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또 한 번의 깜짝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21일 두산 구단은 송일수 감독을 경질하고 김태형 SK 배터리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2년이고 계약금 3억 원, 연봉 2억 원으로 알려졌다.

김태형 신임 감독은 1990년 전신 OB에 입단, 2001년까지 활약했던 베어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다. 1995년과 2001년 두 번의 한국시리즈 정상을 함께한 우승 멤버이기도 하다. 두산은 "오랫동안 구단에 몸담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 야구를 추구하는 지도자다. 근래 퇴색된 두산 팀컬러를 복원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1년밖에 버티지 못한 송일수 감독

선수들 살피는 송일수 감독 20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 대 한화 이글스의 경기. 6회말 두산 송일수 감독(오른쪽)이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선수들 살피는 송일수 감독 20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 대 한화 이글스의 경기. 6회말 두산 송일수 감독(오른쪽)이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으로 두산 구단으로서는 지난 1년간의 시행착오가 결국 실패로 끝났음을 자인한 꼴이기도 하다.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김진욱 감독을 경질하며 송일수 당시 2군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영입한 바 있다.

김진욱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 실패와 팀 운영 과정에서 적지 않은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4위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끈 지도자를 계약기간이 남은 상태에서 경질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더구나 김진욱 감독을 경질하면서 자리에 앉힌 인물이 송일수 감독이었다는 사실은 취임 당시에도 많은 이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송일수 감독은 두산 사령탑에 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팬들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경력은 오래됐지만 1군 감독 경험은 두산이 처음인 초보 감독이나 마찬가지였고 나이도 64세로 고령이었다.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라거나 특별한 연결 고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우려한 대로 송일수 감독은 두산에서 1년밖에 버티지 못했다. 지난 해에 비하여 전력 변화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PO 단골 손님이던 두산이 4강 진출조차 실패했다는 것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두산의 서울 라이벌이기도 한 넥센과 LG가 모두 가을 잔치에 올랐다는 것도 두산으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두산은 9월초 잔여 시즌 경기에서 4연패에 빠진 것이 4강 탈락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지난 11일 숙명의 라이벌인 LG와의 잠실 경기에서 당한 무기력한 완패는 구단과 팬들마저 송일수 감독에게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두산이 김진욱 전 감독을 내치고 송일수 감독을 선임하며 내세운 명분은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실리야구'에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보여준 송 감독의 리더십은 이런 명분을 무색하게 했다. 오히려 잡아야 할 경기들을 잇달아 놓치면서 위기관리에 취약한 모습이 도드라졌다.

부임 당시부터 우려를 자아냈던 선수단과의 소통이나 장악력은 사실상 낙제점이었다. 외부적으로 크게 알려진 문제는 없었지만 고참급 선수들과의 관계가 서먹했고 중요한 순간에 선수단의 동기 부여와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소통에 서툴렀다는 평가다. 팬들 역시 여론에 동떨어진 언행을 남발하는 송일수 감독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프론트의 실패, 책임은 감독에게만

하지만 송일수 감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단지 감독 본인의 역량에만 돌리기는 어렵다. 송 감독의 선임을 주도한 것은 구단 프론트와 고위층이었다. 두산의 올 시즌 전력은 이미 김진욱 감독이 경질되고 송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부터 프론트 주도하에 구성이 완료된 상황이었다. 이는 올 시즌 두산의 부진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이 선수구성 실패와 잘못된 감독 선임으로 혼란을 부채질한 결정권자들에게 있음을 의미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두산은 감독들의 무덤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인식(1995~2003)-김경문(2004~2011년 6월) 전 감독의 경우, 둘이 합쳐 16년 가까이 팀을 끌어온 장수 감독들이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임한 2011년 이후 두산은 최근 3년 사이에 감독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모두 처음 1군 지휘봉을 잡는 초보 감독들이었다. 전임자들이 하나같이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했다는 것도 닮은 꼴이다. 이는 프론트의 영향력은 더욱 커진 반면, 상대적으로 감독의 역할은 점점 축소되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두산이 최근 새로운 감독 카드를 내밀 때마다 자격 조건으로 빠지지 않는 설명이 있다. "두산의 팀 컬러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소통에 능한 리더십,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야구 철학을 지닌 지도자"라는 설명이다. 김진욱, 송일수, 그리고 이번 김태형 신임 감독 때도 표현만 조금 달랐을 뿐 본질적인 레퍼토리는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여기에 '팀에 대하여 잘 알고 소통에 능하다'는 의미가 '프론트가 하는 말을 잘 들어주고 시키는 대로만 잘 해주는' 지도자라는 의미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리고 전임자들이 임기 동안 구단이 내세운 명분만큼의 자질을 증명했는지도 미지수다. 검증된 부분이 없다 보니, 이러이러한 감독이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치는 구단 측의 요구사항에 불과하다. 실패해도 그 책임은 결국 감독들만 뒤집어쓰는 악순환이 이어질 뿐이다.

이러한 우려는 역시 또 다른 초보 감독인 김태형 신임 감독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부담감이 큰 초보 사령탑에게 제시된 계약기간은 불과 2년. 물론 계약기간이 길다고 다 보장되는 것도 아니지만, 경험이 부족한 신임 감독이 짧은 시간에 자신만의 야구색깔을 드러내기에는 촉박해 보이는 시간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또 한 번 써보고 안 되면 마는' 일회용 감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웃 동네인 LG나 최근의 롯데, 한화 등 암흑기를 겪었던 팀들을 봐도 감독 선임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감독을 쉽게 선임하고 쉽게 교체하는 팀치고 성공한 구단은 찾기 드물다. 계약기간을 2년이나 남겨놓고 경질된 송일수 감독처럼 김태형 신임 감독도 6개월이든 1년이든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쯤에서 감독 한 명의 리더십을 따지기보다 구단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할 시점에 있는 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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