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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때 '가장 모범적인 노조'로 칭송받던 현대중공업 노조가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주적'으로 지목됐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 때 선봉에 서면서 한 때 현대자동차 노조와 함께 우리나라 민주노조의 선두주자로 불리던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들어 1994년 이후 20년 만에 파업을 결의한 바 있다. 지난해 소위 민주계열의 노조집행부가 들어서면서의 일이다. 

과거 이명박 정권은 현대중공업 노조를 칭송하면서 '고통분담 모범 노조'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고통분담에 반한다'며 주적으로 여기고 있다.

2010년 7월 12일 현대중공업 체육관에서 오종쇄 노조위원장(가운데)이 그해 임금 및 단체협상 잠정협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통과됐음을 선포하고 있다.이를 두고 시민사회는  "노사합의에는 협력사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제의를 적극 반영하도록하고,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합의문 어디에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삭감된 임금과 후퇴된 노동조건을 원상회복하고 임금을 인상하겠다는 말이 없다"고 성토했다.
 2010년 7월 12일 현대중공업 체육관에서 오종쇄 노조위원장(가운데)이 그해 임금 및 단체협상 잠정협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통과됐음을 선포하고 있다.이를 두고 시민사회는 "노사합의에는 협력사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제의를 적극 반영하도록하고,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합의문 어디에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삭감된 임금과 후퇴된 노동조건을 원상회복하고 임금을 인상하겠다는 말이 없다"고 성토했다.
ⓒ 울산제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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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은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대한민국이 직면한 총체적 위기상황을 감안해 '고통분담을 통한 사회적 대타협 운동'을 벌일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그 걸림돌로 현대중공업노조를 지목했다.

노사문제는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한 부분인데, 올해 상반기 1조3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에서 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의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가 (파업으로) 멈춰서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가 멈춰서는 것을 상징하며 그 끝은 공멸"이라고도 했다.

이처럼 현대중공업 노조는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권여당 대표에게 사회적 대타협의 '암적 존재'로 지목됐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이같은 현대중공업노조에 대한 시각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판이하게 달랐다.

집권당 대표가 직접 거론한 현대중공업 노조

이명박 정권 때인 지난 2009년 3월 4일. 당시 현대중공업을 방문한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현대중공업 노사의 고통분담을 통한 양보 교섭 사례가 울산은 물론 전국으로 확산되어 다른 기업의 노사에게도 좋은 교훈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체육관에서 열린 '노사공동선언 실천과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한 전사원 결의대회'에 참석해서다.

앞서 그해 2월 중순 오종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조합원 설명회에서 경제위기를 이유로 들며 "임금요구안을 회사에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며칠 후 현대중공업노조는 대의원대회를 열고 임금 요구안을 회사에 맡기는 안건을 회의에 부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당시 '기본급 대비 4.9% 임금인상안' 등의 그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요구안을 사용자 측에 발송한 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이런 행보를 강하게 비난했다.

특히 임단협 교섭권을 회사에 위임한 오종쇄 위원장은 그해 12월 2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전 세계의 발주량이 100이라면 생산능력은 200인데, 이는 50% 이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위기상황에서 노사를 중심으로 긴밀히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여기다 더해 현대중공업 노조는 당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대규모 집회 등을 열면서 강하게 반대한 이명박 정권의 '노조전임자 임금 금지안'에 찬성했다. 이들은 12개 부이던 노조 조직을 7개실로 축소하는 발빠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

지난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현대중공업 노조의 핵심이었던 오종쇄 위원장은 해고된 후 15년 만인 지난 2003년 복직, 2007년 17대 노조위원장에 당선됐고, 2009년 재선에 성공하며 그해 보수언론 등으로부터 '15년째 무분규사업장을 이끌었다'며 칭송을 들었다.

하지만 당시는 현대중공업 회사 측이 글로벌 경제위기 등을 이유로 하청업체의 구조조정을 시작하던 시기였다. 이 때문에 정규직 노조(위원장)의 이런 행보에 하청노동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현대중공업 하청 노조 조성웅 지회장은 "오종쇄 위원장이 강조하는 노조의 자주성 확보 방안은 교섭권을 사측에 팔아먹지 않는 것"이라며 "확실한 노조의 자주성은, 하청노동자들의 정리해고에 팔짱 끼고 있겠다고 선언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경제위기 앞에 노조의 자주성은, 회사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정규직 현장조합원들,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것"이라며 "공동투쟁을 조직했을 때 자주성이 확보되는 것"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은 조선경기 불황 등을 이유로 그해 말부터 2000여명이 해고되고, 시급이 일괄 삭감되는가 하면 토요유급휴무제가 일방적으로 폐지되는 등 고통을 겪어야 했다. (관련기사: <2009년 말 이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2000여명 해고>

다시 5년이 지난 2014년 10월. 이제 현대중공업노조는 임금요구안 반납 대신 파업을 결의, 집권여당으로부터 칭송 대신 비난을 받으면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태그:#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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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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