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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 오후 울산 동구 화정동에 있는 울산과학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청소노동자들이 걸어 놓은 소망리본을 떼고 있다.이를 두고 청소노동자들이 "대학측이 학생들을 동원했다"고 하는 반면, 대학측은 "학생들이 스스로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는 24일 성명을 내고 "대학측은 비교육적 처사를 중단하고 청소노동자들과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10월 16일 오후 울산 동구 화정동에 있는 울산과학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청소노동자들이 걸어 놓은 소망리본을 떼고 있다.이를 두고 청소노동자들이 "대학측이 학생들을 동원했다"고 하는 반면, 대학측은 "학생들이 스스로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는 24일 성명을 내고 "대학측은 비교육적 처사를 중단하고 청소노동자들과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 민주노총 울산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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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농성 중인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이 대학 내에 걸어 놓은 소망리본 등을 대학 측이 학생들을 동원해 철거한 사건과 관련,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아래 민교협)가 이를 비교육적인 처사로 규정하고 대학 측이 청소노동자들과 성실한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관련기사: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하루 30만원 이행강제금 '논란')

민교협은 특히 "총장이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일부 교수들은 '참가하지 않으면 학점을 주지 않겠다'고 해 학생들이 동원됐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80년대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도 벌어지지 않던 일"이라고 비난했다.

민교협은 전국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과 함께 24일 성명을 내고 "대학에서 학문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교수로서 심히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울산과학대에서 벌어진 일은 대학사회에서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비극"이라고 했다.

따라서 민교협은 "울산과학대는 학생들을 노사분규에 구사대로 동원하는 비교육적인 처사를 중단하고,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과 성실한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교협은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했다."50~60대 청소노동자들이 최저임금 탈피를 요구하며 학내에서 123일째 파업농성을 벌이고 있던 지난 16일, 총장을 비롯한 교직원 학생 수백여 명이 노동자들이 달아놓은 소망리본과 현수막을 절단하고 청소노동자의 농성장을 침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

"약자 탄압하는 데 대학 구성원 동원했다는 점에서 매우 비교육적"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총장이 현장을 진두지휘했고, 심지어 일부 교수들은 '참가하지 않으면 학점을 주지 않겠다'고 해 학생들이 동원됐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이어지고 있다"며 "대학 내 노사관계가 이렇게 파행에 이르게 된 과정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사측인 학교의 구사대로 동원되었는지 심히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교협은 "이렇게 놀라는 것은, 학생들의 행동은 분명히 노사분규에 개입해 노동자들의 파업을 파괴하는 구사대, 즉 파업파괴자의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면서 "더구나 현장을 침탈당한 청소노동자들이 '학생들이 왜 이런 짓을 하느냐'고 묻자, 학생들은 '이것을 안 떼면, 교수님이 학점을 안 준대요'라는 답변을 잇달아 내놨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민교협은 "80년대 권위주의정권 시절에도 학내에서 벌어지지 않던 일이 21세기 민주화 이행 후 민주주의사회라는 대한민국, 그것도 학문의 터전이라는 곳에서 벌어졌다"며 "교수들이 정권의 시녀가 되어 학생들의 시위를 막는 데 동원된 적은 있었어도, 학교와 교수들이 학생을 노조탄압과 파업파괴에 동원한 적은 없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어쩌다 우리의 대학이 이렇게까지 변질되고 타락했을까"라며 "노동자의 파업권은 헌법상의 시민적 권리인데, 대학이 노동조합에 대한 적대의식만을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심어주고 나아가 그것을 직접 행동하도록 부추기고 동원하는 것이 어떻게 허용될 수 있나"고 되물었다.

특히 민교협은 "조합원들의 녹취 증언에 따르면, 교수 임용권을 쥔 총장이 직접 커터칼을 들고 리본을 자르며 파업현장 침탈을 선도하고, 나아가 학생의 학점을 손에 쥐고 있는 교수들은 학점을 이유로 학생들을 노동탄압에 동원했다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대학이 우월적인 위계질서를 이용해 노조탄압을 자행했을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탄압하는 데 대학 구성원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매우 비교육적인 처사"라며 "또한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금, 취업전쟁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좋은 학점 받기에 매달리는 상황을 이용한 반인권적인 행위이기도 한다"고 성토했다.

"울산과학대, 면담요청과 지역사회 중재노력에도 응하지 않아"

민교협은 대학 측이 그동안 교섭에 불성실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울산과학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은 매월 100여만 원의 최저임금을 받는데, 법정 최저임금 시급 5210원에서 단지 790원을 인상한 6천 원을 요구하며 근 130일째 파업 중이다"며 "그러나 울산과학대는 지속적인 면담요청에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고, 지역의 사회정당 제 단체들의 중재노력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교협은 또한 "대학 측은 이미 법원이 업무방해가처분을 통해 조합원 1인당 매일 30만 원의 벌금 및 농성장 철수에 대한 직접강제 집행을 판시한 바 있기 때문에 농성장 리본 및 현수막 철거 등이 정당하다고 보는 듯하다"며 "하지만 직접강제 집행권은 사용자가 가지는 권리가 아니며, 법원이 주체가 되고 집행관들이 집행하여야 한다"고 상기했다.

이어 "법원이 아닌 제3자가 직접 강제 집행할 경우 재물손괴와 기물파손죄에 해당되며, 대학은 이전에 교직원을 동원해 현수막 및 리본을 훼손하다 경찰에 연행된 적도 있다"며 "이럼에도 학교가 학생들을 무더기로 동원하는 등 구사대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학당국은 더 이상 학생들을 학내 노사분규에 동원하지 말아야 한다"며 "'다른 사람의 피켓라인을 넘지 마라'는 말이 있듯 파업의 피켓라인은 중요한 헌법적 권리이며, 나의 권리가 그것과 충돌하더라도 관용하는 정신을 배우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라고 충고했다.

이에 따라 민교협은 "지난 3월 초까지도 이 나라 굴지의 재벌 현대중공업 정몽준 의원이 30년간 이사장이었던 울산과학대는 분명히 최저임금 사업장을 벗어날 수 있다"며 "울산과학대는 학생들을 노사분규에 구사대로 더 이상 동원하지 말고, 청소노동자들과 대화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편 울산과학대 측은 "16일 리본 철거는 봉사조직에 몸담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며 "20일부터 중간고사가, 그후 대학 축제가 있어 학생들이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학생들의 '학점' 발언 등에 대해서는 "자원봉사 학생 외 일부 다른 학생이 나갔을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태그:#울산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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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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