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마음이 안 맞아서 정말 못 살겠네. 거지처럼 입고 다니면 남들이 마누라 욕한다. 그냥 하나 사자. 내가 사다줄게."
"올 겨울까지만 입을 테니까 절대 사지마. 표시 안나게 잘 꿰매줘."

옷감이 삭아서 찢어진 겨울점퍼를 아내에게 또 내밀었다. 아내는 바느질하면서 안 입는 오래된 옷들은 버리겠다고 말했다. 애써 말렸다. 낡은 신발이나 옷은 농사일을 할 때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밑창이 닳고 옆구리가 터진 등산화를 작업신발로 쓰려고 보관했다. 어느날 집안 청소를 하던 아내가 이를 버려서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그 후로 아내는 내 물건은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물론, 내게 필요해 보이는 것이라도 동의를 구하지 않고 사오는 일도 절대 없다.

단순소박한 삶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것이다
 단순소박한 삶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것이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나는 이렇게 살고 싶다

결혼한 지 10년쯤 됐을 때, 냉장고를 바꿨다. 문틈이 벌어지고 냉장 능력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웅웅~'거리는 모터 소음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세탁기는 15년을 사용했는데, 탈수가 잘 안 됐다. 손으로 빨래를 짜는 것도 한두 번이지, 서비스센터에 수리요청을 했다.

"고객님, 세탁기의 수명이 다 되었습니다. 이만큼 오래 쓴 사례를 본 적이 없습니다."

결혼 18년 차, 신혼살림으로 들어온 가전제품 중에서 냉장고, 세탁기는 제 수명을 다해 처분했다. 에어컨은 냉매가스를 한 번 교체했고, 덜덜거리는 고물이 되었지만 폐기처분하는 그날까지 쓸 것이다. 선풍기와 청소기는 테이프와 고무줄로 부서진 곳을 칭칭 감았다.

"새 차를 사고 싶지 않아? 남자들은 자동차에 대한 로망이 있다고 하던데."

세 번째 중고차를 구입할 때, 아내가 물었다. 결혼할 때, 첫 자가용은 친구의 차를 헐값에 물려 받았다. 두 번째도 아는 사람의 차를 시세보다 싼 값에 구입했다. 지금 타는 세 번째 차는 출고된 지 14년이 넘었고, 주행거리 30만 킬로미터를 앞두고 있다.

새 차를 사야 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나에게 자동차는 이동의 편리함을 주는 기계일 뿐, 그 이상의 어떤 가치도 그 무엇도 아니다. 중고차도 제 때 정비를 받고 교환 시기가 된 부품을 교체하면 고장이 없다. 18년 운전하면서 차량 결함으로 문제가 된 적은 없다.

수명이 다해서 폐기한 15년 사용한 세탁기와 자동차
 수명이 다해서 폐기한 15년 사용한 세탁기와 자동차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1식1찬 밥상을 차린 지 오래되었다. 생일날 잡채가 특별히 올려졌다
 1식1찬 밥상을 차린 지 오래되었다. 생일날 잡채가 특별히 올려졌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전기밥솥은 이제 좀 바꾸자. 압력밥솥이 밥맛도 좋고 여러 가지 음식도 할 수 있다는데."

밥솥을 바꾸자는 아내의 말을 들어주기로 하고 가전제품 매장에 갔다. 쓸 만한 것은 30만 원을 줘야 했다. 예상한 금액보다 곱절 많아서 그냥 나왔다. 아내에게는 "가전제품은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떨어지게 되어있다"고 말하자, 아내 왈.

"어느 세월에...."

결혼할 때 장만한 압력밥솥은 여러 기능을 쓸 일이 없어서 장모님이 쓰고 있던 전기밥솥과 바꾸었다. 그 후로 12년째 쓰고 있는데 몇 년 쓰다보니 솥바닥 코팅이 벗겨져 밥이 눌러 붙었다. 다행히 제조회사에서는 아직도 내솥을 별도로 팔고 있다. 택배비 포함해서 1만5000원에 세 번째 내솥을 구입했다. 밥솥 뚜껑은 금이 생기고, 변형되어서 김이 조금 새지만 밥을 짓는 데 문제는 없다.

밥은 정확하게 한끼 분량만 한다. 즉, 남은 밥을 보온하면서 전기를 낭비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의 전기코드는 반드시 콘센트에서 빼놔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가족들은 나에게 잔소리를 듣는다.

"고객님, 쓰고 계시는 019번호의 구형 핸드폰을 최신폰으로 무료 교체해 드립니다."

사용한 지 5년이 넘은 핸드폰을 무료로 교체해 준다는 전화가 가끔 온다. 나에게는 지금의 2G전화기도 충분히 스마트하다. 통화와 문자 정도면 소통하는 데 아무 문제 없다. 사람들은 불편하지 않느냐고 묻지만, 할 수만 있다면 핸드폰 없이 살고 싶다. 몇 년간은 집에 돌아온 저녁에는 핸드폰의 전원을 아침까지 끄기도 했다.

낡고 부서지면 고쳐서 쓴다. 선풍기 수리.
 낡고 부서지면 고쳐서 쓴다. 선풍기 수리.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간단한 공구는 다룰줄 알아야 한다. 밥상수리
 간단한 공구는 다룰줄 알아야 한다. 밥상수리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혼자만 잘 살면 재미없다

"술 값을 아꼈더라면 아파트 몇 채는 갖고 있었을 거야."

농담 삼아 내가 하는 말이다. 용돈으로 쓰는 돈의 대부분은 술값이다. 사회생활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 밥을 먹거나 술자리가 아니면 돈 쓸 일이 거의 없다. 신용카드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해서 체크카드 한 장으로 쓴다.

필요한 곳에 돈쓰는 것은 아끼지 않는다
 필요한 곳에 돈쓰는 것은 아끼지 않는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나는 돈 쓰는 일에 벌벌 떠는 구두쇠나 짠돌이일까? 아니다.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들어 본 적 없다. 돈이 필요한 곳에는 형편껏 마음을 나누는 생활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다.

매달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내고 있는데, 금액으로 치면 10만 원쯤 된다. 주로 시민단체와 정론을 펼치는 언론사에 쓴다. 당비를 내는 정당에도 가입했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는 곳에, 함께 활동은 못하더라도 재정지원을 한다. 그것이 결국에는 나를 위하고 우리 사회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더 많은 물질적인 풍요와 욕구를 위한 탐욕적인 소비는 채울 수 없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탐욕을 끝없이 자극하고 유혹해서 끝없는 과소비의 수렁으로 몰아 넣어야 유지된다. 짧은 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은 그 정점에 올라서 있다.

엄청난 물질적인 풍요를 누려도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 나는 돈 없으면 살 수 없는 괴물이 되고 싶지 않다. 자본에 대한 저항으로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소비를 하지 않겠다고 어느 때부터 다짐했다.

물질에 대한 탐욕을 멈추지 않으면 끝없이 돈의 노예로 살면서, 삶에 대한 상실감과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탐욕과 거리를 두려는 고민과 실천은 한 번으로 되지 않는다. 될 때까지, '단순하고 소박한 삶'에 대한 화두를 계속 던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공모-짠돌이라 부르지마 응모글



태그:#구두쇠, #짠돌이, #후원금, #탐욕, #행복
댓글83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6,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