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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 함께 작은 액세서리 매장 문을 연 지 햇수로 5년째. 아직 엄청난 매출을 자랑할 만큼 성장하진 않았지만 그런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닫는 곳이 많은 요즘 같은 때, 꽤 긴 시간을 견뎠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대단한 5년을 보냈고 감히 작은 성공을 이뤄냈다고 생각해 본다.

창업 후 2, 3년 동안 우리는 많이 헤맸다. 제품 디자인, 제작, 그리고 매장 진열과 판매 등 모든 과정에 서툴렀다. 쉽게 익숙해지지도 않았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머리핀이 별 호응을 얻지 못해 한 계절 동안 꼬박 같은 자리를 지키기도 했고 손 가는대로 반나절 만에 뚝딱 만든 제품이 제일 인기가 좋을 땐 몹시 어리둥절했다. 제각각인 손님들의 취향과 우리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간극은 아주 가깝고도 멀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사람이었다.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 그것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손님과 얼굴을 마주보면서 얼마나 사나워지고 자주 짜증을 냈는지 모른다. 지나고 보니 좋은 사람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그때는 단 한 명의 경우 없는 '진상' 손님 때문에 겪은 마음의 상처가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한 달이 다 되도록 풀리지 않고 지속되기도 했다. 

누군가 나에게 우리처럼 뭔가를 판매하는 일을 시작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뭐냐고 묻는 다면, 나는 사람이 주는 마음의 상처를 잘 견뎌낼 수 있는 단단한 각오라고 말할 것이다. 그만큼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좀 더 세심하게 준비하고 시작했다면 이런저런 불필요한 어려움과 실패를 줄였을 것이다. 하지만 헤매는 과정이 이제는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다. 무모하게 시작한 탓에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오늘 아침에도 매장 문을 열었으니 참 열심히 잘 걸어온 것 아닐까.

창업과 함께 나타난 '멈추지 않는 롤러코스터'

액세서리와 더불어 소량의 소이 캔들을 만들어 판매중이다. 매장에 좋은 향기도 나고 모양도 예뻐 은근히 인기가 좋다
 액세서리와 더불어 소량의 소이 캔들을 만들어 판매중이다. 매장에 좋은 향기도 나고 모양도 예뻐 은근히 인기가 좋다
ⓒ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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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나는 얼떨결에 동생의 창업에 발을 담갔다. 마침 회사를 그만두고 외국으로 몇 달 여행을 떠날 참이었던 나는 조금만 도와주고 비행기 티켓을 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단 준비를 시작하자, 정신을 차릴 수 없이 많은 일이 몰아쳤다.

매장 인테리어, 제품 제작은 물론이거니와 봉투, 스티커 주문 등 일일이 다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챙겨야 할 것이 넘쳐흘렀다. '잠깐'을 약속했던 나의 시간은 재빠르게 흘렀다. 그리고 나는 어느 순간 동생의 창업에 더 적극적으로 함께 하기로 마음먹고 덤벼들고 있었다.

매장은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열었다. 주거지역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픈하자마자 반응이 좋았다. 단골이 생겼고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금방 자리 잡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위에서 말한 어려움도 함께 찾아왔다. 또 비가 오거나 너무 덥거나, 혹은 너무 추운 날엔 손님이 드물었다. 휴가철엔 거리가 한산했고,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기 탓에 지갑도 잘 열리지 않았다.

우리는 많이 낙심했다.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아 속상했다. 사업을 계속 지속할 것인지 고민했다. 이제와 그만두자니 투자한 시간과 돈이 아까웠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미래는 더 답답했다. 그렇게 한 번 걱정을 시작하자 머릿속은 온갖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찼다. 동생도 나도 한순간에 지쳐버려 탈출구를 찾으려 하지 않고 어떻게든 그저 하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던 시간이었다.

"우리가 지금 왜 이러고 있지?"

