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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오마이뉴스>본사에서 격오지 초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나홀로6학년친구들, 더불어 졸업식' 환영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 한자리에 모인 나홀로 졸업생들 22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오마이뉴스>본사에서 격오지 초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나홀로6학년친구들, 더불어 졸업식' 환영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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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 먹을래? 근데 혹시 너도 엑소 좋아해?"

스마트폰에 저장된 엑소 오빠들의 사진을 복습하고 있는 강수아(13)양에게 김영희(13)양이 과일 젤리를 주며 말을 걸었다.

강원도 정선 여량초등학교 김영희양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혼자 한 학년을 다녔다. 영희는 2009년도에 더불어 입학식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때 전국에서 만났던 입학생 친구들을 5년이 지난 오늘 만날 수도 있으리라 기대하며 엄마와 함께 5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왔다.

그러나 이날 참가자들을 아무리 둘러봐도 낯익은 얼굴은 없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속 오빠들의 사진을 보는 순간, 처음 보는 친구에게 친근감이 마구 솟았다. 전남 여수에서 온 강수아(화태초등학교)양도 처음 본 친구들이 어색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무관심한 척했지만 영희의 '엑소'라는 말에 눈을 번뜩였다.

"너는 누구 좋아해? 나는 백현 오빠. 너무 멋있어."
"나는 찬열이 오빠. 그냥 좋아."

여수, 울릉도, 당진, 정선... 전국에서 온 '나홀로 졸업생'

개그맨 현병수씨가 22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오마이뉴스>본사에서 격오지 초등학교 나홀로 졸업생을 대상으로 '나홀로6학년친구들, 더불어 졸업식' 환영식 행사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개그맨 현병수 "여러분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개그맨 현병수씨가 22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오마이뉴스>본사에서 격오지 초등학교 나홀로 졸업생을 대상으로 '나홀로6학년친구들, 더불어 졸업식' 환영식 행사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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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1시 30분, <오마이뉴스> 본사 대회의실에서 '더불어 졸업식'이 진행됐다. 올해 7회를 맞은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식'은 영희처럼 외딴 지역에서 홀로 졸업하는 초등학생들을 모아 졸업식을 열고, 함께 여행하면서 아이들에게 전국 곳곳에 동급생 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시작됐다.

올해는 전남 여수, 경북 울릉도, 충남 당진, 강원도 정선 등에서 온 '나홀로 졸업생' 17명과 이들의 엄마, 선생님, 후배들까지 총 42명이 더불어 졸업식에 참가했다. 이날 아이들은 오후 12시 30분 서울 대한문 앞에서 만나 3일 동안 함께 다닐 조를 나누었다.

조마다 같이 다닐 친구들, 선생님과의 소개가 이어졌다. 소개 이후에도 멋쩍은 웃음만 나누는 아이들이지만 나름의 방식대로 금세 친해졌다. 여자 아이들은 셀카봉을 요리조리 움직여 서울 한복판을 배경 삼아 인증 사진을 남겼다. 남자 아이들은 점심 시간을 즐기는 예쁜 직장인 누나들과 도로 위를 달리는 외제차를 구경하며 친해졌다.

"우와 저 차, 뭐야? 처음 보는 차야."

전남 여수에서 온 김동혁(화태초등학교 본교)군의 꿈은 람보르기니 자동차 엔지니어다. 조별 친구들과 이야기하던 도중 포르셰가 지나가자 하던 말을 멈추고 친구들과 함께 자동차를 쫓아갔다.

"왜 우리 조 인솔 선생님은 남자예요? 예쁜 여선생님으로 바꿔주세요."

경북 봉하에서 온 유한결(물야초등학교 북지분교)군은 학교에서도 남자 선생님이 담임인 만큼 이곳에서는 여자 선생님을 바랐다고 했다. 다른 남자조원 3명도 한결이의 질문에 아무 말 없이 담당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4명의 친구는 곧 인솔 선생님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서로서로 챙기며 졸업여행을 즐겼다.

