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름다운 연대의 달인
 아름다운 연대의 달인
ⓒ 최호선

관련사진보기

세월호에 관심을 가진 시민이라면 최호선 교수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최 교수는 자녀 둘에 조카 둘 네 아이를 기르며 늦깎이로 공부를 시작해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그녀의 전공은 심리학이고 장례문화지도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죽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남은 가족은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도움을 주기 위해서 준비한 공부다.

그가 죽음이나 사고에 유난히 민감한 이유는 아픈 가족사 때문이다. 그는 사고로 일본 오지에서 가족을 잃었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내내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자신을 살펴 준 외국인, 일본에서 한 여의사가 휴가를 내고 시신을 수습해 돌아오기까지 손발이 되어 도와줬던 기억과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그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최호선 교수는 사고 소식을 듣고 팽목항으로 달려가 자원봉사를 했다. 위로가 필요한 가족들에게 적절한 조언과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했다. 제주도로 가서 정착해 살려던 베트남 이주 여성의 죽음 소식을 알고, 베트남에 있던 가족이 들어왔을 때 그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힘이 되어 주고 있다.

그렇게 후원이 필요한 곳이 생기면 지인에게 공개적으로 후원을 부탁했다. 지인들은 최 교수가 하는 일을 알기에 기꺼이 작은 금액이라도 마음을 모아주고 있다. 최호선 교수는 후원 내역과 사용 내역을 공개하며 자신을 친구들에게 자신이 삥을 뜯어내는 '삥순이'라고 우스갯 소리를 했다. '삥순이' 치고는 사랑스럽고 개념 넘치는 바람직한 '삥순이'인 셈이다.

팽목항
 팽목항
ⓒ 최호선

관련사진보기


처음 세월호를 위해 지인에게 후원 요청한 것은 베트남 이주 여성 가족 때문이다. 그는 제주도가 아니라 팽목항에 수장된 이주 여성의 죽음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그 동생과 어머니에게 제주도를 데려가 곳곳을 안내하고 무언가 기술을 배울 수 있게 돕기 위해 시작했다.

도와주세요
"선생님은 왜 한을 도와요?"

화장을 짙게 한 이국의 아가씨가 제게 물었습니다.이 질문에 저는 당황했지요.저에게 이 일은 왜? 라는 의문을 가져본적 없는 그냥 당연한 일이었으니까요.

"그건... 한이 지금 슬프고 힘들기 때문이지요"라고 대답해줬습니다. 질문을 했던 아가씨는 이 평범하고도 뻔한 대답에도 알겠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지난 금요일 오후 안산에서 베트남어 통역을 해준 아가씨와 저의 대화였습니다.

"한"의 고향은 베트남의 남쪽 어촌입니다. 한국으로 시집갔던 언니가족이 제주도로 이사가기 위해 세월호에 탔습니다. 여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양보했던 조카와 형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시신으로 발견된 언니는 임시안치중입니다.

사고직후 아버지와 한국에 온 한은 지금 무척 힘든 생활을 하고있습니다. 그녀의 처지를 구구절절 여기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한이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어두운 뉴스로 점철된 고통의 기억으로 남지 않기를 바랍니다. 기쁨의 순간도 절망의 순간도 결국 우리의 삶이고 우리는 모든 순간을 호흡하며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이 원하고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세가지 정도됩니다. 한국어 공부, 커피 바리스타과정, 메이크업 배우기입니다. 이 세가지는 지금 준비 되어있거나 이미 진행중입니다. 곁에서 늘 보살펴주시는 신혜진작가님이 세심하게 살펴주고계십니다.

한이 공부를 할수있도록 도와주실 분들이 필요합니다. 한달 수업료와 기타비용이 40만 원쯤 필요합니다.

10만 원씩 네 분이 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달에는 우선 저부터 하겠습니다. 세 분만 더 도와주세요. 그리고 더 많은 분이 나서준다면 다음달, 그 다음 달도 해결되겠지요. 댓글 달아주시면 제가 순서 만들어서 따로 메시지를 보내겠습니다. 한이 언제 돌아갈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순서만 정합니다.

