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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는 음반 산업 가장 호황기를 누렸던 시기이다. 이 때 음악이란 것은 소장용이었다. 그러나 이제 음악은 소비용이란 측면이 더 커졌다. 너무나 흔한 멜로디에 비주얼 없이는 굳이 들어야할 이유가 없는 것으로 느껴지는 경우도 많다. 더 나아가 공감이 가는 가사 외에, 신나는 비트 외에 음악이 주어야할 감동이 이제는 사라진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음악을 포함해서, 문화는 다양성과 새로움이 생명력을 유지하게 하는 밑거름이다. 우리나라 노래는 유치해서 안 듣는다고 말하던 시대가 있었다. 바로 1970~1980년대, 음악에 정부의 수선이 겸해지던 시기였다. 획일화 된 문화는 말 그대로 유치하다. 현재에 와서는 정부의 손길이 영향을 준다기보다는 돈 되는 음악만으로 획일화 된 음악 시장이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1970~1980년대처럼 팝 음악의 전성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 바로 인디밴드로 활동하는 젊은 음악가들이 여전히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 한 팀, '어 트라이얼로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어 트라이얼로그'는 22세 동갑내기 세 명이 만든 인디밴드로 리더이자 보컬 김찬진, 여성보컬 박성현, 건반 서승희로 구성되었다. 지난 20일 진행된 인터뷰에는 김찬진씨와 서승희씨가 참여하였다.

- '어 트라이얼로그' 라는 팀명은 의미가 무엇인가요?
"세 사람의 대화라는 뜻입니다. 저희 팀이 세 명이기 때문에 그렇게 지었습니다."

- 구성원이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인데요, 어떻게 알게 되신 건가요?
"학교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같이 음악 관련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거기서 합주를 하다가 서로 마음이 통해서 같이 팀을 해보자고 한 것이죠. 원래 친한 사이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팀을 하면서 친해졌죠."

- 어떻게 음악을 하게 되었나요?
서승희 : "저는 원래 어렸을 때부터 동네 피아노 학원을 다녔어요. 그러다가 작곡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음악을 하는 쪽으로 진학을 하게 되었죠. 작곡가로 학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김찬진 : "저는 어렸을 때부터 늘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항상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했구요. 노래방 다니는 것도 좋아했죠. 그래서 보컬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음악을 가르쳐주던 선생님께서 노래보다는 작곡을 해봐라 해서 작곡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진학할 때는 싱어송 라이터로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겠다는 계기가 있었나요?
서승희 : "어렸을 적부터 해왔고, 다른 게 특별히 하고 싶지 않았어요. 재미도 있었고요."

김찬진 : "진짜 저는 좋아서 했어요. 제 성격이 좀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이라서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는데 음악을 하면 표현이 되었거든요. 이걸(마음에 있는 감정을) 표출하지 않으면 너무 답답하고 우울하니까, 그래서 표현을 하고 싶었어요."

서승희 : "그게 저절로 담기게 되는 것 같아요. 꼭 표현을 해야겠다 라고 해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음악 속에 담기게 되는 것 같아요."

- 음악을 하면서 힘든 점은 있나요?
김찬진 : "수입이죠.(웃음)"

서승희 : "앞으로는 직업으로 되어야 하는데 이것으로 돈을 벌기가 힘드니까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죠. 레슨을 한다든가 강사를 해서 거기서 나온 수익으로 음악을 해야죠. 앨범도 내고... 아르바이트라도 해야죠."

- 주변을 보면 인디밴드를 오래 하더라도 사는 게 특별히 나아지지 않잖아요. 지금 음악을 계속할 힘을 어디서 얻으세요? 그리고 그게 어떤 방향을 가지고 있나요? 앞으로 더 잘 될 거야, 아니면 잘 되지 않아도 난 좋아하는 걸 하니까 견딜 수 있어, 어느 쪽이에요?
김찬진 : "음악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음악으로서 정말 인정을 받고 잘 되어서 돈을 많이 벌기도 하고 유명해지는 것 말이죠. 그런데 그런 확률보다 안 될 확률이 사실 더 많거든요. 그러니 마냥 잘 될 거야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음악을 할 수는 없죠. 물론 나는 잘 될 거야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가지고 있지만 현실이 있으니까... 돈을 못 벌더라도 하고 싶은 일이고 재밌는 일이니까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어요."

서승희 : "경험이 아직 다양하지 않으니까 제가 거쳐가면서 지나다 보면 괜찮을 거야 라고 생각하죠."

- 제가 이런 질문을 왜 했냐면, 음악인들이 잘 살 생각을 잘 안 해요. 음악을 하는데 돈 얘기를 하는 걸 안 좋게 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배곯으면서 음악하는 건 한계가 있잖아요. 돈이 있으면 더 나은 음악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젊은 음악가들이 그런 면에서 좀 기민해졌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에서 드린 질문이에요.
김찬진 : "그렇죠. 그런 면에서 저도 공감을 합니다. 영리하게 음악하라는 말을 자주 듣거든요. 정말로 오래할 생각이 있다면 그런 부분도 꼼꼼하게 알아 봐야겠죠. 그게 더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구요."