"밥만 잘 먹으면 우리는 2m까지 클 수 있대요"

마술사 김종수씨가 22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오마이뉴스>본사에서 격오지 초등학교 나홀로 졸업생을 대상으로 '나홀로6학년친구들, 더불어 졸업식' 환영식 행사에서 마술쇼를 보여주고 있다.
▲ 마술사 김종수의 '신기한 마술 쇼' 마술사 김종수씨가 22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오마이뉴스>본사에서 격오지 초등학교 나홀로 졸업생을 대상으로 '나홀로6학년친구들, 더불어 졸업식' 환영식 행사에서 마술쇼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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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더불어 졸업식의 진행을 맡은 개그맨 현병수는 감동을, 김종수 마술사는 재미를 아이들에게 선사했다. 오기와 끈기로 개그맨의 꿈을 이룬 현병수의 인생 스토리에 아이들은 사뭇 진지해졌지만, 이어진 김종수의 마술쇼에 트릭을 찾아내고 공유하느라 바빠졌다.

이어 비상교육에서 제공한 문제집이 졸업선물로 전해지자, 아이들은 '수학문제집이 들어있다'며 이내 실망했다. 반면 학교 담임 선생님들은 "겨울 방학숙제로 내주기 딱 좋다"며 "이번 방학숙제는 이 문제집들이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오후 4시께 국립 과천 과학관에 도착했다. 학생들은 교과서로만 배우던 과학원리를 첨단기술관에서 몸소 체험했다. 직접 발로 뛰어 에너지를 생성해 열이 들어오게 하였고, 전기를 변환하는 과정과 번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했다. 인솔자 선생님이 DNA와 인체구성에 대해 가르쳐주자 충남 당진에서 온 오준석군은 본인 키가 얼마만큼 커질지 궁금해졌다.  

"와! 쌤 키 크네요. 선생님 우리는 쌤보다 더 클 수 있지요?"
"누가 말해줬는데, 밥만 잘 먹으면 우리는 2m까지 클 수 있대요."

자동차 엔지니어가 꿈인 동혁이는 기술관에서 로봇 댄스를 유심히 봤다. 동혁이는 "나도 크면 이렇게 움직이는 거 만들 수 있겠죠"라며 선생님과 친구들이랑 자동차 이야기를 이어갔다.

22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오마이뉴스>본사에서 산간, 낙도등 격오지 초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나홀로6학년친구들, 더불어 졸업식' 환영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 더불어 졸업식 참사한 나홀로 졸업생들 22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오마이뉴스>본사에서 산간, 낙도등 격오지 초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나홀로6학년친구들, 더불어 졸업식' 환영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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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밥(BIBAP) 공연을 보기 전 아이들은 사골 칼국수로 배를 채웠다. 사골 칼국수를 먹어도 아이들은 그냥 먹지 않았다. 누가 더 후추를 많이 넣어 먹을 수 있는지 대결을 펼쳤다. 대결의 승자는 동혁이. 동혁이 맞은 편에 앉은 임예찬(12, 삼봉초등학교)군이 "후추를 그렇게 많이 넣으면 배 아파서 못 잘 거다"라고 걱정했지만 동혁이는 아무렇지 않게 남들보다 매운 칼국수 한 그릇을 비웠다.

언어가 아닌 비트 박스와 춤, 노래로만 이루어진 비밥은 공연 내내 아이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였다. 아이들은 비트박스 리듬에 몸을 맡기고 배우들을 따라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자 아이들은 배우들의 꺾기춤과 비트박스를 흉내 냈다.

전남 구례에서 온 권대현(용방초등학교)군은 "오늘 한 것 중에 비밥이 제일 재미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아침부터 아이들을 챙기고 사진 찍어주느라 피곤했던 부모님과 선생님들도 뮤지컬 덕분에 피곤이 싹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희양의 어머니 이미영(42, 강원 정선)씨는 "얘들 놀게 하려고 왔는데 내가 더 재미있게 보고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에서 온 강경미 교사도 "공연이 재미있어 내년에 나홀로 입학할 친구와 또 와서 보겠다"고 덧붙였다.

흥겨운 비밥 공연을 보고 오후 10시께 숙소인 강화도 오마이스쿨에 도착했다. 별을 보면서 더 놀고 싶은 아이들이지만 선생님들과 부모님 잔소리에 못 이겨 이빨을 닦고 세수도 했다.

하지만 자고 싶은 마음보단 오늘 하루 친해진 친구, 선생님과의 수다가 더 하고 싶다. 불과 12시간 전에는 수줍어했던 서로가 지금은 잠을 줄여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이가 돼버렸다.




태그:#나홀로 학교, #더불어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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