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정재.

배우 이정재. ⓒ 호호호비치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그는 뛰고 또 뛰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뛰었다. 이정재는 그렇게 영화 <빅매치>의 우직한 싸움꾼 익호가 돼 있었다. 

한창 다른 영화 <암살> 촬영 중에 만난 터라 이정재는 부쩍 살이 빠져있었다. 역할을 위해 본래 몸무게에서 15키로나 감량한 상태였다. 마흔 둘의 나이에도 전혀 지치지 않는 열정이다. 

"왜 <빅매치>를 택했냐고요? 지금 이때 아니면 다시는 못하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따지고 보면 극 중 최익호 나이는 많아야 30대 초반이었을 걸요? 그걸 알면서도 제가 무리하게 하겠다고 한 거죠. 40대 중반의 격투기 선수는 사실 찾기 힘들잖아요. 에너지가 많고 생동감 있는 역할을 늦기 전에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신하균의 목소리 연기, 너무 얄미웠다"

 영화 <빅매치>의 한 장면.

영화 <빅매치>의 한 장면. ⓒ 보경사


최익호가 사방팔방을 뛰어다니는 이유는 납치당한 형 최영호(이성민 분)를 구하기 위해서다. 사람 목숨을 담보로 고액의 판돈이 오가는 '생존 게임'을 설계한 에이스(신하균 분)의 계략이다. 형을 구하기 위해서 익호는 시시각각 자신에게 주어지는 각종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마냥 심각해지거나 신파로 흐르지 않기 위해 최호 감독은 각 인물들에게 유머와 엉뚱함을 씌워 놓았다.

"보통 남자라면 멋있는 액션 하고 싶어 하죠. 근데 이번엔 멋도 있으면서 유머 역시 추구해야 했어요. 거친 액션을 하면서 약간의 잔재미를 더한 것도 그런 이유죠. 에이스가 황당한 그 게임을 주도해 가는데 얼굴은 안 내비치고 목소리로만 지시하잖아요. 신하균씨가 너무 잘해버려서 얄밉더라고요. 중간에 삭제됐으면 했던 장면도 있는데 신하균씨가 먼저 녹음을 마치고 간 상황이라 전 그에 맞게 다 연기를 해야 했죠(웃음)."

이정재가 이해한 최익호는 우직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남자였다. 기존에 보였던 캐릭터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이정재는 "신하균씨가 참 잘 해줬고, 나 역시 다른 색깔의 인물에 도전하는 재미가 있었다"며 "슬랩스틱(과한 몸동작으로 웃기는 개그)도 연구했고, 최대한 무겁지 않은 액션을 보이려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익호의 적인듯 하면서 조력자 역할도 했던 수수께끼의 인물 수경을 소화한 보아에 대해서도 말을 보탰다. 관객 입장에선 두 사람의 멜로 라인도 기대할 법했지만 상당히 담백한 관계로 정리됐다. 이정재는 "보아씨와 멜로 설정에 대해 사실 스태프들의 반대가 심했다"며 "아마 두 인물의 멜로까지 그리려했으면 영화가 상당히 늘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성도 걱정한 액션..."난 이미지 소모 우려하지 않는 배우"

 배우 이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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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는 촬영 직전에 동료 배우 정우성이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주었던 일화를 전했다. <빅매치> 촬영 시작 전부터 이정재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알았던 정우성은 "컨디션이 좋아도 액션 하다가 다치는 게 다반사인데 처음부터 다쳐서 들어가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조언했단다.

"우성씨가 안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었죠. 뭐 잔부상이야 많았죠. 머리, 손가락, 발목, 허리 등등 다 조금씩 다쳤어요. 요즘 남성 액션이 들어간 시나리오가 워낙 많아서 액션 자체를 피할 순 없을 거 같아요. <빅매치>야 그 중에서도 가장 액션 강도가 높았습니다. 그래도 보시는 분들 입장에선 힘들지 않게 설계가 돼서 괜찮을 거예요."

얘기가 나온 김에 바로 이어갔다. 정우성과 함께 1990년대 청춘스타로 시대를 풍미했던 그다.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두 사람도 최근 들어 다양한 캐릭터 연기를 시도하며 대중과 거리를 좁히고 있다. 불혹을 넘긴 시점에서 이정재는 어떤 자세로 연기에 임하고 있을까.

"30대 후반부터 40대 후반까지 남자 캐릭터 제안이 가장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요즘 출연 제안이 더 많이 오는 거 같기도 해요. 주로 심각한 장르 영화가 많긴 하지만 여전히 전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가장 중요해요. 물론 변신에 대한 욕망도 있죠. <하녀>(2010)부터 <도둑들>(2012), <신세계>(2012), <관상>(2013) 등을 보면 조금씩 제가 다른 모습을 보이려 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멜로요? 항상 기다리고 있는데 요즘 잘 없더라고요. 내게만 안 들어오는 건가?(웃음).

아무래도 나이를 먹으면서 사람들에게 거리감이 있는 배우로 느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역시 그것도 캐릭터를 통해 보여드리는 방법밖에 없는 거 같아요. 소위 망가지는 캐릭터를 보여드리면 친근해지지 않을까요? 다만 여전히 관객 분들이 이정재라는 사람에게 원하는 모습도 있으니 조절이 중요하겠죠."

 배우 이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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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그는 과감했다. 정우성은 최근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서 밝혔듯 스스로 이미지 소모를 최소화하려는 부류다. 이정재는 반대였다. 각종 광고와 연예 관련 프로에 활발하게 등장하는 모습을 봐도 알 수 있다. 자신이 가진 매력을 다양한 매체에 발산하며 지내자는 게 이정재의 방식이었다.

"배우들 사이에서도 갈려요. 자기 이미지를 소모하지 말아야 한다는 분도 있고. 자기 이미지를 쏟을 수 있을 때 다 쏟으라 하는 분도 있습니다. 전 후자 쪽인 거 같아요. 물론 이후에 마음이 변할 수도 있겠지만 오로지 전 관객 분들, 절 봐주시는 분들이 제 연기의 원동력이에요. 칭찬받고 싶어서 더욱 보여드리려는 욕심이 생기는 거 같아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연기죠. 그만큼 책임감도 커지고요. 좋은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책임감은 제가 가지고 갈 평생 숙제일 겁니다."

이정재 빅매치 보아 정우성 신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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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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