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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취업이 늘고 특성화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특성화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좋지 않다. 특성화고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고자, 실패를 지렛대 삼아 꿈을 이룬 특성화고 선배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이번 인터뷰도 그 중 하나.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는 강원도교육청 블로그 '학구파'에서 볼 수 있다. - 기자 주

유지대 (주) 씨디에스 대표는 1981년 춘천기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유지대 대표는 IMF가 터진 1997년, 10년 동안 근무했던 삼보컴퓨터를 그만두고 대출금 300만 원으로 창업했다. 지금은 연간 매출액이 15억 원 정도. 2013년 정보처리분야 처음으로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우수숙련기술인에 뽑혔고, 2012년에는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로 선정됐다.

"IT업체인데 컴퓨터가 없었어요"

창업할 때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유지대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돈이 없어 사업계획서는 아는 사람의 매장에서 작성했고, 회사 간판은 현수막으로 대체했다. 직원을 구할 때는 벼룩시장에 '컴퓨터 갖고 계신 분 우대'라고 광고를 냈다.

"면접 보러 온 친구가 웃을 정도였어요. 제가 면접관이 아니라 오히려 면접을 당하는 입장이었죠. 월급은 제대로 줄 수 있느냐는 말에 어떤 일이 있어도 무조건 주겠다고 하고, 그 친구랑 저랑 둘이서 일을 시작했죠."

3년 정도 지나니까 매출은 꾸준하게 늘었지만 회사 형편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직원 월급은 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해결했지만, 그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뭔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때 정보통신부에서 기술개발 업체에 대출을 해주는 게 있었어요. 지금은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이 많지만 그때만 해도 그런 게 거의 없었어요. 영상편집을 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소프트웨어를 제안하고 대출 심사를 받았는데 실사를 나온 분들이 이상하게 보는 거예요. 회사 건물도 좀 그렇고, 직원들도 거의 없고. 어떻게 된 거냐고 묻길래 제 의욕을 강하게 얘기했죠. 기술로만 평가해 달라고요."

아무런 담보도 없이 기술개발에 대한 가능성을 믿고 대출이 이뤄졌다. 그때 받은 돈이 1억 3500만 원. "지금도 그 금액을 정확히 기억해요. 얼마나 살 것 같았는지. 직원도 한 명 더 뽑고, 신이 나서 일했는데 1년 동안 개발할 것을 6~7개월 만에 해냈어요."

그때 개발했던 프로그램은 전국적으로 수만 개가 팔렸고, 회사도 안정을 찾았다. 이후 여러 대학교 및 국립고궁박물관 등의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교육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매출액을 15억 원까지 끌어올렸다.

이런 결과에 힘입어 2004년에는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 기술혁신상을 수상했고, 같은해 신사업서비스 부문에서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강원도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됐다. 그리고 올해 4월에는 꿈에 그리던 사옥을 마련해 이사했다. 창업 15주년 만에 얻은 귀한 결실이었다.

대기업을 때려치우다!

학창시절 가정형편이 녹록치 않았던 유 대표는 1981년 춘천기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군에 입대했다. 제대를 앞두고 형이 사법고시에 합격하자 공부를 다시 시작해 속초 동우대학 전자계산과에 입학했다. 형이 대학 등록금 지원을 약속한 덕분이었다.

졸업 하면 바로 사회 나가서 경제활동을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2학년 때 정보처리산업기사 자격증을 땄고, 이듬해 2월 졸업식 일주일을 앞두고 삼보컴퓨터에 소프트개발 기술자로 스카우트됐다.

"대학 때도 열심히 공부했지만 기업에 들어가고 나서도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요. 대기업 생활이 다 그렇겠지만, 아침 6~7시에 출근해 밤 10~11시에 퇴근하고, 평균 수면 시간이 3~4시간이었어요."

10년 동안 12개의 부서를 돌아다니며 지방․공고․전문대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그러나 점점 회사 생활에 회의를 느끼게 됐고, 더 이상 이렇게 사는 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자 과감하게 사표를 냈다.

"때마침 춘천에서 멀티미디어, 애니메이션 산업이 시작되고 있었고, 이런 산업들을 육성하겠다는 뉴스가 계속 나왔어요. IMF 때 창업한다고 다들 말렸지만, 경제가 바닥이니까 실패한다 해도 그 이하는 있겠느냐는 생각에 고향으로 내려왔죠."

퇴직금은 생활비로 내주고, 차비만 가지고서 한 달 동안 춘천시내 카페를 오가며 사업계획을 짰다. 무엇을 할까 → IT를 하자 → IT는 어떻게 나뉘지? →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있다 → 소프트웨어로 하자 →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어떤 걸 하지? → 차세대 멀티미디어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만들자…. 이런 생각들의 고리 속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찾았고 곧바로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6~7개월 뒤 ㈜씨디에스를 창립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유 대표는 꿈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목표 설정을 해야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내를 갖고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각의 전환을 위해서는 모험과 도전정신이 필요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일상에서 벗어나 내 인생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워야 해요. 창업을 할 것인지, 취업을 할 것인지, 창업을 한다면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자신만의 끼를 발산한다면 멀게만 느껴지던 세상도 내게 다가올 겁니다."

덧붙이는 글 | 강원도교육청 블로그 '학구파'에도 실린 글입니다.



태그:#꿈꾸고 이루고, #강원도교육청, #특성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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