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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병원 문을 들어서자 간호사가 인사하며 묻는다.

"어서 오세요, 그동안 잘하셨어요?"
"아, 네. 뭐 그냥..."

간호사가 나를 따라오라며 말한다.

"여기 체지방 측정기에 올라가시면 됩니다."

양말을 벗고 체지방 측정기에 올라섰다. 긴장된 내 마음을 표현하듯 액정 화면의 숫자가 이리저리 요동치기 시작하다 이내 정지한다. 65kg! 아, 1.5kg이 줄었다. '아싸!'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정말 살이 빠지긴 하는구나.'

다시 센서를 잡고 처음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때의 몸무게와 키, 나이를 입력했다. '삑'소리가 울리고, 다시 숫자가 찍혔다. 마치 2주 동안 내가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시험을 치는 마음으로 숫자를 쳐다봤다. 그 숫자가 뭘 의미했는진 잘 모른다. 어쨌든 지금 나는 66.5kg에서 65kg로 몸무게가 줄어들긴 했다.

간호사는 체지방 측정기에서 인쇄된 종이를 가지고 나갔다. 난 주섬주섬 양말을 신고 간호사 뒤를 졸졸 따라갔다. 무지무지 궁금한 마음으로 물어봤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넌 너무 말랐다. 살 좀 쪄라" 이런 말만 들었는데 비만이라니 창피했다. 그것은 평소 자기 관리를 못했다는 뜻을 반증하니 말이다.
▲ 내가 비만이라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넌 너무 말랐다. 살 좀 쪄라" 이런 말만 들었는데 비만이라니 창피했다. 그것은 평소 자기 관리를 못했다는 뜻을 반증하니 말이다.
ⓒ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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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어떻게 나왔나요?"
"음... 근육량은 500g 늘었고요, 체지방이 2kg 빠졌네요. 이 정도면 잘하고 계신 거예요. 혹시 허리띠가 좀 헐렁해지지는 않으셨어요?"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에요."
"체지방이 줄면서 근육량이 조금씩 늘고,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몸무게가 줄어들 거예요. 지금 가져오신 식단표도 보니까 노력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칭찬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기분은 좋았다. 그래도 효과가 있었다니 나 자신에게도 대견하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지난 1주일간 노력했던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들었다.

의사 선생님이 알려주신 'GI' 다이어트

처음 병원을 방문했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 추천한 다이어트 방식은 GI 다이어트였다. 수십 가지 식품에 각각 칼로리 수치와 GI 수치가 적힌 종이를 건네주며 GI 수치가 60 이하로 돼 있는 음식위주로 섭취하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이 수치에 대해 설명을 덧붙여 주셨다.

예전엔 저칼로리 위주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권장했지만, 요즘엔 저칼로리와 GI 수치를 함께 고려한 식단을 활용한 다이어트가 많이 추천되고 있단다. 혈당 지수를 의미하는 'GI(Glycemic Index) 수치'는 섭취한 음식물 속 탄수화물이 몸속에 들어가 얼마나 빨리 혈당으로 변하는지 그 정도를 비교해 수치화 한 것이다.

이는 비만의 주범인 탄수화물이 다량으로 몸속에 들어갔을 때 포도당으로 변해 혈액의 혈당량의 증가를 가져오는데, 이럴 경우 우리 몸은 급격히 늘어난 혈당을 저하하기 위해 인슐린을 분비하게 되고, 이렇게 과도하게 늘어난 인슐린이 에너지원으로 사용 된 뒤 혈당은 지방으로 바뀐다.

간단히 말하면, GI 수치가 높은 음식은 혈당량을 급격히 높여 체내 인슐린 분비가 늘게 하고, 지방을 증가시켜 살을 찌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GI 기준 수치를 60으로 잡고, 이보다 낮은 음식을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고구마나 현미, 소고기, 돼지고기, 닭 가슴살, 호밀빵, 생선류, 두부, 버섯, 채소류가 추천 식품이다. 자제해야 할 음식은 백미, 감자, 가락 국수, 식빵, 라면 등이다.

어쨌든 난 선생님이 건네주신 종이에 빼곡히 적힌 식품의 종류와 각각의 칼로리, GI 수치를 확인했다. 꼭 이대로 실천하며 맵시 나는 몸매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밥은 잡곡이나 현미로만 먹었고, 반찬은 김치나 파, 버섯 등의 야채로 먹었다. 찌개나 국도 된장을 풀어 넣고 두부나 야채를 넣은 것 위주로 먹었다.

세상에 쉬운 건 없다

다이어트 일주일만에 찾은 삼겹살집에서 나는 뱃속에서 기름기를 거부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지나치게 육류섭취를 거부하는 것도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닌가 보다.
▲ 토요일의 삼겹살은 최악이었다. 다이어트 일주일만에 찾은 삼겹살집에서 나는 뱃속에서 기름기를 거부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지나치게 육류섭취를 거부하는 것도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닌가 보다.
ⓒ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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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쉽지는 않다. 칼로리가 높고, GI 수치가 높은 음식이 맛있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또 저녁마다 잦은 술자리에 익숙해진 내 몸은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만 되면 어김없이 알코올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서 지난주 금요일, 난 동네 형을 꼬드겨 기어코 막걸리와 파전으로 욕심을 채웠다.

게다가 지난주 토요일에 황당한 경험을 했다. 아내와 아이 둘과 함께 동네 삼겹살 집에 갔는데, 맛있게 먹고 식당 문을 나오려는 순간 뱃속에서 천둥이 치기 시작했다. 웬일인가 싶어 화장실에 들어앉았다. 이후로 30분 동안 화장실만 3번을 다녀오며 장 속에 있던 모든 것을 다 배설해 냈다. 다이어트 한다고 기름기 없는 음식에 단조로운 잡곡과 야채로만 섭취했던 뱃속에서 기름진 삼겹살을 차마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

의사 선생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소량의 알코올과 육류 섭취는 괜찮다 했는데 난 육류의 살코기 부분보다 지방이 어느 정도 붙어 있는 덩어리를 더 좋아하는지라 그게 문제였다. 몸의 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살코기 위주의 쇠고기나 돼지고기와 닭가슴살은 추천받긴 했으나, 입에 맞지 않아 그동안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젠 맛없고 퍽퍽해서 그토록 기피했던 육류의 순살코기와 닭 가슴살에도 도전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아이들이 아빠 배를 보고 "아기 언제 나와요?"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태그:#비만,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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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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