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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은 '성매매 방지법'이 시행된 지 꼭 10년째 되는 날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성매매 여성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 이에 전국 12개 지역 반성매매운동을 위한 여성인권 단체들의 연대체인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성매매정책과 운동 10년을 다각도로 정리하고 평가해 5~6편에 걸쳐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말]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아래 뭉치)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해외의 성매매 및 인신매매 등 여성폭력에 반대하는 국제 단체 및 개인들과 함께 '2014 한국 성매매방지법 제정 10년 성착취근절 성매매여성비범죄화를 위한 선언문'을 지난 9월 23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뭉치는 지난 2006년 전국의 성매매경험 여성들이 모여 결성했습니다. 처음엔 안전하게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답답한 사회적 현실에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2009년 영상을 제작해 전국을 돌며 상영회를 열었습니다. 지난 2012년 말부터 2013년 한 해 동안 전국 13개 지역을 순회하며 '무한발설'을 진행하였습니다. 현재 전국에 50여명의 회원을 두고 다양한 성매매방지와 성매매여성의 인권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30일 오후 부산 동구 YWCA에서는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뭉치'의 성매매 당사자 좌담회가 열렸다. 80여명이 참가자들은 성매매 당사자들이 전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30일 오후 부산 동구 YWCA에서는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뭉치'의 성매매 당사자 좌담회가 열렸다. 80여명이 참가자들은 성매매 당사자들이 전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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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는 성매매경험당사자들의 경험을 통해 성매매여성이 되는 것은 단순히 자발과 비자발로 나눌 수 없는 문제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리고 대가로 '돈'이 주어졌는가로 성매매와 성폭력을 구분하는 것이 성매매 현장의 여성들을 얼마나 폭력적인 상황에 놓이게 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습니다.

뭉치는 어떤 모임?
지난 2006년 성매매 당사자로서의 갑갑함을 당사자끼리 모여서 풀어보자고 만난 자리가 시작이었다.

함께한 이들의 눈빛만으로 "너는 알겠구나, 나를"이라는 문장이 둥실 떠오르고, 묵은 채증처럼 걸려있던 이야기들로 눈물, 콧물 범벅이 되었다.

그래서 만들어졌다. "뭉쳐서 안 되는게 어딨니-뭉치"가. 각자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당사자 자조 모임을 만들고, 그 자조 모임이 모여 뭉치가 되었다.

모두 자신의 영역에서 이제는 다른 일들을 하고 있지만 성매매현장에서 가슴 시린 사건이 생길 때마다 달려가 자신들의 목소리로 항의도 하고 추모의식도 한다. 이제 뭉치는 좀 더 자신들의 목소리와 행동이 드러나길 원한다.

스스로가 자족하는 활동에서 '분노'와 '원함'을 이 사회에 적극적으로 던지고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하려 한다.
뭉치는 지난 9월 그동안의 활동을 좀 더 대중화시키고 폭넓은 소통이 가능하도록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을 개설하였습니다. '뭉치'가 이러한 대중과의 소통 작업과 더불어 성매매방지법 10년의 성과와 향후의 과제로 '성매매여성들의 비범죄화를 요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하게 된 것은 한국의 성매매경험당사자 조직의 존재와 한국의 반성매매운동의 성과를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서 입니다.

2013년 유럽의회가 인신매매를 증가시키는 성매매합법화에 반대하고, 성매매알선업자는 성착취적 인신매매로, 성구매자는 실질적인 성착취자로 강력하게 처벌하는 정책인 노르딕 모델을 채택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성착취 목적의 인신매매에 단호히 맞서는 추세입니다.

이와 함께 한국의 성매매알선업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성매매피해여성에 대한 지원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성매매방지법이 여성을 처벌하는 것에 대해서는 UN 인권위에서도 여성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우려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뭉치'는 성매매여성의 행위를 자발인가, 비자발인가로 나누어 여성에게 피해를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현행법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성매매 자체가 빈곤과 취약한 계급적 지위에 놓인 성적 약자들을 착취하는 사회 구조적 범죄 행위임을 분명히 할 때만이 '성매매'를 줄이고 근절시키는 효과적 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노르딕모델이 보편화되는 전세계적 상황에 부합될 뿐 아니라 인권국가로서 당연히 취해야할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전세계의 여성인권단체, 학자·저술가 등이 한국의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의 활동을 적극 지지하면서 이번 선언문에 연명하였습니다.

'2014 한국 성매매방지법 제정 10년 성착취근절 성매매여성비범죄화를 위한 선언문'에 연명한 해외 단체는 14개, 당사자조직은 3곳, 개인은 66명입니다. 대표적 단체는 전세계 반성매매연대단체인 국제CATW(Coalition Against Trafficking in Women International)를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CATW에 포함된 호주, 미국, 필리핀, 인도, 일본 등의 단체들도 두루 서명해주었습니다.

