불러 들인 이유는 간단했다. 김주성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부응하듯 그는 지난해 아시아 선수권에서 중국을 격파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했고, 대한민국 대표팀이 농구 월드컵에 진출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김주성은 오롯이 '김주성'이다

지난 시즌 프로 리그에서 두 차례의 큰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빠졌던 김주성 선수였지만 어김없이 올해도 비시즌 기간 국가대표로 차출됐고, 젊은 후배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농구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의 영광을 위해 땀 흘리고 노력했다.

김주성 선수는 1998년 마지막으로 한국이 참여했던 세계 농구선수권의 유일한 멤버였고 2002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였다. 그보다 경험이 많은 선수는 아무도 없었으며 심지어 코칭 스태프보다 국제 경험이 풍부한 선수였다. 그만큼 그가 후배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부분은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김종규, 이종현 선수가 잘 받아들여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면 김주성 선수의 책임은 충분히 다했다고 본다.

이렇게 볼 때 김주성 선수는 동부 프로미의 레전드이기도 하지만 국가대표팀의 레전드이기도 하다. 협회 차원에서 김주성 선수에게 국가 대표로서의 공헌도에 대한 별도의 포상과 은퇴식을 치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이 후배들도 그를 보고 꿈을 꾸며, 국가대표로 더욱 헌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주성 선수가 농구에 뒤늦게 입문한 고등학교 시절 그의 평가는 둘로 나뉘었다. 하나는 제2의 한기범 선수라는 것, 다른 하나는 이미 괴물센터로 불렸던 제2의 서장훈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김주성 선수를 '제 2의 누구'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는 당당히  제1의 김주성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후배들은 제2의 김주성을 목표로 운동하고 있다. 오는 3일, 김주성 선수는 국가대표로서의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다. 2002년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의 두 번째 막내로 팀의 우승에 공헌했던 김주성 선수가 이제 12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 영광의 순간을 다시금 맛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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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대한민국 농구대표팀 남자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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