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한중FTA저지 쌀전면개방반대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3차 범국민대회'에서 대표자들이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며 상징의식을 벌이고 있다.
이날 이들은 "농산물 가격보장은 뒷전이고 오직 FTA와 쌀 전면개방만을 추진하고 있다"며 "여야 야합으로 추진되고 있는 FTA 비준을 막기 위해 장기적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고 말했다.
▲ "농업 다 팔아먹는 괴물 불 살라 버리자"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한중FTA저지 쌀전면개방반대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3차 범국민대회'에서 대표자들이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며 상징의식을 벌이고 있다. 이날 이들은 "농산물 가격보장은 뒷전이고 오직 FTA와 쌀 전면개방만을 추진하고 있다"며 "여야 야합으로 추진되고 있는 FTA 비준을 막기 위해 장기적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성난 농민이 박근혜 대통령 조형물을 부수고 있다.
▲ 무분별한 FTA 추진에 뿔난 농민 성난 농민이 박근혜 대통령 조형물을 부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농산물 가격은 똥값인데, 시내에 파는 공산품은 너무 비싸. 못 살겠어."

평생 땅만 일구고 살았다는 한 촌로가 서울시청 앞 광장까지 '원정시위'를 온 이유다. 어릴 때부터 농사일을 도왔고, 지금도 전라남도 나주에서 고추를 재배한다는 홍아무개(67·여)씨는 몸에 '쌀 전면개방 반대', '박근혜 퇴진'이라고 쓰인 몸자보를 두르고 앉아 있었다.

홍씨는 농사를 지어 4남매를 키워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생계가 어려워 홍씨에게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없는 형편이다. 오래전 당한 교통사고로 성치 않은 몸을 돌보려면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야 하지만 3천 평짜리 고추밭은 일구어봤자 벌이가 못 된다.

그는 농사를 짓는 틈틈이 일당 5만 원짜리 일용직으로 나선다고 했다. 파란색 패딩점퍼를 입고 얼룩무늬 스카프로 목을 단단히 여민 홍씨는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농민가>에 맞춰 오른팔을 부지런히 흔들었다.

농민 4천여 명, 서울시청 앞 광장 상경투쟁

전국에서 상경한 농민과 시민들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한중FTA저지 쌀전면개방반대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3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한·중FTA 피켓을 들어보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수출해서 대기업만 잘 살게 하는 생각에 분노한다" 전국에서 상경한 농민과 시민들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한중FTA저지 쌀전면개방반대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3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한·중FTA 피켓을 들어보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농민도 국민이다. 억울해서 못 떠나겠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정부의 쌀 시장 전면 개방(쌀 관세화) 선언에 이어 한중FTA 타결로 한국 농민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0일 오후 '식량주권과 먹거리 안전을 위한 3차 범국민대회'에는 전국의 농민 4천여 명(경찰 추산, 주최 측 추산 1만 명)이 모였다.

특히 이날 범국민대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농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농민들은 정부가 지난 7월 쌀 관세화를 선언하고, 올해만 4건의 FTA(호주·캐나다·중국·뉴질랜드)를 타결한 것은 2012년 대선에서 "농업을 시장논리에 맡길 수 없다"고 한 약속을 뒤집은 것이라며 분노했다.

일부 농민들은 '기호 1번 새누리당 박근혜'에게 도장이 찍힌 투표용지 그림 위에 '속여서 뺏은 농민표를 돌려달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었다.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경상도에서 온 농민들은 "새누리당 안 찍는다, 안 찍는다"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서도 "새누리당 이중대, 각성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가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은 이날 결의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농산물 가격보장은 뒷전인 채 오직 FTA와 쌀 전면 개방만을 추진하며 한국농민을 정신적 공황에 빠뜨리게 했다"며 "농민단체와 소비자단체가 중심이 되어 장기적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농민들은 ▲ 쌀 전면 개방 반대 ▲ 한중FTA 중단 ▲ 무분별한 FTA 국회비준 반대 ▲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무대에 오른 박석운 TPP·FTA 대응 범국민대책위 공동대표는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에서 FTA를 실질적으로 타결했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들었다"며 "농업이 파탄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국민이 함께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통합진보당·정의당 "철저한 검증으로 FTA 국회 비준 막겠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한중FTA저지 쌀전면개방반대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3차 범국민대회'에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들 참석해 식량주권 포기하는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식량주권 못 지키는 나라, 국민들이 나서서 싸우겠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한중FTA저지 쌀전면개방반대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3차 범국민대회'에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들 참석해 식량주권 포기하는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진보정당 대표들도 농민들을 지지하며 쌀 시장 개방과 무분별한 FTA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그동안 대한민국 국민들을 먹여살리고 앞으로도 7천만 겨레를 먹여살릴 사람은 바로 농민"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한·캐나다, 한·뉴질랜드, 한·호주 FTA와 쌀시장 전면 개방으로 농민을 말살하려는 데 맞서 끝까지 농민과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이정미 정의당 공동부대표는 "국회에서 철저히 검증해 농민에게 피해를 전가시키는 FTA를 막겠다"고 밝혔다.

이날 무대 앞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본딴 스티로폼 조형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빨간색 한복을 입은 박 대통령이 활짝 웃으며 '쌀 수입 전면개방', '한중FTA 체결'이라고 쓰인 팻말을 양 손에 든 모습이었다. 일부 농민들은 집회 중간에 아이스박스에 미리 담아온 닭머리 수십 개를 이 조형물 앞에 쏟아부었다. 이어 한 농민이 조형물을 쓰러뜨린 뒤에 짓밟으면서 주최 측이 이를 말리는 일도 벌어졌다.

주최 측은 '한중FTA', '혼합미', 'WTO', '개방농정' 등의 손팻말이 붙은 허수아비를 불에 태우는 상징의식을 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전국에서 상경한 농민과 시민들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한중FTA저지 쌀전면개방반대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3차 범국민대회'를 마친 뒤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쌀 개방은 미친 짓이다" 전국에서 상경한 농민과 시민들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한중FTA저지 쌀전면개방반대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3차 범국민대회'를 마친 뒤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한중FTA저지 쌀전면개방반대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3차 범국민대회'에서 농민들이 한중FTA 체결을 규탄하며 준비한 박근혜 대통령 모형을 경찰이 빼앗아 가고 있다.
▲ 박근혜 모형 탈취하는 경찰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한중FTA저지 쌀전면개방반대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3차 범국민대회'에서 농민들이 한중FTA 체결을 규탄하며 준비한 박근혜 대통령 모형을 경찰이 빼앗아 가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위기에 처한 우리 농산물'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박근혜는 농업포기, 농민은 박근혜 포기"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먹거리로 장난치는 박근혜 정권 물러나라"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태그:#농산물, #FTA, #WTO, #전국농민회총연맹
댓글6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