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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주씨가 전통방식으로 만들어 낸 약과
▲ 약과 고성주씨가 전통방식으로 만들어 낸 약과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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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 창룡문로 56번길. 집 대문 앞에는 '경기안택굿보존회'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안택굿은 집안의 안녕을 위해 하는 축원굿이다. 이 집은 4대째 대물림하면서 경기 지역의 안택굿을 보존, 전승하고 있는 고성주(남, 60세) 회장의 집이다. 지난 23일 오후 집안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한편에서는 무엇인가 열심히 튀기고 있고, 집 안에서는 연신 덩이진 밀가루를 손으로 곱게 부수고 있다. 오는 28일은 고성주 회장이 자신이 모시고 있는 신령들과 수양부리(자신을 따르는 신도를 일컫는다)를 위해 맞이굿을 하는 날이다. '진적굿'이라고도 하는 맞이굿은 신령을 섬기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굿이기도 하다.

약과를 만들기 위해 반죽이 된 재료를 이용해 약과 본을 만들고 있다
▲ 본만들기 약과를 만들기 위해 반죽이 된 재료를 이용해 약과 본을 만들고 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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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비롯해 10여 명의 사람이 준비 중인 약과와 다식은 맞이굿을 할 때 상에 진설할 음식 중 하나다. 웬만한 사람들은 편하게 사다가 사용하지만, 이 집은 40년이 넘는 세월을 한 번도 사서 진설한 적이 없다. 직접 모든 음식을 조리하기 때문에 짧게는 5일, 길게는 1주일 전부터 준비한다.  

정성이 깃들지 않으면 음식 올릴 필요 없어

적당한 크기로 잘라낸 것을 가운데 칼집을 내 양편을 안으로 집어넣어 뒤집는다
▲ 완성된 본 적당한 크기로 잘라낸 것을 가운데 칼집을 내 양편을 안으로 집어넣어 뒤집는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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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참 이상합니다. 신령님들이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 것을 좋아하는지를 모르는 것 같아요. 적어도 나를 주관하고, 내 수양부리들을 잘 살게 만들어주는 신께 제물을 드린다고 하면서 약과나 다식도 다 사다가 쓴다면 무슨 정성이 깃들겠어요. 저희는 40년 동안 한 번도 사다가 올린 적이 없습니다."

23일 오후 내내 정성 들여 약과와 다식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 힘은 들겠지만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약과와 다식은 맞이굿을 마치고 나면 모든 사람들이 다 싸들고 간다. 더욱이 사람들이 먹을 음식이기 때문에 더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집에서 직접 약과를 만들고 있다
▲ 약과만들기 사람들이 집에서 직접 약과를 만들고 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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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방식 그대로 만드는 약과와 다식

약과는 조청, 계란 노른자, 생강 가루, 찹쌀, 들기름 등을 잘 반죽해 둥글게 누른 다음 적당한 크기로 잘라 가운데 칼집을 내고 그 안에 양편을 집어 넣어 모양을 만든다. 그리고 기름에 튀겨내 다시 조청에 담가 잘 젖도록 만든다. 채로 걸러내면 달라붙지 않게 고물을 뿌려서 말린다.

다식은 콩가루와 쌀가루, 조청 등을 혼합해 가루를 잘게 부순다. 가루가 곱게 부수어질수록 다신이 깨끗하게 만들어진다는 것. 거기다 식용색소를 포함해 색을 낸 다음 다식판에 반죽을 둥글게 만들어 놓은 다음 손으로 힘을 다해 누른다. 다식판에 참기름 칠을 한 다음 찍어내면 아름다운 문양이 있는 다식이 된다.

다식을 만들기 위해 쌀가루를 손으로 일일이 비벼 곱게 만들고 있다
▲ 부수기 다식을 만들기 위해 쌀가루를 손으로 일일이 비벼 곱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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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을 만든 후에 기름에 넣고 잘 튀겨낸다
▲ 튀기기 모형을 만든 후에 기름에 넣고 잘 튀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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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에 튀겨낸 약과를 조청에 담가 골고루 배게한다.
▲ 조청 기름에 튀겨낸 약과를 조청에 담가 골고루 배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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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다식을 다섯가지 색으로 만들어요. 동서남북과 중앙의 오방을 뜻하는 것이죠. 많은 재료를 이용하지만 그 중 어느 것 하나 재료를 싼 것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야 나중에 그것을 먹는 사람들의 건강에도 좋으니까요.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내는 약과와 다식은 사람들도 좋아하죠."

정성이 가득한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 요즈음은 기계로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음식은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년 봄, 가을로 올리는 맞이굿에 진설하는 음식은 모두가 직접 만든다고 한다.

다식판에 반죽을 한 재료를 넣고 일일이 손으로 불러 만들고 있다
▲ 다식박기 다식판에 반죽을 한 재료를 넣고 일일이 손으로 불러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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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식을 만들기 위해 반죽을 하고 있다. 우측 위편 남자가 고성주씨이다
▲ 다식반죽 다식을 만들기 위해 반죽을 하고 있다. 우측 위편 남자가 고성주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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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선생님은 아직 한 번도 음식을 사서 하는 것을 보지 못했어요. 아무리 힘이 들어도 정성을 올리는 음식을 사서 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맞이를 올릴 때는 보통 일주일 전부터 준비를 하죠. 맞이굿을 하는 날은 300명 정도의 음식 장만을 직접 하세요. 김치 담그고 나물 무치고, 전도 이틀 전부터 부치고요. 모든 음식은 집에서 직접 장만을 합니다. 그것이 손님을 맞이하는 예의라는 것이죠."

아직 한 번도 사서 쓰는 음식을 신을 모시는 전안에 진설하거나 손님들의 상에 올려보지 않았다는 고성주 회장. 전통 방법으로 만든 약과와 다식을 만들면서도 연신 잘 만들어야 한다고 독려한다. 정성을 들인 음식을 먹고 즐거워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이 집의 축제 준비는 늘 웃음이 넘친다.

오방을 상징하는 다섯가지 색을 만든다고 하는 고성주씨의 다식
▲ 다식 오방을 상징하는 다섯가지 색을 만든다고 하는 고성주씨의 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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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다식, #약과, #전통방식, #고성주, #맞이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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