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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흠뻑 빠진 자전거를 왕관까지 쓰고 타는 여왕님
▲ 자신만만 둘째 요즘 흠뻑 빠진 자전거를 왕관까지 쓰고 타는 여왕님
ⓒ 김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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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니가 있어서 좋아요. 하지만 다른 친구들처럼 동생도 있으면 좋겠어요."

동생을 갖고 싶다는 둘째의 소원을 가족들은 그냥 웃고 넘겼다. 그럴수록 "왜 내 말을 그냥 안 들어요?" 하며 화까지 내는 둘째. 엄마, 아빠와 언니가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이상하게도 첫째 때와는 달리 둘째가 다니는 유치원에는 형제가 셋, 넷인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둘째는 연초부터 그런 부러움을 표시해왔고 요즘 들어선 왜 동생을 갖고 싶다는 소원이 실현되지 않는지 많은 의문을 제기합니다. 먼저 아빠가 대답했습니다.

# 아빠 : 함께 목욕탕 갈 네 동생이 있으면 좋겠지만...

네가 태어났을 때 아빠는 정말 기뻤단다. 첫째인 언니가 태어났을 땐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정신이 없어서 그러지 못했지만, 네가 태어날 무렵에는 제법 여유가 생겨서 손도장, 발도장을 아빠가 직접 만들어 찍어주기도 했지. 네가 아장아장 걸어 다닐 무렵에는 한 손에는 널 안고 또 다른 한 손에는 언니의 손을 잡고 걷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었어.

너희 모두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빠에게 많은 기쁨과 행복을 주었지. 그래서 만약 네 말대로 '너의 동생이 태어나게 된다면 어떨까' 아빠도 생각해 봤어. 아빠는 딸이든 아들이든 좋지만 그래도 혹시나 남동생이 태어난다면 아빠랑 같이 목욕도 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

하지만 말이야, 아빠 나이가 벌써 마흔이야. 그런데 네 동생이 태어나면 그 녀석을 어느 세월에 어떻게 키우겠니? 가족이 한 명 더 늘어난다는 것은... 오우... 아빠가 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말이거든. 그러니 조금만 이해해 줄래? 이제 언니 얘기도 한번 들어보렴.

# 언니 : 나도 너처럼 언니가 있음 좋겠지만, 동생이 또 생기는 건 싫어.

친척을 통틀어 언니가 제일 먼저 태어나서 '1호'인 거 알지? '4호'인 넌 잘 모를 거야. '1호'의 삶이 얼마나 피곤하고 힘든지 말이야.

네가 보기에는 어른들이 모두 나를 먼저 챙겨주고, 다들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샘이 난다고 하겠지만 내 밑으로 동생이 4명(이제 곧 태어날 작은 엄마 뱃속에 있는 동생까지).

그 녀석들을 모두 챙겨주고 신경 쓰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야. 그런데 나한테 언니도 아니고 또 동생이 생긴다고? 어휴, 상상도 할 수 없다, 얘... 난 그냥 이대로가 좋아. 아니 나도 언니가 있으면 좋겠어. 엄마 생각은 어때요?

# 엄마 : 네 소원의 키를 쥐고 있는 엄마 생각은 이렇단다.

일단, 언니가 있으면 좋겠다는 언니와, 또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는 네 사이에서 엄마도 잠시 생각을 했어. 언니의 소원은 안 돼도 네 소원은 엄마, 아빠가 노력하면 들어줄 수 있겠다 싶어서 말이야.

그리고 언젠가 길거리에서 단발머리 세 자매가 똑같은 옷을 입고 아빠, 엄마와 걸어가는 모습을 봤는데 그 모습이 정말 예쁜 거야.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셋째를 낳아볼까'라고 생각도 했어. 그런데 말이야, 아빠랑 동갑인 엄마의 나이도 좀 그렇고. 또 아이가 태어나서 크려면 제일 먼저는 '모유'라는 엄마 젖을 먹어야 하는데, 어휴... 엄마는 너희 때처럼 근 일 년 반씩 또 그렇게 모유 수유를 할 자신이 없어.

회사 다니면서 수시로 배고파하는 너희를 위해서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모유 수유를 해야만 했거든. 그땐 어떻게 그랬나 싶다. 작은엄마 결혼식이 있던 날, 예식이 치러지는 사이 울고 보채는 너 때문에 엄마는 슬그머니 뒤로 나와 성당 유아실에 들어가 한복 차림으로 모유 수유한 거 너 아니, 모르니?

그 덕에 넌 건강한 모유 수유아 선발대회까지 나가 시 대회에서 2등까지 했지. 모두 재밌고 즐거운 추억이지만 지금 이 나이에 또 그렇게 하라면 엄마는 자신이 없어. 엄마는 또 회사에 돌아가서 일을 해야지. 그러면 네 동생은 누가 키우니? 그냥 내년에 작은엄마가 동생 낳아주는 걸로 소원 이루어졌다고 하면 안 될까?

자, 이제 알겠지?

솔직하게 동생 낳아달라는 둘째의 소원에 이렇게 답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요즘 자신감이 상승해 뭐든 다 이뤄지리라 믿는 둘째가 소원에 대한 엄마, 아빠, 그리고 언니의 이야기를 이해해 줄지 그것이 문제입니다.


태그:#세째, #동생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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