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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11시, 충북도청(청주시) 앞에서 '청주·청원지역 민간인 희생자 유가족 50여 명이 모여 유해발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3일 오전 11시, 충북도청(청주시) 앞에서 '청주·청원지역 민간인 희생자 유가족 50여 명이 모여 유해발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모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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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당시 민간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충북도청에서 유해를 들고 이시종 충북지사 면담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지사는 이날 유가족들의 면담요구를 거부했다. 이들은 항의의 뜻으로 일부 수습한 유해를 충북도에 건넸다.

23일 오전 11시 충북도청(청주시) 앞에 '청주·청원지역 민간인 희생자 유가족' 50여 명이 모여들었다. 이제관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충북연합(이하 한국전쟁 충북연합) 회장의 손에는 보자기에 싼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지난 6월 충북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야산에서 수습한 민간인 희생자들로 추정되는 20여 점의 유해와 유품이다.

유가족들은 이날 충북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야산에서 수습한 민간인 희생자들로 추정되는 20여 점의 유해와 유품을 이시종 충북지사실에 건네고 유해발굴을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충북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야산에서 수습한 민간인 희생자들로 추정되는 20여 점의 유해와 유품을 이시종 충북지사실에 건네고 유해발굴을 촉구했다.
ⓒ 모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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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청주 청원 보도연맹유족회'는 야산에서 희생된 사람들로 추정되는 정강이뼈와 요추뼈, 두개골과 흰 고무신 조각 등 희생자의 유품을 일부 확인했다. 유족들은 유해의 존재를 확인한 후 다시 흙속에 되묻었다(관련 기사 : 청주지역 유가족들이 파헤친 유해 다시 묻은 까닭).

이후 충북도와 통합 청주시에 유해발굴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 충북지사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유가족들의 면담요구마저 외면했다.

"면담 요청했지만 아직 이루어지지 않아"

이 회장은 "지난 8월, 충북도내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지 4곳에 대한 유해 발굴을 요청하기 위해 이시종 지사 면담을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면담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되묻었던 아곡리 희생자 일부 유해와 유품을 다시 파헤쳐야 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이 지사의 면담을 요구하며 충북도청 현관에서 30여 분 가까이 시위를 벌였다.  한 유가족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살려내든지, 이 지사를 만나게 해 주든지 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과 충북도 관계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지사와의 면담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충북도는 내달 10일 이전에 이 지사와의 면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이 지사실에 항의의 뜻으로 유해와 유품을 건네고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유가족들은 가슴을 쳤다. 한 유가족은 "국가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됐는데도 위령제를 유가족들이 쌈짓돈을 걷어 치르고 유해마저 수습하지 못해 애를 태워야 하냐"고 항의했다.

박만순 충북역사문화연대 대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군 유해 발굴에는 적극적이면서도 국군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은 방관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나라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충북에만 유해발굴 시급한 지역 7곳에 529구 매장 추정 

유가족 대표들이 이시종 충북지사 면담을 요구하며 도지사실로 향하자 충북도 관계자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가족 대표들이 이시종 충북지사 면담을 요구하며 도지사실로 향하자 충북도 관계자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 모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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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역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유해 발굴 대상 추정지
 충북지역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유해 발굴 대상 추정지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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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충북연합과 충북역사문화연대는 도내 4곳(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150명, 청주시 낭성면 호정리 70명, 옥천군 군서면 군립묘지 70명, 옥천군 군서면 오동리 60명)의 암매장지에 묻힌 유해(350구 추정)를 우선 발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능성이 있는 3곳(청주시 오창초등학교 49명, 단양군 영춘면 상2리 곡계굴사건 100명, 영동군 상촌면 고자리 30명)에 대해서는 추가조사를 바라고 있다.

한편 정부조직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06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자와 관련된 매장 추정지 전국 168개소에 대한 지표조사 및 유해 발굴 가능성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약 59개소의 매장추정지에서 유해 발굴이 가능하고 이중 39개소에 대해서는 유해발굴이 시급하다며 우선 발굴 대상지를 선정했다.

하지만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이루어진 유해발굴은 10개에 그쳤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가와 지방자치에 대해 ▲유족에게 사과할 것 ▲위령사업 지원 ▲평화인권교육 강화 등을 권고하고 지난 2010년 활동을 종료했다.


태그:#충북도청, #이시종, #유해발굴,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충북연합, #충북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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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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