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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지도자를 뽑는 제도는 선거가 아닌 율장의 '장로회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장로회의'를 신설해 소임직을 선출하고 모든 선거제도 파기해야 조계종이 중흥의 터를 닦을 수 있다. 조계종만의 '콘클라베'가 필요하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은 월간 <고경> 11월 호에 '선거유감' 제하의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스님은 제 10ㆍ13대 중앙종회의원과 중앙종회부의장, 총무원 총무부장 등을 역임했다. 종단 정치와 종무 행정에 두루 참여한 조계종 중진이다.

스님은 글 처음에서 성철 스님 열반이 한국 사회에 감격과 '텅 빈 마음'을 주었지만 큰스님 열반 49재 후 오래 지나지 않아 94개혁이 시작된 사실, 그 수습과정에서 조계종 종헌‧종법이 개정돼 오늘에 이르렀음을 설명했다. 스님은 "94개혁 때 도입된 총무원장 교구본사주지 중앙종회의원 선거제도가 오늘날 어떠한 모습으로 종단에 해악을 끼치게 됐는지 돌아보는 반성이 없었다"고 했다.

스님은 지난 16일 제16대 중앙종회 선거에 사제가 출마하자 여기저기서 전화가 쇄도해 선거운동을 종용한 사실을 본보기로 들었다. 그러면서 고위직 선출에 있어 선거제 폐해를 꼽았다.

첫째, 선거의 평등성만 강조한 나머지 수계 1년차 비구도 40~50년 대덕스님도 1표라는 점이다. 스님은 "산중 어른스님 권위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말았다"고 했다.

둘째, 대중 선거로 본사주지를 선출하다보니 기대와 다르게 '원님' 시대가 도래했다는 지적이다. 스님은 "주지스님이 대중적으로 선출됐으니 민주적으로 잘 살아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다음 주지선거를 대비하는 주지 '독재' 시대"라고 꼬집었다.

셋째, 1994년 처음 선거에서는 후보자가 사판으로 비판받았지만 지금은 유권자가 더 비판받아야 하는 지경이라고 했다.

넷째, 일찍 출가한 스님은 30대 후반이면 벌써 종회의원에 뜻을 두고 선방 등을 다니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님은 "대중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얼굴 익히기에 나서니 수행은 언제 할 수 있겠느냐. 수행보다 정치에 전념하는 모습이 한심할 뿐"이라고 했다.

다섯째, 산중 선원의 귀중한 수행풍토는 어지럽혀지고 고위직 관심자들의 스킨십 장소가 돼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섯째, 본사주지 연령이 젊어져 타종교 수장과 지역사회 원로간 교류에 보이지 않는 간극이 있다는 점이다.

세월 흐르면 자격 주어져 출마... 조계종뿐

스님은 "지금의 고위직 선출제도는 보이지 않게 조계종의 종지 종통을 더 없이 추락시키고 있다. 모든 승려의 수행화가 돼도 모자란데 전 승려의 정치화로 치닫고 있으니 우리 모두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달라이라마의 인도 다람살라 망명정부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티베트불교가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서 불교의 세계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며 "그만큼 티베트스님들의 교학과 수행력이 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고 했다.

티베트불교에서는 고위직에 오를 수 있는 서품식을 하기까지 20~25년이 걸린다. 장로스님과 토론형태로 문답을 통과해 교리검증을 거친 후에야 고위직 승려로서 인정을 받는다.
스님은 "현재 조계종처럼 교학‧선수행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과정도 없이 세월이 지나면 무조건 승납 자격이 인정돼 선출직에 출마하는 경우는 어느 종교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조계종 중흥하려면 율장으로 돌아가야

스님은 조계종 선거제도의 개선안으로 가톨릭의 교황 선출 방식인 '콘클라베'를 본보기로 들었다.

스님은 "과거 교황선출 과정에서 2/3를 획득해야 하는 다수결 방식은 선거 지연과 교황의 긴 공석기간을 초래하는 폐단이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추기경들을 한 곳에 모아 '열쇠로 문을 잠가 버리고'(콘클라베의 원래 뜻) 빵과 물만 줬다. 이것이 콘클라베 제도로 굳혀 졌고, 오늘날 가톨릭 존립에 크게 공헌했다"고 했다.

스님은 "콘클라베를 보면서 모인 120명의 추기경은 누구나 다 교황으로 선출될 수 있는 자격을 갖고 있구나. 12억 가톨릭 교도의 최고 어른 될 지도자가 120명이나 되다니 하는 부러움도 들었다"며 "조계종이 중흥의 터를 닦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대신 율장의 장로회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혁명적 발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조현성 기자



태그:#조계종, #율장, #부처님, #원택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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