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못 말리는 신바람이 막내공룡의 돌풍을 잠재웠다.

양상문 감독이 이끄는 LG트윈스는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선발 류제국의 호투와 장단 17안타를 터트린 타선의 폭발에 힘입어 NC다이노스를 11-3으로 꺾었다.

정규리그 4위, 승률 .492의 성적으로 포스트시즌행 막차를 탔던 LG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3위, 승률.551의 NC를 압도했다. 더 높은 곳을 노리는 LG의 다음 상대는 지난 몇 년간 LG의 앞을 가로 막았던 '천적' 넥센 히어로즈다.

'빅뱅' 이병규, 결승 3루타 포함 4안타 3타점 맹타

LG는 1차전부터 3차전까지 동일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4차전에서는 발 빠른 김용의를 2번으로 올리고 유격수로서 수비부담이 큰 오지환을 7번으로 내리는 작은 변화를 줬다.

반면에 NC의 김경문 감독은 주전 2명을 바꾸는 강수를 뒀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부진했던 박민우와 이종욱 대신 지석훈(8번)과 권희동(6번)을 2루와 우익수 자리에 배치했다. 3차전까지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던 나성범은 중견수로 원상복귀했다.

LG는 2회 말 공격에서 이병규, 브래드 스나이더의 안타와 이진영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라는 절호의 득점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오지환이 포수 파울플라이, 최경철이 유격수 앞 병살타로 물러나며 선취점을 얻지 못했다.

3회 초 2사 1,3루의 위기를 넘긴 LG는 3회에도 손주인의 안타와 정성훈의 볼넷으로 다시 무사에 주자 2명을 내보냈다. LG는 손주인의 견제사와 박용택의 뜬 공으로 기회가 무산되는 듯 했지만 2사 후 이병규의 2타점 3루타로 2점을 선취했다.

NC의 김경문 감독은 4회부터 선발 테드 웨버 대신 1차전 선발이었던 이재학을 투입했다. 이재학은 2사후 최경철에게 안타를 맞긴 했지만 삼진 2개를 곁들이며 4회 말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생애 첫 가을야구에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이재학은 LG의 상위타선을 버텨내지 못했다. LG는 5회 말 공격에서 정성훈의 볼넷과 박용택의 2루타, 이병규의 적시타를 묶어 2점을 추가하며 승기를 잡았다. 

5회까지 류제국의 노련한 투구에 막혀 여러 번의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던 NC는 6회 초 공격에서 드디어 추격의 점수를 뽑았다. NC는 에릭 테임즈의 우전안타로 류제국을 강판시켰고 이호준이 바뀐 투수 신정락을 상대로 적시 2루타를 때려내며 테임즈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하지만 계속된 무사 2루의 기회에서 박민우와 손시헌, 그리고 조영훈이 나란히 땅볼로 물러나면서 더 이상의 추격은 하지 못했다. NC는 오히려 6회 말 수비에서 손주인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다시 점수차가 4점으로 벌어지고 말았다.

NC는 7회 초 공격에서 모창민, 나성범의 연속안타와 테임즈의 볼넷으로 2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양상문 감독은 '셋업맨' 이동현을 조기 투입하는 강수를 뒀지만 이호준이 2타점 적시타를 터트리며 NC가 2점 차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이동현은 박민우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더 이상의 추가실점은 막아냈다.

하지만 NC의 추격도 LG를 흔들진 못했다. LG는 7회 말 공격에서 중심타선 박용택, 이병규, 이진영의 연속안타로 다시 6-3으로 점수를 벌렸다. 3차전에서 시속155km의 광속구를 던지며 모두를 놀라게 했던 원종현은 연속 3안타를 맞고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왔다.

LG는 게속된 무사 만루의 기회에서 오지환의 2타점 적시 2루타와 최경철의 2타점 적시타, 정성훈의 땅볼을 묶어 5점을 더 추가했다. 8점의 리드가 생긴 LG는 마무리 봉중근을 쓰지 않고 정찬헌과 임정우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5이닝 1실점 류제국, 3번의 도전 끝에 생애 첫 포스트시즌 승리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지난 19일, 8-1로 앞서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LG는 선발투수 류제국이 5회 말 투구를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4회까지 류제국의 투구수는 단 61개. 당시 류제국이 선보였던 구위와 7점의 점수차를 고려하면 류제국의 생애 첫 포스트시즌 승리는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류제국이 던진 2구째가 모창민의 헬멧을 스치고 간 것이다. 모창민은 별 부상없이 1루로 걸어나갔지만 '투수의 빠른 공이 타자 머리에 맞을 때 공을 던진 투수는 자동 퇴장되는 룰'에 따라 류제국은 그대로 퇴장을 당했다.

경기는 LG가 13-4로 대승을 거뒀지만 승리투수는 가장 많은 이닝(4이닝)을 던진 류제국이 아닌 단 2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은 윤지웅이었다. 류제국은 선발투수의 승리투수 요건인 5이닝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단기전에서 1차전 선발 투수가 4차전에 다시 등판하는 것은 정상적인 로테이션은 아니다. 하지만 2차전이 이틀이나 비로 순연되는 바람에 류제국은 5일이나 쉴 수 있었고 최상의 몸상태로 4차전에 등판해 5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물론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류제국은 3회 2사 1,3루, 4회 1사 2루, 5회 2사 1,2의 위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노련한 땅볼유도로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했다. 실제로 류제국은 단 하나의 삼진도 잡지 못했지만 15개의 아웃카운트 중 무려 9개를 땅볼로 유도했다.

작년 10월 16일 두산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5.1이닝 1자책 호투를 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던 류제국은 통산 3번의 도전 끝에 감격적인 생애 첫 포스트시즌 선발승을 챙겼다.

LG는 오는 27일부터 곧바로 넥센과 플레이오프에 돌입한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77개의 공을 던진 류제국은 오는 30일로 예정된 3차전에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공교롭게도 넥센에는 10승 이상을 거둔 국내 투수가 1명도 없다. 류제국이 플레이오프에서도 자신감 있는 투구를 이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타선에서는 이병규가 결승 3루타를 포함해 2안타 3타점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이병규는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8개의 안타를 쳤는데 그 중 5개가 2루타 이상의 장타다. 결승득점의 주인공 정성훈은 LG가 승리를 거둔 3경기에서 모두 결승득점을 기록했다.

한편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하며 1군진입 2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NC는 무섭게 몰아친 LG의 신바람에 밀려 창단 첫 가을 야구 경험에 만족해야 했다. NC로서는 믿었던 선발진과 발야구를 주도해야 할 박민우, 이종욱의 부진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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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LG트윈스 류제국 이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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