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평일엔 학업에 매진하는 대학생으로, 주말엔 영화관 알바로 바쁜 일상을 보내던 20대 청년 A. 그는 영화관에서 미화 업무를 맡아 주말마다 하루 8시간씩 근무하고 있었다. 시간이 여유로운 방학 때는 평일 지원요청(대타)도 마다않고 성실히 일하는 알바였다.

그런데 A가 일한 지 1년 6개월이 되었을 무렵 알바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던 터라 취업 준비에 매진할 요량이었던 것. 알바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고민하던 A는 우연한 기회에 '주휴수당'이란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혹시 나도 해당?'이라는 생각으로 회사에 문의를 했다. 그러나 회사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시급에 주휴수당이 포함되었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렇게 A는 지난 3월 청년유니온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시급에 포함되어 있다는 주휴수당, 어쩌죠?

극장 내부 모습
 극장 내부 모습
ⓒ freeimages.com

관련사진보기


A는 유명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일했지만 근로계약서는 본 적이 없다. 퇴사를 앞두고 회사에 근로계약서를 요구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제야 팩스로 사본을 받아볼 수 있었다. 무려 1년 6개월 만에 근로계약서를 손에 쥐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가 받아 본 근로계약서에는 "시급에 주휴수당이 포함된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때문에 주휴수당이 포함된 '진짜' 임금을 다시 산정할 여지가 있었다. A는 또 1년 6개월 동안의 출퇴근기록부를 확보해둔 터라 자료도 충분했다.

청년유니온에서는 A의 자료를 천천히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료를 살펴보니 단순히 주휴수당을 받아내려 했던 A의 임금 계산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주말과 공휴일에 하루 8시간씩 일하기로 계약했지만 딱 그만큼만 일한 날은 많지 않았다. 연장근로, 휴일근로, 야간근로가 매우 빈번했다. 이에 따른 가산수당을 개별적으로 계산해야 했다. 게다가 1년 이상 일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퇴직금과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도 고려해야 했다.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지급받은 게 없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근무시간이 매우 불규칙한 파트타임 알바의 임금계산은 가혹하리만큼 어려웠다. 다양한 수당이 포함된 '진짜' 임금을 산정하는 과정이 꽤나 복잡했던 것이다. 주5일제의 일반적인 근로자보다 파트타임 노동자의 임금 계산이 훨씬 복잡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던 사례이기도 하다.

계산 결과,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26만4000원, 주휴수당 137만2800원, 퇴직금 109만270원,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77만6415원 총 350만3485원이었다. 임금계산만으로 문제가 끝나는 건 물론 아니다. 이제 겨우 준비만 마쳤을 뿐.

A는 청년유니온이 산정해준 체불임금 내역을 회사에 내용증명으로 보냈다. 그리고 회사는 사측 노무사를 통해서 검토 보고서를 보내왔다. 부분적으로만 인정할 수 있고, 인정하지 못하는 부분의 임금은 지급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A는 청년유니온의 도움을 받아서 다시 한 번 회사에 체불임금 지급을 촉구했다. 다행히 이 과정에서 회사는 체불된 임금을 지급했고, 노동청에 진정을 넣기 전에 사건이 종결되었다.

한없이 조심스러운 표정과 행동으로 청년유니온 사무실에 찾아왔던 A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A는 이런 일을 처음 겪어본다며 매우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눈빛에는 불안과 걱정이 가득했다. 생전 처음 회사에 무언가를 요구하고 답변을 듣는 과정 자체가 그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떼인 돈 받은 것보다 듣고 싶었던 건 '공감'의 말

상담을 마친 후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사무실을 떠난 A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우릴 찾아왔다. 각종 과자가 한 가득 들어있는 봉투를 안고. 그저 과자일 뿐인데 왠지 마음이 뭉클했다. 이렇게라도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던 A의 절박함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상담을 받고 나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상담이 끝난 후 A에게 받았던 메일에 적힌 한 대목이다. A는 어쩌면 자신이 가진 권리와 받아야할 수당에 관한 '지식'보다, 이러한 권리를 요구하는 게 옳은 일이라는 '확신'이 필요했던 건 아니었을까?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자신이 이상한 게 아니라는 공감, 말이다.

노동상담 전화 중에는 노동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조언보다 이런 공감, 자기 확신을 지지받을 목적으로 걸려오는 전화들이 종종 있다. 자신의 상황이 얼마나 어렵고, 얼마나 정신적으로 힘든지 위로 받고 싶고, 공감 받고 싶은 사람들의 슬픈 전화를.

이런 전화를 심심치 않게 받으면서 느끼는 건 '청년들은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요즘 청년들의 대인관계가 특별히 나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다만 자신이 처해 있는 삶의 문제, 특히 부당한 일의 경험을 토로할 만한 친구는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임금체불, 부당해고, 학자금 대출, 취업 준비 비용 등에 시달리고 있는 자신의 '찌질한' 상황을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정신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배운 세대이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나 '쿨함'을 앞세워 괜찮은 척 하는 것으로 청년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그래서 누군가가 꼭 필요하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는 친구, 함께 목소리를 내고 응원해주는 누군가가. 그런 친구들과 함께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나누고, 공적인 해결을 모색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얽히고 설킨 사회적 관계가 생겨나고, '확신'을 공감하는 일들이 많아지면 청년들의 삶은 조금씩 달라진 것이다. 아무리 찾아도 주변에 없다고 좌절 마시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이런 친구, 청년유니온이 있을 테니.

☞ 청년유니온에 노동 문제 상담하러 가기

덧붙이는 글 | 청년유니온 노동상담 전화 02-735-0262



태그:#청년유니온, #노동상담, #청년노동, #노동, #청년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