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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보육예산을 부담하는 건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누리과정 등 정부시책사업은 중앙정부가 부담해 지방교육 재정을 정상화 해달라"고 촉구했다.
▲ 시도교육감들 "어린이집 보육료, 중앙정부가 부담하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보육예산을 부담하는 건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누리과정 등 정부시책사업은 중앙정부가 부담해 지방교육 재정을 정상화 해달라"고 촉구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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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정감사가 진행되며 박근혜 정부의 보육 공약 중 하나였던 '2015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 예산 지원'에 대한 내용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누리과정에 대한 예산을 시·도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으로 편성하라고 통보하자 지방교육재정이 파탄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현황 및 문제점은 무엇인가

누리과정은 만 3~5세 아이들의 보육·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이원화 된 교육과정의 통합을 주요 골자로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를 실현하겠다며 3~5세 누리과정 지원비용 증액 등 영유아의 보육과 육아에 대한 책임을 내세우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책임을시·도교육청에게 미루고 있다.

지난 7일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전체 누리과정 예산인 3조 9284억 원 중 어린이집 예산에 해당되는 2조 1429억 원을 전액 편성하지 않겠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실제로 집행할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노후화된 학교 시설을 수리하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 운영비나 심지어 교사 월급까지 은행 돈을 빌려다 지급하는 사례까지 생길 정도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지원 불가' 방침을 내렸다. 교육감들의 7일 기자회견 이후 약 일 주일 뒤인 15일, 기획재정부장관인 최경환 부총리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경환 부총리는 이 기자회견에서 "지방교육재정의 어려움은 재량지출사업의 급속한 확대에 원인이 있다"며 "시·도교육청이 재량지출을 줄여 누리과정 예산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지난 22일, 정부가 추가적인 지방채 발행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가 책임지지 않을 테니 빚을 내서라도 지자체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 부모들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 달에 약 40만 원 소요되는 보육비를 부모들이 감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청이 모두 부담해야 하는 것일까?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받은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누리과정 제도 도입 당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소요재원으로 하되 교부금의 증가분을 가지고 운영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교부금이 경기 호전으로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약 3조~4조 원의 증가분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교육청의 추가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교육재정교부금은 2012년에만 약 3조 원이 증가했을 뿐이었다. 그 후 경기 불황으로 세수가 줄어 교육재정교부금은 2013년 약 1조 6000억 원, 2014년은 1000억 원밖에 증가하지 못했다. 반면 시·도교육청 누리과정 예산은 매년 증가해 2012년 약 1조 6000억 원에서 2013년 2조 6492억 원, 2014년 3조 4155억 원으로 증가했다. 오는 2015년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교부금은 2014년에 비해 1조 3000억 원이 감소하지만 누리과정 예산은 약 5000억 원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만으로 충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사실 누리과정은 법률상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부담하는 것이 맞다. 유치원은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교육청 관할이지만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어린이집은 법률상 교육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누리과정 지원예산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아닌 중앙정부 일반예산으로 편성해야 옳았다.

그렇지만 보편복지의 확대라고 하는 시대적 흐름과 당위성 그리고 향후 새로운 예산 확보 가능성에 대한 희망에 부풀었다. 결국 누리과정에 대한 책임 주체가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은 채 제도가 도입됐다. 그리고 보건복지부 소관의 어린이집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원토록 하는 법적 근거를 법률이 아닌 영유아보육법 시행령만 개정하여 추진하면서 책임을 시도교육청에게 무작정 미루고 있다. 교부금이 자연 증가 할 것이라는 계산이 착오가 있었다는 등의 이야기는 하지 않고, 그저 교육청이 자신들의 일인데도 불구하고 누리과정에 대한 책임을 정부에게 미루고 있다고만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지난 20일 오전 경남도교육청에서 경남, 울산, 부산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벌이기에 앞서, '교육재정 정상화를 위한 부산시민사회 긴급행동'과 울산교육연대, 경남교육연대 회원들이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 책임"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지난 20일 오전 경남도교육청에서 경남, 울산, 부산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벌이기에 앞서, '교육재정 정상화를 위한 부산시민사회 긴급행동'과 울산교육연대, 경남교육연대 회원들이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 책임"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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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약속한 보육·교육복지, 더 이상 말 바꾸지 말아야

누리과정은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라는 세계적 추세와 유아단계 교육투자의 우월적 효과 그리고 출발선에서의 교육평등 실현 등을 이유로 추진됐다. 무상급식 시행 요구 등 우리 사회는 이미 보편적 복지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그에 맞게 보편적 복지 제도 마련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 또한 누리과정 확대뿐만 아닌 고교 무상교육, 초등돌봄교실 확대 등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돈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초등돌봄교실 예산은 6600억 원이 필요함에도 예산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고교무상교육 또한 세수 감소와 지방교육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정부에게 교육복지공약 이행 의지가 마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는 누리과정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몇 가지 법안의 시행령만 바꿔 책임을 시·도교육청에 미루는 '꼼수' 대안이 아닌,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첫째,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교부금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져야 한다.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결손으로 인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소분을 국가가 감당해야 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교부율을 상향 조정하여 안정적인 교육재정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적어도 보건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에 해당하는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증액 교부해 주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 어린이집은 교육청 소관이 아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고 교육청을 탓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소관이 아님에도 보편복지의 확대를 위해 노력했으나 현실적 어려움에 맞닥뜨린 교육청이다. 이제는 국가가 앞장서 지원해주어야 할 때이다.

더 나아가 이처럼 새로운 재정수요가 발생할 경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무작정 맡겨서는 안 된다. 정부가 그 수요에 맞는 특별교부금을 보장해줘야 한다. 새로운 수요로 인하여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이 후퇴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돈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국가는 무상보육과 공교육의 확립을 보장해야 한다. 유아교육 공교육화의 시초인 누리과정은 반드시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누리과정 책임에 대한 말 바꾸기를 멈추고, 자신이 내걸었던 교육복지 공약을 이행하여 국가의 미래인 공교육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윤미연 진보정책연구원 복지전문 연구원입니다.

이 기사는 진보정책연구원 홈페이지(www.uppi.or.kr)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누리과정, #교육청, #교육부, #보육료,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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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책연구원은 통합진보당의 싱크탱크입니다. 민주노동당 원내 진출 이래 10년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정책을 연구하며 진보의 발전을 위해 매진해왔습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매주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진보적 시각으로 분석하고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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