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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사전을 보면 '마실'은 마을의 방언으로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을 뜻한다고 한다. 산, 들, 바다에 자연이 빚은 보물이 가득한 부안에 '변산마실길'이 있다. 마실길은 해안에 8코스, 내륙에 6코스가 있는데 해안코스 중 3코스인 적벽강 노을길을 백미로 꼽는다.

지난 18일 청주 행복한 산행 회원들이 고사포 해수욕장에서 격포항에 이르는 마실길 3코스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아내와 떠난 길... 운치 있는 송림이 맞이하다

새만금휴게소
 새만금휴게소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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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시간이 이르지만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 여유가 있다. 오전 7시, 빈자리 없이 용암동을 출발한 관광버스가 당진영덕고속도로 공주휴게소와 신시도에 있는 새만금휴게소에 들른다.

휴게소가 군산과 부안을 잇는 새만금 방조제의 중간지점에 위치하여 차에서 내리면 신시도와 야미도, 방조제 바깥쪽 바다와 내부 간척지, 배수갑문과 준공 조형물 등이 한눈에 보인다. 신시도와 야미도는 선유도가 중심이 되는 고군산 군도를 오가며 자주 들른 곳이라 정이 간다.

성천포구에서 하섬 전망대까지
 성천포구에서 하섬 전망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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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20분경, 일대의 해수욕장 중에서 가장 큰 고사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2km에 이르는 백사장과 넓고 긴 송림이 장관을 이룬다. 모래가 곱고 부드러운 백사장에서 트레킹을 시작했다.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이 소나무향을 품어 더 운치 있는 송림을 걷는다.

작고 아담한 성천포구를 지나면 산길로 이어지는 데 산길에서 고사포 해수욕장의 멋진 풍경이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다보인다. 출발지인 고사포 해수욕장에서부터 바다 쪽으로 새우 모양을 닮아 하(鰕)섬으로 불리는 작은 섬 하나가 눈길을 떠나지 않는다.

<두산백과>에 의하면 바다에 떠 있는 연꽃 같다 하여 연꽃 하(遐)자를 쓰기도 한단다. 고사포 해수욕장에서 2km, 성천포구에서 1km 떨어져 있다. 음력 1일이나 15일을 전후하여 간조 때가 되면 2~3일 동안 2km의 바닷길이 드러나 바닷길을 걸으며 굴·해삼·조개 등을 딸 수 있다. 하섬 전망대에 올라서 섬을 바라보면 원불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해상수련원이 가깝게 보인다.

마실길의 다양한 풍경
 마실길의 다양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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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옆 안내판에서는 하섬의 전설을 만날 수 있다.

"옛날 옛적에 노부모와 아들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태풍으로 부모님이 탄 고깃배가 하섬까지 떠내려가서 돌아오지 못하자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 용왕님께 빌어 효성을 가상하게 여긴 용왕님이 바닷길을 열어주었다."

다양한 산책길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바다를 감싸고 있는 나직한 산을 따라 기암괴석의 절벽이 길게 이어진 풍경이 장관이다. 이렇게 멋진 자연 식탁이 어디에 있겠는가. 바닷가에 오순도순 둘러앉아 점심을 먹었다. 마실길을 트레킹 하다보면 대나무계단, 출렁다리, 오솔길 등 다양한 산책길을 만나 걷는 것이 즐겁다. 마실길을 벗어나 바닷가로 내려서면 평평한 바위에 걸터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많다.

반월안내소에서 마실길 전망대까지
 반월안내소에서 마실길 전망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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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길을 걸을 때는 물때를 잘 맞춰야 한다. 바닷물이 해안 가까이로 들어온 밀물 때는 바닷가를 걸을 수 없다. 지난 2009년 9월, 하섬 일원에서 해양자원 조사를 하던 연구원 3명이 밀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멋들어진 반월안내소 옆에 순직연구원추모비가 서있다. 길을 걷는 내내 하섬이 바라보이고 마실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풍경도 멋지다.

마실길 전망대를 지나 산길로 접어들면 멀리 적벽강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이 사자를 닮은 적벽강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장소다. 적벽강(전북기념물 제29호)은 붉은색을 띤 바위와 절벽으로 중국의 적벽강과 닮았다하여 적벽강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적벽강
 적벽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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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강이 있는 죽막동 바닷가 벼랑 위에 수성할머니를 바다의 수호신으로 모시고 제사 지내는 수성당(전북유형문화재 제58호)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답사여행의 길잡이에 의하면 수성할머니는 일명 '개양할미'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서해 바다를 돌보는 수호신이다. 딸 아홉 중에서 여덟을 우리나라 각 도에 시집보내고(또는 딸 일곱을 칠산바다 각 섬에 보내 당산을 지키게 하고) 막내딸을 데리고 수성당에 산다. 키가 몹시 커서 굽 달린 나막신을 신고 서해 바다를 걸어 다니며 수심을 재어 어부들을 보호하고 풍랑을 막아준다고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대명 리조트, 격포해변, 채석강, 닭이봉 모두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름은 채석강이지만, 흐르는 강은 아니다

수성당과 격포해변
 수성당과 격포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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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포해변과 채석강
 격포해변과 채석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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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 리조트를 지나면 조그만 언덕에서 해넘이 채화대와 인어상이 격포해변을 내려다보고 있다. 해수욕장 옆에 위치한 채석강(전북기념물 제28호)은 강이 아니고 바닷가의 절벽이다. 기이한 바위와 빼어난 경관 때문에 사랑받는데 바닷물에 침식되어 퇴적한 해안의 절벽이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 올린 모습이며 색이 다른 여러 암석이 조화를 이룬다.

채석강을 구경하고 산길로 접어들어 닭이봉을 걷는다. 채석강이나 격포항에서 500~600m 걸으면 만나는 닭이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풍경이 멋지다. 오후 2시 40분경 격포항으로 내려와 등대까지 방파제를 따라 걸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닭이봉과 채석강의 풍경도 일품이다. 한참동안 아내와 자유를 누리다 현대횟집에서 저녁을 겸한 회를 먹으며 회포를 풀었다.

격포항
 격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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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가끔 일정에 없던 일이 즐거움을 선물한다. 임원진에서 격포항의 일몰을 보고 가기로 결정했다. 하루를 숨 가쁘게 달려온 태양이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사라지는 모습을 구경하고 오후 5시 30분, 청주로 향한다.

피곤한 지 모두들 깊은 잠에 빠졌지만 회원들을 태운 관광버스는 새만금휴게소와 서천공주고속도로 부여백제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린다. 오후 9시경, 출발장소인 용암동에 도착하며 변산마실길 트레킹을 마무리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변종만 시민기자의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변산마실길, #고사포해수욕장, #하섬, #적벽강, #격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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