- 음악을 하지 않는 친구들은 지금 저마다 취업 준비에 바쁠 텐데 그런 모습에 조금 불안해지지는 않나요?
김찬진 : "저는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해 봤습니다. 저는 잘 될 거 같아요.(웃음) 그 친구들이 만약에 취업 준비를 좋아서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제가 불안하기도 할 테지만 그게 아니고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니까 별로 그런 쪽으로 생각을 안 하죠."

서승희 : "사실 그 아이들이 취업 준비 열심히 해서 좋은 회사에 들어가면 그 친구들이 그만큼 노력해서 얻은 거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크게 부럽거나 그렇진 않아요."

- 그러면 그렇게 사는 모습을 보면 어때요?
김찬진 : "저는 그런 친구들이 더 불안한 것 같아요. 차라리 음악이 더 맘 편하죠. 재밌고, 일종의 전문직이니까 좋죠."

서승희 : "저는 맘 편하다고는 못 느꼈어요. 졸업할 때가 되어서 그런지 저는 굉장히 불안하고 걱정도 많아요.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제 소속되어 있는 곳도 없어지고 하니까... 이게 돌파구가 되기보다는 어쩌면 더 불안해지고 그래요."

- 대형기획사나 오디션프로그램 이런 쪽으로 생각해 보신 적은 없나요?
김찬진 : 나쁘지 않아요. 기회가 된다면 대형기획사에 들어가고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딱히 오디션을 보거나 막 들어가려고 기를 쓰고 싶지는 않은 거죠. 불러 준다면 갈 수도 있지만, 찾아가고 그러고 싶진 않아요. 그리고 만약 들어가게 된다면 좀 더 당당하게 실력을 내보일 수 있을 때 들어가고 싶어요. 가서 그 시스템에 좌지우지 되지 않을 정도가 된 다음에 가고 싶은 거죠. 사실 저희 둘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자고 하기도 했는데, 나머지 한 명이 반대를 해서 안 나갔어요. TV에 나오는 것을 꺼려해서요. 저도 방송을 나가는게 문제가 아니고 음악을 좀 알리고 싶은 것이죠. 나가서 중간에 떨어지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까 나가보는 게 어떨까 했던 것이죠.

현재 홍대배드 중에 가장 바쁜 밴드 중 하나라고 들었는데 공연은 얼마나 하나요?

김찬진 :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 합니다. 학교가 같으니까 수업 끝나고 저녁 시간에 모여서 연습을 해요. 시간 나는 데로요.

반응은 어때요?

김찬진 : 저희가 이별노래를 위주로 하고 좀 가라앉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열광적인 환호 이런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이 제 감정을 그대로 전달 받았다고 느낄 때가 있죠. 그럴 때 기분이 정말 좋아요. 클럽 분위기가 쳐지니까 그날 즐기러 오신 분들은 별로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고요.(웃음)
-중략-

음악을 만드는데 철학이 있다면?

김찬진 : 전에 라디오 방송에서도 이야기를 했는데 공연을 하면서 관객들이 제 노래에 감동을 받고 슬픈 감정에 화답하고 그러는 과정이 좋아요. 요즘 사람들이 우울한 일이 많잖아요. 그럴 때 차라리 울어버리게 하는 게 더 좋을 수 있거든요. 저는 그런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

서승희 : 저도 비슷해요. 사람들의 성격이 다 다르지만 저희와 같은 감성을 가진 사람들은 저희가 하려는 얘기와 그 감정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라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것들이 오히려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찬진 : 지금 부르고 있는 곡들이 이별노래가 많아서 사랑 타령으로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은 우울하고 혼자 생각이 많아지는 경우에 대해서 곡을 많이 쓰거든요. 그런 것들을 듣게 되면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하는 것이죠. 요즘 너무들 많이 죽으니까요. 그런 식으로 위로 말을 던지고 싶었어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김찬진 : 음악을 하기 전에는 뭔가 막막하고 답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느꼈었어요. 그런데 음악이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나서는 공연을 많이 하고 음악이라는 것을 만들다 보니까 전보다 더 밝아지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왜 그런가 생각을 해 봤더니 아까 말씀 드린 데로 어딘가에 표출할 때가 있고 내 마음을 표현할 수가 있으니까 마음도 편해지고 긍정적이어 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생각은 뭐든지 그것을 즐기면 즐거워지는 것 같아요. 제 나이 또래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일 것 같아요. 즐기면서 하는 거...

서승희 : 12월에 앨범이 나오니까 관심 가져 주세요.(웃음)

인터뷰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한국뉴스투데이에 관련기사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팟캐스트 방송 이기자의 거북이 뉴스에서 인터뷰 전체를 음성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곧 업로드 됩니다.)



태그:#인디밴드, #어 트라이얼로그, #그에게 쓰는 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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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터넷 언론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월호사건에 함구하고 오보를 일삼는 주류언론을 보고 기자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로 찾아가는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으며 취재를 위한 기반을 스스로 마련 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정치, 사회를 접목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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