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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효(69, 가명)할아버지와 이인임(78, 가명)할머니는 두 아들 때문에 전 재산을 탕진하고 여관방에서 장기 투숙을 하는 신세가 됐다. 그 사이 할머니에겐 치매 증상이 왔다. 치매는 초기 관리가 중요한 질병이었지만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 여관비도 1년 가까이 밀려, 지불해야 할 금액이 200만 원 넘게 쌓였다. 30대인 두 아들은 5년 째 연락두절 상태다.

보다 못한 여관 주인이 두 아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큰 아들은 연락이 닿지 않았고, 둘째는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부양을 회피했다. 결국 폐업을 앞두고 있던 여관 주인이 지난해 1월 노부부를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미납된 여관비는 받지 않기로 했다. 기관의 도움으로 노부부는 쉼터에 입소했지만 제때 예방치료를 받지 못한 할머니는 치매 증상이 급격하게 심해져 노인생활시설로 옮겨졌다.

'노인 학대' 매년 증가... 올해 7월말까지 2천여 건 접수

노인학대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남윤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노인학대 연도별 신고접수 건수'를 보면,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학대사례는 2012년 3424건에서 2013년 3520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7월말까지 2049건에 달한다. 노인 학대와 관련한 상담도 늘었다. 2012년 6만5294건에서 2013년 6만8280건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7월말까지 3만8683건이 접수됐다.

신고 현황을 보면 노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학대당했다. 그중 폭언을 일삼는 정서적 학대(38.3%)와 폭력까지 행사하는 신체적 학대(24.5%)가 순서대로 많았다. 그 다음이 방임(18.6%)과 경제적 학대(9%)다.

방임 중에는 노인이 스스로를 방임한 경우도 있었다. 2012년 관할 구청 공무원에게 구조된 노희문(88, 가명)할머니가 그렇다. 50년 전부터 무허가 주택에서 거주한 노 할머니는 집안과 그 주변이 온갖 쓰레기 더미로 변해있었다. 오래 전 배우자와 사별한 할머니는 그곳에서 홀로 생활했다. 자녀들과 연락은 닿았지만 그들 또한 생활 형편이 좋지 못했다.

비위생적 환경에 노출된 할머니는 이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공무원의 병원진단과 거주지 이전 등을 모두 거부했다. 다행히 종종 왕래해오던 막내딸이 할머니를 설득해 전문 심리 상담을 받도록 했다. 또 민·관 기관의 도움을 받아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있었다.

공무원이나 이웃에게 발견되어 학대로부터 벗어나면 다행이지만 문제는 노인 학대 대부분이 가정에서 은밀하게 벌어진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노인학대 발생 장소는 '가정 내'가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해 접수된 3520건 중 2925건(83.1%)을 차지했다. 그 다음이 양로원과 요양시설 등에서 발생한 학대로, 총 251건(7.1%)이다. 학대 가해자도 아들(40.3%), 배우자(13.7%), 딸(12.9%) 순이다.

대부분 집에서 발생해 은폐되기 쉬워... 피해 노인 즉시 격리할 수 있어야

최해갑(75, 가명)할아버지는 함께 사는 손자(12)에게 학대를 당했다. 분노를 잘 다스리지 못한 손자는 모든 화를 최 할아버지에게 쏟아냈다. 폭언과 함께 흉기로 할아버지를 위협하기까지 했다. 또 성기를 만지는 등 성적 학대도 가했다. 최 할아버지의 딸이 함께 살았지만 배우자와 헤어져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인 그는 할아버지를 돌보지 않았다. 다행히 학대 장면을 목격한 주민 센터 공무원이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가정 안에서 벌어지는 노인 학대는 은폐되기 쉽다. 또 수년에 걸쳐 지속된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접수된 노인 학대 총 3520건 중 학대가 1회에 그친 경우는 6.9%(242건)에 불과하다. 대다수가 1년 이상 지속됐다. 5년 이상도 31.6%(1113건)이나 됐다.

노인 학대가 매년 늘어나지만 이를 구제할 전문기관은 더디게 늘어났다. 노인 학대 예방 사업을 수행하는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은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24개소를 유지하다 올해 7월 3개소가 신설돼 총 27개가 운영 중이다. 시도 당 1.6개에 불과하다.

남윤인순 의원은 "노인학대신고를 접수하면 지체없이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데, 현재 구조에서 농촌이나 도서, 벽지는 사건 종료 전에 도착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렵다"면서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을 증설하고 인력을 늘려 피해자를 신속하게 보호조치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인학대가 다시 발생해 재신고한 건수도 매년 200건 이상"이라며 "최근 시행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본따서 가해자와 피해 노인을 격리하고, 재범예방을 위해 상담과 교육수강을 명령하는 제도개선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태그:#노인 학대, #남윤인순, #노인보호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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