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 팀들 간의 대결에서 대한항공이 승점 3점을 보태며 한숨을 돌렸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 점보스는 23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2라운드 홈경기에서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를 세트스코어 3-1(23-25, 25-20,25-21,25-21)로 꺾고 3위로 뛰어 올랐다.

반면에 3연패에 빠진 현대캐피탈은 최근 6경기에서 1승5패에 그치며 부진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현대캐피탈은 여전히 5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6위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와의 승점 차이는 단 1점에 불과하다. 그리고 LIG는 23일 현재 현대캐피탈보다 한 경기를 덜 치렀다.

V리그 10년 동안 우승 2회, 준우승 5회 차지한 배구 명가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 블루팡스와 더불어 V리그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팀이다. 현대캐피탈은 V리그 출범 후 10번의 시즌에서 2번의 우승과 5번의 준우승을 차지했다. 반면에 지난 10년간 포스트시즌 무대를 결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프로배구 초창기에는 '스커드 미사일' 후인정(한국전력)과 '송스타' 송인석(은퇴)이 팀을 이끌었고 이듬 해 현대캐피탈의 '맞춤형 외국인 선수' 숀 루니가 합류하면서 삼성화재를 꺾고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후인정이 전성기가 끝날 즈음엔 박철우(삼성화재)가 주포로 성장했고 박철우가 삼성화재로 이적한 후에는 트레이드를 통해 '국가대표 거포' 문성민을 영입해 변함 없이 강한 전력을 유지했다.

현대캐피탈은 2010-2011시즌부터 외국인 선수와의 궁합이 맞지 않아 3년 연속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며 잠시 주춤한다. 하지만 지난 시즌 세계적인 거포로 꼽히는 리버맨 아가메즈를 영입하며 다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현대캐피탈은 뛰어난 중앙공격수를 유난히 많이 배출해 '센터사관학교'로 유명하다. 이번 시즌에도 이선규(삼성화재), 하경민, 방신봉(이상 한국전력), 한상길(OK저축은행) 등 현대캐피탈 출신의 센터들이 각 구단에서 주축 센터로 활약하고 있다.

아가메즈-윤봉우 등 주축 선수 부진, 외국인 교체 강수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삼성화재가 박철우의 군입대로 전력에 큰 공백이 생긴 반면에 현대캐피탈은 부상으로 고전했던 토종거포 문성민이 건강한 몸으로 복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현대캐피탈의 바람과는 큰 거리가 있다. 삼성화재가 여전히 상위권을 달리는 반면에 현대캐피탈은 최근 1승 5패를 기록하며 7개 구단 중 5위로 밀려나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부진이다.

현대캐피탈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의 부진이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30경기에서 평균 31.3득점을 올렸던 아가메즈는 이번 시즌 8경기에서 20.6득점에 그치고 있다. 오른쪽 무릎과 발목 부상으로 제 실력을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의 자랑이었던 높이도 이번 시즌엔 영 신통치 못하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세트당 2.08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이 부문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센터 최민호는 블로킹 부문 1위(세트당 0.70개)에 올라 있지만 지난 시즌 세트당 0.69개(2위)의 블로킹을 잡아냈던 윤봉우의 블로킹이 세트당 0.37개(17위)로 뚝 떨어진 것이 치명적이다.

부진이 길어지자 현대캐피탈도 결단을 내렸다. 23일 부상과 부진이 겹친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를 퇴출시키고 이탈리아 1부리그 피아젠차에서 활약 중인 프랑스 국가대표 출신의 거포 케빈 레 룩스를 영입한 것이다.

문제는 케빈이 국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기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오는 24일에 입국할 케빈이 언제부터 경기에 투입될지는 알 수 없지만 배구는 조직력이 매우 중요한 종목이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를 중도에 교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번 시즌 V리그 남자부는 지난 시즌 하위권이었던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의 선전으로 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 기존 강호인 현대캐피탈이 속절없이 무너진다면 리그의 흥미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시즌 초반부터 외국인선수 교체라는 강수를 던진 현대캐피탈이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고 다시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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