마음이 저 바닥 아래로 가라앉아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을 때가 돼서야 정신이 들었다. 우리는 무기력해진 마음을 추스르고 바로 앉았다. 그리고 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날씨를 타지 않고 손님들이 많이 찾을 수 있도록, 우연히 들른 사람이 다음에 또 방문할 수 있도록 부족한 점을 찾아 개선하고 전보다 더 제품 디자인과 질에 신경을 썼다.

매장은 처음 문을 열었을 때처럼 조금씩 되살아났다. 그러자 아주 먼 곳에서 찾아오는 이도 생겼고 새 디자인을 손꼽아 기다리는 손님도 생겼다. 그렇게 차츰 발전해 나가며 지금에 이르렀다.

제 2의 창업, 다시 앞으로!

북촌으로 옮긴 매장. 상호도 바꾸고 주얼리샵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북촌으로 옮긴 매장. 상호도 바꾸고 주얼리샵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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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 동안 정신없이 달린 우리 자매는 올해부터 제 2의 도약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몇 가지 변화가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매장을 '북촌' 지역으로 옮긴 것이다. 규모는 작아졌지만 지역 구분 없이 다양한 곳에서 찾아오는 손님들 덕분에 우리 제품은 전국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아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동생이 그토록 원했던 주얼리 제품을 드디어 세상에 내놓았다. 사실 귀금속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었던 동생이 아주 오랜 시간을 거쳐 꿈을 이룬 것이다. 동생은 관련 학교를 나오지도 않았고 회사를 다니며 배운 적도 없다. 그저 사설 학원에서 배운 지식이 전부인데, 거기에 본인의 노력과 연구를 덧붙여 첫 제품을 선보였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지금 내 목에 걸려 있다.

동생이 직접 디자인한 별자리 14K 핑크 골드 목걸이와 달을 모티브로 만든 실버 목걸이 제품
 동생이 직접 디자인한 별자리 14K 핑크 골드 목걸이와 달을 모티브로 만든 실버 목걸이 제품
ⓒ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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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금속 제품은 기본 재료비와 작업의 난이도 때문에 일반 액세서리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 어떤 유명 주얼리 회사의 제품이 아닌, 아직은 무명인 디자이너가 만든 고가의 주얼리를 판매하기란 쉽지 않다. 첫 주얼리 제품을 매장에 진열해 놓고 팔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동생의 입은 바짝 타들어갔다. 새로운 도전이라는 면에서 이것은 동생에게 제 2의 창업인 셈이다.

다행히 제품이 조금씩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눈여겨 본 손님들이 잊지 않고 다시 찾아와 주문하고 외국인들 또한 디자인이 무척 마음에 든다며 거침없이 지갑을 연다. 아직 제품 종류가 많지 않지만 북촌의 이 작은 매장은 차츰 동생의 주얼리로 반짝반짝 빛이 날 것이다.

가격 경쟁의 시대에 살면서 한 개인이 디자인 경쟁력으로 얼마만큼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쉽지 않을 것이고 지금까지 겪은 것보다 더 힘들고 곤란한 일이 닥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모를 일이다. 북촌의 작은 매장에서 만든 목걸이가 비행기 타고 바다 건너 패션의 도시 뉴욕으로 건너갈지도. 노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아직은 믿고 싶다.

어쩌다가 창업에 함께 뛰어든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특별한 의지 없이 함께 한 탓에 자꾸 마음이 다른 곳을 향하는 게 첫 번째 이유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러 기운 좋고 밝은 북촌에서 동생이 자리를 잘 잡아 가고 있으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잔소리를 늘어놓는 언니가 해야할 일은 이제 마무리 된 것 같다. 이제는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 달려가는 동생을 힘껏 도와주는 것으로 내 역할을 바꿨다.

나는 이제 꼭꼭 숨겨두었던 내 꿈을 향해 다른 길로 들어서려 한다. 몇 년 후 기분 좋은 후일담을 쓸 수 있기를. 자 이제 또 달려볼까?


태그:#창업, #꿈, #액세서리, #주얼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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