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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인보다 쌀을 많이 먹는다. 평균 7배나 더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같은 기준으로 하면 7배 더 위험해 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인보다 쌀을 많이 먹는다. 평균 7배나 더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같은 기준으로 하면 7배 더 위험해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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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0월 1일, 쌀의 무기비소 기준 등을 추가한 '식품의 기준 및 규격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 예고했다. 쌀의 비소 문제는 2012년 미국 소비자잡지 <컨슈머 리포트>가 '미국쌀에서 심각한 정도의 비소가 검출된다'고 보도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런데 최근 우리 정부가 정한 쌀 무기비소 허용 기준이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미국쌀 팔아주기 위한 기준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비소는 옛날 임금이 신하에게 내리던 사약의 주성분이자 피부암과 폐암, 방광암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이다. 그리고 비소는 살충제와 살균제의 원료로 사용되는 독극물이다. 과거 비소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사용을 점차 줄여왔지만, 한 번 오염된 토양은 회복되지 않았다. <침묵의 봄>을 쓴 레이첼 카슨은 '비소는 한 번 뿌려지면 토양을 영구적으로 오염시키는 물질'이라고 개탄했다.

과거 미국의 담배농장들은 비소 농약을 사용해왔다. 이 때문에 비소 농약 사용을 중단한 이후에도 비소가 계속 검출됐다. 레이첼 카슨의 말 대로 한 번 오염된 토양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쌀의 비소오염은 과거 목화농장에서 목화 바구미를 잡기 위해 비산납을 대량 살포한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미국에서 사용하는 닭고기 등 가금류의 사료엔 비소가 포함돼 있다. 비소가 포함된 사료를 먹은 가금류들은 조금만 먹어도 살이 금방 찌고 고기도 건강한 빛깔을 띤다고 한다. 이렇게 비소를 먹은 닭들이 있는 양계농장 폐기물들은 다시 퇴비가 돼 농작물에 뿌려진다. 악순환의 연속인 것이다.

미국 소비자연합, 미국 내 쌀 섭취 제한 권고

미국 소비자연합은 2012년 <컨슈머 리포트> 11월호를 통해 미국 내 쌀 생산량의 76%를 차지하는 아칸소 주, 루이지애나 주, 미주리 주, 텍사스 주의 쌀에서 더 많은 양의 무기비소가 검출되었다고 밝히고 이 지역에서 생산된 쌀의 섭취를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이 과정에 소비자연합이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다. 소비자연합은 '어른은 일 주일에 두 번 이상 먹지 말고 5세 이하 아이들은 쌀이 들어간 이유식을 먹지 말라'고 권하고 있다. 더불어 미국 정부에게는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로 안전한 '쌀의 비소 허용 기준'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미국의회가 2012년 9월 21일 쌀의 비소 함량을 제한하는 입법안(약칭 쌀 비소 함량 제한법)을 올렸으나, 결국 법안을 만들지는 못했다. 미국 정부는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까지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며 쌀의 비소 기준안 만들기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 7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37차 총회를 열어 쌀 비소 허용 기준을 0.2㎎/㎏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 기준안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허용 기준안 마련에 적극 나선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태국, 호주 등 대부분 쌀 수출국들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결정은 중국이 의장국을 맡고 화산 활동으로 인해 쌀의 중금속 함량이 전체적으로 높게 나오는 일본이 공동 의장국으로 참여해 수출국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우리나라는 쌀 수입국이다. 하지만 우리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입쌀을 먹을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는 쌀 수입국이다. 하지만 우리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입쌀을 먹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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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비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미국과 세계 비소 공급량의 57%를 생산하는 중국이 쌀의 비소 기준을 설정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결국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들이 모여 미국과 중국이 쌀을 수출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수준의 농도로 결정한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나라 식약처는 국내산 전체 쌀의 비소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미국과 중국이 주도한 기준(0.2mg/kg)을 쫓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정한 기준을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했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현재 식약처가 정한 기준은 환경부가 정한 위험지수 기준의 2배에 달하고 발암위해도가 최고기준의 9배에 달한다. 식약처는 2013년에 국내산 쌀 188점을 조사한 무기비소 평균은 0.07mg/kg으로 나왔다. 그 결과는 정부가 정한 기준 0.2mg/kg에 비해 1/3 밖에 되지 않는다. 또 국내 4개 생협(행복중심, 가톨릭농민회, 두레생협, 한살림)이 2014년 9월 30일 조사한 국내산 쌀 11점의 비소 함량 평균(0.034mg/kg)에 비하면 6배나 높게 설정되었다.

쌀비소 기준, 한국과 미국은 당연히 달라야 한다

먹을거리의 안전기준은 나라마다 달라야 한다. 왜냐하면 먹는 음식도 다르고, 요리방법도 다르고, 오염물질의 함량도 다르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환경에 놓여 있으니 하나의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국제식품규격위원회 기준을 따라 무기비소 기준을 정한 식약처의 태도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인보다 쌀을 많이 먹는다. 평균 7배나 더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같은 기준으로 하면 7배 더 위험해지는 것이다. 쌀 카드뮴 기준의 경우, 국제 식품규격위원회의 기준은 0.4mg/kg이지만 우리나라 쌀 카드뮴 기준은 0.2mg/kg이다. 국제기준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유는 쌀이 한국인의 주식이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지난 10월 20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쌀의 비소기준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반대하는 입장에 대해서도 듣겠다고 했다. 식약처가 이 방침을 반드시 지키기 바란다. 식약처의 발표가 정부기준을 관철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쌀 수입국이다. 하지만 우리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입쌀을 먹을 필요는 없다. 오는 12월 9일 보건복지위 남윤인순, 김미희 의원과 농해수위 신정훈 의원실은 <국민건강을 위한 쌀 비소 기준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국회토론회를 공동개최한다. 아직은 생소한 수입쌀의 비소 오염 실태를 지적하고 우리쌀을 더욱 안전하게 관리하는 대책에 대해 밝히는 첫 번째 비소쌀 공론화의 장이 될 것이다.

우리쌀의 비소기준을 강화하는 일에 대해 WTO는 쌀의 수출을 막기 위한 무역 장벽이라며 반발할 수 있다. 하지만 WTO의 반발보다 국민의 건강을 더 걱정하는 식약처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비소쌀 국회토론회
○ 명칭 : 국민건강을 위한 쌀 비소 기준 이대로 괜찮은가
             - 수입쌀 비소오염문제의 심각성과 대응 방향
○ 일시 : 2014년 12월 9일(화요일) 14:00
○ 장소 :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 주최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회의원 남윤인순 / 보건복지위원회 국회의원 김미희 /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회의원 신정훈
○ 주관 : 식량주권과먹거리안전을위한범국민운동본부 / 환농연 / 먹거리안전과식량주권을위한전문가포럼  / 식량닷컴 / 국민농업포럼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식량닷컴 발행인입니다. 이 글은 식량닷컴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게재됐습니다.



태그:#쌀, #비소 기준, #미국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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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여주양평지역위원장 전 청와대농어업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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