그 외 개인은 미국, 이태리, 영국, 나이제리아 등 세계 각국의 학자, 저술가, 저널리스트, 활동가 등 다양하게 참여하였습니다. <섹슈얼리티의 매춘화>의 저자로 잘 알려진 캐슬린 베리(Dr. Kathleen Barry)와 저널리스트이자 영국의 '여성을 위한 정의(Justice for Women)'라는 단체를 이끌고 있는 줄리 빈델(Julie Bindel) 등도 함께했습니다.

특별히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들은 성매매경험당사자 조직입니다. 필리핀의 'Buklod', 'Bagong Kamalayan Collective, Inc.', 미국의 'Survivors for Solutions'는 모두 활발히 성매매의 해악을 알리고 성매매방지와 성매매여성인권을 위한 정책들에 활발히 의견을 내고 있는 조직입니다.

뭉치도 이번 기회를 통해 국제연대를 강화하고 전세계 성매매경험담사자 활동가, 단체와 함께 자본과 권력의 약탈에 대응해나갈 것입니다. 한국이 성매매방지법 10년을 통해 성매매경험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한 것은 큰 성과입니다.

뭉치는 '성매매여성 비범죄화'라는 과제를 통해 여성인권으로의 큰 비전을 세계와 교류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후로도 뭉치의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선언문에 지지를 표명하고 서명에 동참하도록 할 것입니다.

2014 한국 성매매방지법 제정 10년
성착취근절 '성매매여성비범죄화'를 위한 선언문

성매매는 인간을 철저히 유린하는 범죄행위이다. 성매매는 개인 간의 거래가 아니다. 공동체 전체가 인간의 몸을 이용하는 거래에 공조하는 구조적 폭력이며, 이 폭력의 가장 큰 희생자는 취약한 상태로 내몰리는 인간/여성이며, 결국엔 이를 용인한 공동체 전체가 착취의 가해자이며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한국은 2000년과 2002년 두 해에 걸쳐 연이어 발생한 성매매업소 화재참사로 많은 여성들이 희생되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근대 이후 한국사회가 한편으로 묵인과 방조로, 또 한편으로는 성산업을 조장하고 지원하며 '성매매'산업을 키워왔음이 드러났다.

성매매 산업의 거대한 규모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국가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며 한국의 성매매방지법이 2004년 제정되었다. 성매매 알선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력히 한 것은 큰 의미였으나 성매매여성의 인권을 온전히 보장하지 못하고 소위 '자발적' 성매매여성을 처벌하고 있는 것은 이 법의 가장 큰 한계이다.

공공연히 성매매를 묵인 조장한 한국의 상황이 말해주는 것처럼, 국가가 '된다'라고 하는 순간 성매매알선업자들의 착취행위는 사업, 성적서비스, 거래라는 이름으로 걷잡을 수 없이 거대해진다.

성매매 알선업자는 성착취를 목적으로 한 인신매매의 주범이며 성매수자는 성착취를 목적으로 한 인신매매의 공범이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제재와 불관용의 원칙을 분명히 할 때만이 '성매매'는 '인권'의 영역에서 다루어지며 공동체 전체가 이에 대한 책임을 가지게 된다. 그래야만 성매매알선업자의 설자리가 없어지고, 성매매로 인한 착취행위에 희생당하는 사람이 줄어든다.

한국이 성매매방지법 제정 10년을 맞이하였다. 그 10년간 부족하지만 '성매매'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을 인식하게 되었고 성매매알선업자들은 지속적인 단속과 처벌의 대상이 됨을 분명히 하였다. 이제 한국은 '성매매'방지와 여성인권을 위한 조금 더 진전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반성매매여성인권을 위해 활동해온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와 성매매경험당사자조직 '뭉치는 전세계 성매매와 인신매매를 반대하는 활동가, 당사자, 단체와 함께 2014년 한국의 성매매방지법 제정 10년을 맞이하여 성착취로서 성매매범죄행위를 규정하고, 성매매알선업자와 성매수자를 처벌하며, 성매매여성은 비범죄화 할 것을 한국정부에 요구한다. 우리는 전세계에 성매매라는 착취행위가 근절될 때까지 함께할 것이다.

2014. 9. 23. 

<한국>
성매매경험당사자조직 '뭉치' /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해외단체>
CATW-AP(Jean Enriquez:Executive Director, CATW-AP) / WomanHealth Philippines / National Rural Women's Coalition (PKKK), Philippines / World March of Women - Pilipinas / Youth and Students Advancing Gender Equality - Philippines, India, Indonesia / Coalition Against Trafficking in Women - Asia Pacific / Sanlaap, India
Space Allies, Japan / Samaritana Transformation Ministries, Inc. (Jonathan & Thelma Nambu) / Alliance of Progressive Labor - Youth / SENTRO - Women / Coalition Against Trafficking in Women International (CATW) : Eleanor Kennelly Gaetan, Ph.D. Legislative Advisor / NIKKI CAPP(Salvation Army in Australia) / Abolish Prostitution Now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



태그:#성매매,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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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전국 12개 지역 반성매매운동을 위한 여성인권단체들의 연대체입니다. 여성과 약자에 대한 착취에 반대하고 성매매여성의 비범죄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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