이사람이 이만큼 힘들어... 라고 구구절절 펼치며 도움을 청하는 것이 적절한가? 늘 의문이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두루 짐작해 주실 분들이 계시리라 믿습니다

오늘 광화문 농성장은 일베의 초코바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 노랑 초코바는 아이러니하게도 팽목항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던 엄마가 바닷가에 두었던 것과 같았습니다. 저는 못된 그들을 탓하는 시간에 그냥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묵묵히 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한사람의 삶이라도 더 온전해진다면 세상은 좋은 쪽으로 1도쯤 기울겁니다 한을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최호선-

광화문 리본공작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컵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있다.
▲ 리본 공작소 광화문 리본공작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컵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있다.
ⓒ 광화문 리본공작소

관련사진보기


두 번째로 광화문 광장에서 가장 오랫동안 자원봉사하고 있는  리멤버 0416과 광화문 리본공작소에 후원금을 보냈다.

< 배후세력 >
두 번째 공지입니다. 모금액 중 일부를 아래 두 곳에 후원했습니다.

- 리멤버0416
그 봄날부터 계절이 네번째 바뀌도록 한결같이 활동하는 분들입니다. 강풍에 날아가지 못하도록 자신의 다리에 피켓을 묶은 사진은 눈물겨웠습니다.

- 리본공작소
광화문을 찾는 시민들이 쉽게 들어가 마음을 나누고 힘을 보탤수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만드는 리본은 서명대에서 시민들에게 나눠드리게 됩니다. 멀리 해외교포들에게까지 전달되기도 하지요. 고생하시는 분들께 핫팩이라도 넉넉하게 쓰시라고 후원을 했습니다. 우리는 이 분들의 배후세력입니다^---^

리멤버 0416의 숙자매라고 한다.
▲ 숙자매들 리멤버 0416의 숙자매라고 한다.
ⓒ 최호선

관련사진보기


아름다운 연대의 배후 세력이 있다는 사실, 누군가 함께 한다는 사실은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을 더욱 따뜻하게 해 준다. 세 번째로 안산 가족과 자원봉사자를 위해 150권의 도서를 마련해 주었다.

최호선 교수가 지인들의 후원으로 150권의 도서를 아난 대책위에 마련해 주었다.
▲ 안산 대책위에 마련해 준 도서 최호선 교수가 지인들의 후원으로 150권의 도서를 아난 대책위에 마련해 주었다.
ⓒ 최호선

관련사진보기


< 손을 잡으면 마음까지 >

세 번째 보고입니다. 후원금 일부로 책을 구입했습니다. 안산분향소의 가족대책위 사무실과 팽목항으로 보냅니다.

책의 선정 기준은
1. 쉽게 읽히는 책(동화도 있습니다)
2. 잠시 공간이동 또는 현실도피를 하도록 돕는책(요리, 여행, 건축)
3. 자기성찰을 돕는 책(시집, 잠언서 등 )
4. 위로와 회복에 도움이 되는 책(박완서선생님의 한말씀만 하소서 등)

유가족들의 심리상태를 고려해서 호흡이 길고 내용이 어려운 책은 배제했습니다.

목록은
<견딜 수 없네> - 정현종- 문학과 지성사
<따뜻한 외면> - 복효근- 실천문학사
<말똥 한덩이> - 공광규- 실천문학사
<상처적 체질> - 류근- 문학과 지성사
<고통의 축제> - 정현종- 민음사
<귀가 서럽다> - 이대흠- 창비
<노란집> - 박완서- 열림원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조병준- 그린비
<내가 너의 친구가 되어줄께> - 제니퍼 S- 시그마북스
<자스민 어디로 가니?>- 김병종- 열림원
<시가 내게로 왔다>- 김용택- 마음산책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 이재무- 실천문학사
<나무집 예찬> - 김병종- 열림원
<아낌없이 주는 나무> - 쉘 실버스타인- 시공주니어
<강아지 똥> - 권정생- 길벗 어린이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 히스이 고타로- 안테나
<가족의 두 얼굴>- 최광현- 부키
<백년식당> - 박찬일- 중앙 M&B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 이해인- 마음산책
<공간의 위로> - 소린 밸브스- 문예출판사
<인생수업> - 류시화- 이레
<한 말씀만 하소서> - 박완서- 세계사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 - 안 안셀렝- 민음인
<엄마는 산티아고> - 원대한 - 황금시간
<하루쯤 성당 여행> - 디스커버리미디어
<유병용> - 회복
<박완주> - 그오새 미오새
<날개가 없어도 날 수 있다> - 뢰경요
<모두> - 쿰란출판사
최소 5권에서 30권까지 구했습니다.

책 표지에는 "별이 된 사람들의 가족과 자원봉사자를 위한 책입니다. 보시고 제 자리에 놓아주세요 함께하는 친구들 드림"이라는 스티커를 붙었습니다.


태그:#최호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