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를 이끌어 갈 쌍둥이 자매의 생애 첫 맞대결이 열렸다.

양철호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26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경기에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를 세트스코어 3-2(25-23,25-13,22-25,29-31,15-12)로 제압했다.

파죽의 4연승 행진을 달린 현대건설은 IBK기업은행 알토스를 세트 득실률에서 근소하게 제치고 여자부 단독 1위로 뛰어 올랐다. 두 세트를 먼저 내줬다가 두 세트를 따라 붙은 흥국생명은 아쉽게 패했지만 쌍둥이 언니 이재영이 프로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패배의 아쉬움을 달랬다. 쌍둥이 동생 이다영도 무득점에 그쳤지만 팀 승리로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고2 때 이미 국가대표 선발된 '슈퍼 쌍둥이'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1988년 서울올림픽 대표팀 세터였던 어머니 김경희씨의 피를 이어받은 배구가문에서 자랐다. 선명여고 시절 여고배구를 주름잡으며 사실상 적수가 없었고 고2 때 나란히 국가대표에 선발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본격적으로 배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무대는 2014년 월드그랑프리와 AVC컵대회였다. '배구여제' 김연경의 레프트 파트너로 나선 이재영은 안정된 수비와 여고생답지 않은 과감한 스파이크로 경기당 10점 이상의 쏠쏠한 득점력을 과시했다.

이다영 역시 이효희(도로공사)의 백업으로 간간히 코트에 들어와 안정적인 토스워크와 만만치 않은 높이(179cm의 장신 세터 이다영은 점프력이 좋아 뛰어난 블로킹 능력을 자랑한다)를 보여주며 여자배구의 차세대 세터로 떠올랐다.

5분 차이로 태어나 고등학교 때까지 늘 함께 붙어 다니던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프로 진출을 앞두고 처음으로 이별(?)을 경험했다. 두 선수 모두 드래프트 1순위를 다투던 인재였기에 애초에 같은 팀에 지명받을 확률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언니 이재영은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에 지명됐고 동생 이다영은 전체 2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됐다. 그리고 V리그 2라운드 맞대결에서 '특급 쌍둥이 자매'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동료가 아닌 '적'으로 만났다.

'트리플 크라운급 활약' 언니 이재영

사실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은 지난 10월 23일 1라운드에서 이미 맞붙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당시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전국체전 출전을 위해 잠시 소속팀을 떠나 학교로 복귀한 상태였다. (당시 경기는 현대건설 3-1 승리)

전국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이재영은 곧바로 흥국생명의 왼쪽 한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신인 드래프트 이후 선배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이다영은 염혜선 세터의 백업으로 경기 감각을 익히며 동료들과 손발을 맞춰가고 있었다.

26일 쌍둥이 맞대결에서도 이재영은 주전 레프트로 교체없이 풀타임 활약했고 이다영은 전세트에서 백업멤버로 코트를 밟았다. 일단 눈에 보이는 성적만 보면 언니 이재영이 압도적이다.

이재영은 서브득점 2개와 후위공격 2개, 블로킹 3개를 성공시키는 트리플 크라운급 활약을 펼치며 무려 24득점을 올렸다. 공격 점유율이 27%에 달할 정도로 흥국생명의 확실한 토종 주공격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승리를 챙긴 쪽은 '동생' 이다영이었다. 이다영은 비록 득점은 없었지만 고비마다 교체선수로 들어가 8개의 토스를 성공시켰다. 4세트에서는 언니 이재영과 코트를 사이에 두고 블로킹 경합을 벌이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은 6라운드까지 앞으로 4번의 맞대결을 남겨 두고 있다. 양 팀의 경기력을 고려하면 플레이오프나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날 가능성도 있다. 그때마다 배구팬들은 여자배구를 이끌어갈 쌍둥이 자매의 흥미로운 라이벌전을 보게 될 것이다. 믈론 어머니 김경희씨는 두 딸의 맞대결을 편히 즐길 수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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